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1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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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선수들 세계랭킹 신경도 안 썼다"...올림픽 '정복' 김유진이 털어놓은 1~5위 싹 다 이긴 비결 [파리 인터뷰]

기사입력 2024.08.09 06:52 / 기사수정 2024.08.09 06:52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올림픽 챔피언의 오른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파리 올림픽 준비 기간 억눌렀던 '식욕'을 하루 만큼은 마음껏 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자신의 세계랭킹이 낮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것이 세게 1위, 2위, 4위, 5위를 전부 이긴 비결이었다고 했다.

세계랭킹 24위 김유진은 8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태권도 57kg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이겼다.

한국 태권도는 지난 7일 박태준(20·경희대)이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던 가운데 이틀 연속 파리에서 애국가를 울렸다. 김유진은 커리어 첫 올림픽에서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한국 태권도가 여자 57㎏급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2008 베이징 올림픽(임수정) 이후 16년 만이다. 2000 시드니 대회 정재은, 2004 아테네 장지원, 2008 베이징 대회 임수정까지 3연속으로 이 체급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지만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김유진은 시상식 종료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선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너무 행복하다. 내 개인적인 명예도 있지만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된 것 같아 스스로에게 너무 잘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저 너무 기쁜 마음 뿐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00년생인 김유진은 한국체육대학교 1학년 시절이던 2019년 나폴리 유니버시아드에서 57kg급 금메달을 따내며 이 체급 한국 여자 태권도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레바논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김유진은 2022년 큰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했다. 1년 넘게 재활에만 매진했어야 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태권도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먼저 꺼냈을 정도로 심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김유진은 선수 커리어 최대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57kg급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올해 대한태권도협회 내부 선발전-대륙별 선발전 등을 추가로 거쳐 파리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 3월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 4강에서 캄보디아의 줄리맘을 꺾고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는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유진은 파리 올림픽을 자신을 위한 무대로 만들었다. 여자 57kg급 16강전에서 세계랭킹 5위 튀르키예의 하티제 일귄을 꺾은 게 시작이었다. 8강에서 격돌한 세계랭킹 4위 캐나다의 스카일러 박을 제압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유진은 세계랭킹 1위 중국의 뤄쭝스까지 삼켜냈다. 뤄쭝스는 이 체급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선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뤄쭝수는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랭킹에서 2위 키야니찬데(435.77)를 압도적 격차로 따돌리고 1위(랭킹 포인트 570.04)를 달릴 정도로 No.1이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김유진에게 저지당했다.

김유진은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 세계랭킹 2위 키야니찬데까지 압승을 거뒀다. 경기 내내 여유 있는 운영 끝에 포디움 가장 높은 곳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김유진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오늘 상대했던 선수들의 랭킹이 높았지만 솔직히 신경도 안 썼다. 나 스스로만 무너지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뛰었다"고 돌아봤다.

태권도 대표팀에서 김유진을 전담하고 있는 손효봉 코치는 김유진을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독한 선수"라고 표현했다. "과장이 아니라 1년에 단 하루도 쉬지 않아 지도자들이 덩달아 힘들다"고 취재진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김유진의 세계랭킹이 낮았던 건 부상 여파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국제대회 출전이 적었던 탓이었다. 선수의 기량은 오히려 올림픽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었다는 게 손 코치의 설명이다. 



김유진은 식단 관리도 철저하다. 183cm의 장신이 체중 57kg을 유지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운동량을 소화해도 포만감을 느끼는 수준까지 식사를 할 수도 없다.

김유진은 "식사는 하루에 한 끼만 제대로 챙겨 먹는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미리미리 체중을 잘 조절했는데 이 부분도 금메달 획득에 크게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건 삼겹살과 된장찌개다.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오늘 내일 중에는 무조건 먹으려고 한다"고 웃었다.

이어 "운동량을 평소에 많이 가져가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체중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때 식단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조금만 먹는 식으로 체중을 잘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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