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01-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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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민이 형 왼쪽!' 황희찬 예상 적중…PK 방향 지시→동료 선방

기사입력 2024.12.31 09:46 / 기사수정 2024.12.31 09:46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의 페널티킥 실축은 황희찬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세 사에게 손흥민의 슈팅 방향을 알려준 황희찬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국가대표 동료인 두 사람이지만 적으로 만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황희찬의 예상과 황희찬을 믿은 사의 선방 덕에 울버햄프턴은 추가 실점을 면했고, 전반전이 끝나기 전 역전을 허용했지만 경기 막바지 동점골로 토트넘 홋스퍼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갖고 돌아갔다.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은 지난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19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토트넘에서는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브레넌 존슨이, 울버햄프턴에서는 황희찬과 요르겐 스트란 라르센이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황희찬이 오랜만에 선발 명단에 복귀하면서 성사된 시즌 첫 코리안더비였다.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두 한국 프리미어리거인 손흥민과 황희찬의 희비는 분명하게 갈렸다.



미소를 지은 쪽은 황희찬이었다. 전반 7분 울버햄프턴의 프리킥 상황에서 페널티지역 바깥 쪽에 서 있었던 황희찬은 라얀 아이트-누리가 자신에게 패스를 보내자 이를 지체없이 슈팅으로 연결해 토트넘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이어 황희찬의 시즌 2호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손흥민은 좌절감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전반 41분 동료 존슨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으나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역전골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손흥민은 골키퍼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왼쪽으로 슈팅을 날렸지만 방향을 읽은 사가 다이빙해 쳐냈다. 사가 공을 완전히 처리해버린 탓에 공은 다시 손흥민에게 오지 않았다. 손흥민은 머리를 감싸쥐며 자책했다.

이후 토트넘이 전반 추가시간 존슨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으며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경기 막바지였던 후반 42분 아이트-누리의 절묘한 패스에 이은 라르센의 환상적인 득점으로 승부의 균형이 맞춰지면서 결국 두 팀의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그런데 경기 후 황희찬이 손흥민의 페널티킥 방향을 예상하고 사에게 이를 알려줘 사가 손흥민의 페널티킥을 선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울버햄프턴 지역지 '몰리뉴 뉴스'는 31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이라며 "영상 속에는 황희찬이 사에게 오른쪽으로 다이빙하라고 손짓하고 있다. 황희찬은 필사적으로 손을 들어 사에게 방향을 알려줬고, 라두 드라구신은 황희찬의 손짓을 막기 위해 팔을 끌어내리기도 했다"면서 한 영상을 주목했다.

영상 속 황희찬은 역습을 대비해 하프라인 인근에 서서 드라구신의 견제를 받고 있었다. 황희찬은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차기 전 왼팔을 번쩍 들어 방향을 가리켰는데, 이는 손흥민의 슈팅 방향을 예상해 사에게 알려주는 행동으로 보였다. 손흥민의 동료인 드라구신이 황희찬의 팔을 내리려고 하는 모습에서 이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라구신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황희찬은 꿋꿋하게 팔을 들어 사에게 방향을 지시했고, 결국 사는 손흥민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울버햄프턴의 영웅이 됐다.



'몰리뉴 뉴스'는 "황희찬은 훈련에서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차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을 것"이라면서 "두 선수는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함께 뛰어서 서로를 잘 알고 있다. 황희찬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도중 손흥민이 왼쪽 하단으로 페널티킥을 차는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에 그렇게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2016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A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됐던 황희찬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손흥민이 와일드카드로 참가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함께 치르는 등 오랜 기간 손흥민과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손흥민의 페널티킥을 수도 없이 봤을 가능성이 크다.

'몰리뉴 뉴스'는 "울버햄프턴은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점을 내줬지만, 잠시나마 자신의 팀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운 황희찬의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면서 황희찬의 행동을 칭찬했다.



토트넘전은 말 그대로 황희찬의 날이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2골을 넣어 울버햄프턴의 최다 득점자로 맹활약했던 황희찬은 이번 시즌 길어진 침묵을 환상적인 감아차기 득점으로 깼고, 팀이 절실했던 순간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동료가 페널티킥을 막을 수 있도록 도왔다.

황희찬은 기쁨에 취하는 대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기 당일 한국에서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황희찬은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친 뒤 잠시 동료들과 따로 떨어져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를 추모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 직전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라며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했다. 



29일 오전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오전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과 충돌했다. 기체는 후미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파손될 정도로 큰 화염에 휩싸였다.

희생자도 상당했다. 승객 175명, 승무원 4명, 조종사 2명 등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망해 큰 충격을 안겼다.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로는 세 번째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남겼다. 정부는 참사가 발생한 29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지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뒤 약 2년 2개월 만이다.

사진=SNS, 연합뉴스, 황희찬 인스타그램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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