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96.9데시벨(㏈). 마리아 샤라포바(25, 러시아, 세계랭킹 4위)가 2012 호주 오픈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사비네 리지키(22, 독일, 세계랭킹 15위)를 상대할 때, 내질렀던 '괴성 소리'다.
샤라포바는 10대 시절부터 경기 중, 크게 고함을 지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선수들 중, 샤라포바 외에 볼을 칠 때마다 괴성을 지르는 선수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샤라포바의 소리가 화제를 모으는 것은 이들이 내지르는 소리와 비교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한 때, 샤라포바의 고함 소리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소리와 맞먹을 정도라는 자료까지 나왔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스포츠에서 지나친 괴성은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샤라포바는 승승장구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성적이 좋다보니 샤라포바의 고함 소리도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테니스는 상대가 라켓으로 치는 볼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관중들이 정숙을 지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샤라포바의 괴성에 불만을 제기한 선수들은 꾸준히 있었다. 또한, 방송 중계진도 이 부분에 대해 코멘트를 남겨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05년 프랑스오픈 1회전에 출전한 샤라포바의 경기를 중계하던 유로 스포츠TV 해설자는 "샤라포바의 경기를 사랑하지만 제발 입 좀 다물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테니스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코트에 있는 주심은 즉시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준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심이 샤라포바를 비롯한 선수에게 지나친 괴성을 자제해 달라고 주의를 준 적은 없었다.
여자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남자 선수들도 경기 도중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다. 테니스가 경기 내내 볼을 쫓아 뛰어다녀야 하는 운동인 점을 생각할 때, 선수들의 스타일을 존중해 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샤라포바의 소리는 워낙 크기 때문에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샤라포바는 "나는 어릴 때부터 쭉 이렇게 해왔다. 내 경기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상대 선수에 따라 샤라포바의 괴성이 문제가 될 수 있을 소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실력을 볼 때, 샤라포바는 한 단계 진화해있었다. 호주오픈 준결승전에서 샤라포바는 페트라 크비토바(22, 체코, 세계랭킹 2위)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크비토바는 지난해 윔블던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선수다.
샤라포바는 크비토바와의 경기에서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다. 준결승전에서 샤라포바에게 패한 크비토바는 "물론, 내가 진 것에 대해 실망했다. 그러나 나에게 이번 호주오픈 토너먼트는 나쁘지 않았고 마리아도 좋은 테니스를 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샤라포바는 결승전에서 자신에 버금가는 괴성을 지르는 빅토리아 아자렌카(22, 벨라루스, 세계랭킹 3위)와 만난다. 여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결승전이 예상되는 이 경기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이는 누가될까.
[사진 = 마리아 샤라포바 (C) 호주오픈 공식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