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잘할 줄은 알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KT 위즈 우완 구원투수 박영현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생애 첫 성인 대표팀에서 이름을 제대로 떨쳤다.
조별리그 B조 1차전 홍콩전(8회 10-0 콜드게임승)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투구 수 12개)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2차전 대만전(0-4 패)서는 위기 상황에 등판해 불을 껐다.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투구 수 12개)을 선보였다.
슈퍼라운드 1차전 일본전(2-0 승)서 가장 빛났다.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투구 수 21개)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1-0으로 앞선 8회초 등판했다. 나카무라 진을 3구 만에 삼진으로, 기나미 료를 초구에 땅볼로 돌려세웠다. 나카가와 히로키에겐 좌전 2루타를 내줬다. 대타 시모카와 카즈야에게 초구를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며 손쉽게 득점권 위기에서 탈출했다.
9회초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유격수 김주원(NC)의 송구 실책과 사토 타츠히코의 좌전 안타로 무사 1, 2루에 처했다. 박영현은 마루야마 마사시에게 2루 땅볼을 유도해 2루에서 주자를 잡아냈다. 1사 1, 3루서 후속 사사가와 고헤이에게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승리의 여신과 손을 잡았다.
대만과의 대망의 결승전(2-0 승)서는 2-0으로 앞선 8회 등판해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투구 수 17개)으로 세이브를 쌓았다. 아시안게임 최종 성적은 4경기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이다. 2세이브와 평균자책점 0을 빚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선수들(박영현·강백호)이 아까 잘 다녀왔다며 인사하러 왔더라. 축하한다고, 앞날이 밝다고, 야구 더 잘하라고 해줬다"며 "영현이는 오늘(10일) 무조건 등판한다. (항저우에서) 5이닝 던졌으니 오늘도 5이닝을 맡기려 한다"고 웃으며 농담했다. 이날 박영현은 구원 등판 대기, 강백호는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이다.
박영현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이 감독은 "(박)영현이를 여리게 봤다면 대견해 할 텐데, 그 정도는 당연하게 해낼 것이라 생각했다"며 "어린 선수고 부담감이 큰 국제대회였다. 자기 공을 던지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정말 좋은 선수라고 봐야 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칭찬은 계속됐다. 이 감독은 "멘털이 무척 좋은 선수다. 경기에서 지면 탈락하는, 일본전 같은 경우 마무리 역할까지 했다. 병살타로 경기를 마치는 걸 보니 대단하더라"며 "원래 멘털은 강했다. 그래서 나도 기용해왔던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 가을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 평했다. 유신고 출신인 박영현은 지난해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했다. 정규시즌 52경기 51⅔이닝서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는 4경기 4⅔이닝서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만들었다. 당시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에 이어 구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2-0 승리를 지켰다. 만 19세6일의 나이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이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한 뒤 올해도 좋은 성적을 냈다. 큰 경기를 해보고 좋은 결과를 낸 것이 값진 경험이 된 것 같다"며 "올해 올스타 휴식기 직후 잠시 흔들렸지만 그래도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박영현은 67경기 73⅓이닝서 3승3패 32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를 자랑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30홀드를 돌파했다. 홀드왕도 눈앞이다. 2위 노경은(SSG)과 4개 차이다. 잔여 경기 상황상 박영현이 이날 수원 두산전서 홀드를 추가할 경우 홀드왕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KT 역시 승리 시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할 수 있다.
박영현이 금메달의 기운을 잇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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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