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제2의 맨시티보다는 제2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제2의 첼시로 다가서는 모양새다. 미국 투자회사에 구단 지분을 매각해 자본 증가를 노릴 계획이다.
영국 BBC는 3일(한국시간)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구단이 잠재적 투자자들과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2022-2023시즌 재무제표를 공개하면서 "선수단에 대한 상당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인해 8680만 파운드(약 1480억원)의 손실을 보고했다.
총 수입은 2022년보다 24%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5억4960만 파운드(약 9373억원)를 기록했고, 경기 수입은 1억1760만 파운드(2005억원)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2년 5010만 파운드(약 85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에 이어 4년 연속 손실을 보고했다.
이에 대해 레비 회장은 "구단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며 "팀에 계속 투자하고 이후에도 자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구단의 자산 기반을 크게 늘려야 한다. 이사회와 자문위원인 로스차일드사는 잠재적 투자자들과 논의 중이다. 어떠한 투자 제안이라도 추천하기 위해서는 클럽 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수익 및 지속가능성(PSR) 규정에 따라 3시즌 동안 최대 1억500만 파운드(1786억원), 경기당 3500만 파운드(약 595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토트넘의 지난 3년간 손실액은 2억2270만 파운드(약 3789억원)로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기장 및 기타 시설에 대한 연간 감가상각비 7200만 파운드(약 1225억원)를 고려하면 PSR 규정을 위반할 위험에 처하지는 않는다.
에버턴과 노팅엄 포레스트는 이미 이번 시즌 PSR 규정 위반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으며, 챔피언십의 레스터 시티는 지난 3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지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달 프리미어리그에 의해 기소됐다. 토트넘이 이 수준의 징계까지 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서 레비는 "클럽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PSR 강화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이번 시즌 유럽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한 부진을 만회할 수는 없겠지만 축구 외적인 이벤트를 통해 상업적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2021-22시즌 4위를 차지한 토트넘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해 16강에 진출하며 5620만 파운드(약 956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겪었던 직전 시즌 1020만 파운드(약 173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토트넘의 2022-2023년도 회계에 따르면 1군 비용 증가와 NFL 경기, 복싱, 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 개최로 인해 운영 비용이 4억3340만 파운드(약 7375억원)에서 4억8790만 파운드(약 8302억원)로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단 급여에 관한 부분에서는 20% 증가한 2억5100만 파운드(약 4271억원)를 기록했다.
레비는 "비용 상승은 구단 운영의 모든 영역에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멀리 내다보고 구단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비용 기반에 대한 엄격한 통제, 상업 및 후원 수익 증대, 꾸준한 유럽대항전 참여가 포함되며, 이 모든 게 선수단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거대 기업이 토트넘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F1을 소유 중인 리버티 미디어는 최근 36억 파운드(약 6조1263억원) 상당으로 MotoGP를 인수했고, 올 여름에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에 투자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풋볼런던에 따르면 그렉 마페이 리버티 미디어 CEO는 "우리가 살펴보지 않은 스포츠 종목은 없다. 모든 것을 살펴볼 것이다. 매력적이고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풋볼런던은 "레비 회장이 잠재적 투자자들과 대화 중임을 인정한 후 리버티 미디어가 토트넘의 잠재적 투자자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토트넘이 미국 자본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토트넘이 제2의 맨유 혹은 첼시가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맨유는 미국인 글레이저 가문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가 최근 영국인 사업가 짐 랫클리프에 지분 일부를 떼어주면서 그를 공동 구단주로 들였다. 반면 첼시는 2022년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구단을 매각한 뒤 미국 출신 사업가 토드 볼리가 인수, 최근 이적시장에서 1조5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최근 중동 인수설도 나돌았던 토트넘이 미국 투자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