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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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1의 5연승과 프로게임단의 양극화

기사입력 2008.05.23 10:24 / 기사수정 2008.05.23 10:24

장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준영 기자] 21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 6주차 경기에서 SKT1이 한빛 스타즈를 잡아내고 5연승을 질주했다. 

같은 날 문래동  MBC게임 오픈 스튜디오인 룩스 히어로센터에서 벌어진 르까프 오즈와 위메이드 폭스와의 경기에서 르까프 오즈가 패하며 SKT1은 1위에 등극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2007년 끝없이 추락했던 최강팀 SKT1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훈 감독 이하 모든 코칭 스태프를 경질하고 박용운 감독 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MBC게임 히어로의 프로토스 에이스 김택용을 영입하는 등 굵직한 트레이드 뉴스를 만들어 냈지만 팀의 간판이었던 최연성과 박용욱이 은퇴하고 코치로 전환했다.

개인리그에서는 탁월했지만 프로리그에서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김택용의 새 자리보다는 기존 선수들의 나간 자리가 더 커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신형엔진' 전상욱의 부활과 작년부터 가능성을 보인 '괴수' 도재욱의 개인전 활약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개인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윤종민이 권오혁과 팀플레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고질적인 문제였던 팀플레이를 극복했다.

또한, 활약이 크지는 않지만 상대팀에 큰 위협이 되는 고인규, 김택용과 박태민의 존재는 다른 팀들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이름값이다.  간혹 출전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오충훈과 박대경의 활약 또한 SKT1의 숨겨진 힘이라 할 수 있겠다.

2007년 최악의 한해를 보내며 키워낸 신인들

주훈 감독은 얼마 전 해설자 데뷔 후 인터뷰에서 오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당시 세대교체를 했어야 했는데 못한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실수는 급기야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하였다. 하지만, 2007년 한해 끝없이 추락하는 듯했던 SKT1이지만 위에 열거된 신인 선수들이 그 암흑과도 같은 시기에 길러낸 선수들이다.

특히 도재욱은 송병구와의 스타리그 경기에서 다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탈락하는 등 반짝 신인이 아님을 증명했다. 2008시즌 들어서 도재욱은 공식전 8연승을 기록하며 전상욱과 함께 SKT1의 개인전을 이끌고 있다. 이렇게 기존 선수의 부활과 신인 선수들의 실력 성장에 힘입어 거침없는 5연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SKT1의 1위 등극 제물이 된 한빛 스타즈의 운명은?

그러나 SKT1도 문제점은 있다. 전상욱과 박태민은 G·O(현 CJ 엔투스)가 재정난으로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선수를 데려온 것이다. 삼성, KTF, CJ와 더불어 프로게임단계에서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는 구단답게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선수를 영입하는데 주저할 것은 없었다. 게다가 MBC게임 히어로 소속이던 '투신' 박성준(현 STX 소울)이 팀의 연봉 삭감에 반기를 들고 웨이버 공시를 하자 SKT1은 그를 영입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MBC게임 히어로에서 김택용까지 영입하며 라인업에 '화룡정점'을 찍었다. 타 스포츠에 비해 트레이드라는 개념이 생소한 프로게임계에서 SKT1의 지난 행보는 충분히 주목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소위 '가진자'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21일 SKT1을 상대했던 한빛 스타즈는 모기업이 게임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매입할 기업을 찾고 있었다. 그에 앞서 한빛 스타즈는 쌍두 마차였던 김준영을 CJ 엔투스에 내줬다. 가난한 구단의 설움이라면 설움일 수 있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빛 스타즈는 2008-2009시즌이 시작되는 올 9월까지 매각 대상을 찾는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은 기존에 하던 지원을 계속 한다고 했지만 선수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년 팬텍&큐리텔이 위메이드 폭스에 넘어간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모기업 재정이 부족하거나 게임단 운영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모기업 사례들이라 할 수 있겠다.

더욱더 깊어지는 양극화 현상과 그에 대한 대처

이처럼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서 잘나가는 팀이 있는가 하면 선수들의 연봉 걱정에 이적을 시키거나 모기업이 재정난으로 운영을 포기하는 구단들이 있다. 또한, 모기업은 제법 규모가 있다 하더라도 게임단 자체에는 큰 투자를 하지 않게 되면서 선수단 운영에 애를 먹는 기업도 있다. 더욱 큰 문제점은 한국의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러하듯 게임계 역시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이 어려운 기업에서 어렵게 어렵게 신인 선수를 특급 선수로 길러낸 다음 재정이 좋은 기업에서 데려가는 것이 이전에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요 근래 그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프로게임단이 양극화되어가면 결국 잘나가는 팀은 계속 잘나가고 재정난이 어려운 팀은 팀을 해체하거나 매번 매각할 기업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공군 ACE의 존속이 프로리그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프로게임단 하나의 해체는 게임계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다. 공군 ACE는 특수한 상황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게임단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충분히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부분이다. 여타 스포츠의 FA 제도처럼 팀이 선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김택용 (C) SKT1 공식 홈페이지]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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