문체부 "배드민턴 선수들, 후원금 존재도 몰랐다…회장 횡령·배임 가능성"

(엑스포츠뉴스 정부서울청사, 조은혜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폭탄 발언으로 시작된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 조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른바 '페이백' 의혹을 받는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의 횡령·배임 가능성을 꼬집었다.

문체부는 10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진행했다. 배드민턴협회 제도개선 과제와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상황 및 운영 실태 등에 대한 점검 결과와 개선 사항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9월 말 국가대표 관리 체계화를 포함해 종합적인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48명의 선수단 중 현재까지 안세영을 포함한 선수 22명 의견을 청취했다고 알린 문체부는 이날 협회의 후원 용품 계약과 후원금 배분에 대해 지적하며 "과거에는 협회가 받은 후원금의 20%를 선수단에게 배분했으나 협회는 2021년 6월 이 배분금 조항을 삭제했고,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선수단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 대다수 선수들은 문체부 의견 청취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과거에는 배분금과 별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는 후원사로부터 개인 보너스를 받았으나, 그 보너스를 협회가 일괄 수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선수들은 이 사항 역시 전혀 알지 못했다. 2019년 후원사 변경 전에는 상금을 받았으나 변경 후에는 보너스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보조사업 수행 상황과 협회 운영 실태에서는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다. 먼저 문체부가 예산을 지원한, 대한체육회가 공모해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승강제 리그와 유청소년 클럽리그를 운영하는과정에서 2023년 김택규 회장과 김 회장이 임명한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주도로 후원사에 물품을 구입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장이 후원사에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실제 수령한 셔틀콕, 라켓 등은 1억5000만원이며,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하면 후원사가 지역 배드민턴협회로 배송하는 체계로,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만 약 4000만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다. 

문체부는 "2024년에는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약 1억4000만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받기로 서면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도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배부되고 있으며, 보조사업의 목적과 무관한 대의원총회 기념품 등으로 일부 사용되고 있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해 이정우 체육국장은 "특정 지역에 4000만원 이상 배분, 제일 적게 후원받은 곳은 3만원 배분 된 곳도 있다. 기준이 전혀 없다"면서 "(후원 물품 배분과 관련해) 이사회나 총회에서 정해진 바가 없이 임의로 배분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협회에서 설명한다 하더라도 위법성을 소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현재 2024년 실지급액 및 지역별 배분 규모를 파악 중에 있다. 현재 파악한 상황만으로도 이러한 행위는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반이며, 협회의 '기부 및 후원 물품 관리 규정' 제6조 및 제7조도 위반한 것"이라며 "아울러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미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임원이 협회 규정을 위반해 '성공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정관과 행동강령에 따르면 협회의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고,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없으며, 자신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특정 법인데 후원・협찬을 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나 배드민턴협회에서는 일부 임원이 협회 마케팅규정을 이용해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지급 받아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또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40명의 임원 후원액은 2300만원이 유일하나, 임원들에게 지급된 직무수행 경비, 회의 참석 수당 및 여비는 약 3억3000만원으로 드러나 문체부는 "방만 운영, 불요불급한 수당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문체부는 "협회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후원사로부터 지급받은 국가대표 후원 물품을 전산시스템이 아닌 수기로 관리하고, 접수・불출 내역을 누락해 연도별 입출고 물품의 수량 차이가 나는 문제점이 있어 현재 정확한 재고 수량을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지급되어야 할 의류와 라켓, 가방 등 용품을 대의원, 이사, 공모사업추진위원회, 협회 원로 등에게 지급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정우 체육국장은 김택규 회장과 관련해 "현재까지 언론에 주로 이슈된 것들 위주로 봤고, 보조금 관련한 사항을 더 보고 있다. 보조금을 잘못 썼을 경우 환수를 받아야 하고, 현행 보조금법에 따르면 환수한 금액의 3~4배까지 제재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 금액이 어는 정도 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며 "아직은 중간 결과라 횡령 및 배임의 규모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정부서울청사, 고아라 기자, 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