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성남, 김환 기자) 단단했던 상대의 방패를 한순간에 깨트린 건 베테랑 수비수 이기제의 강력한 왼발 중거리포였다.
최근 3경기에서 연속으로 승리하지 못했던 수원 삼성이 이기제의 극장골에 힘입어 성남FC를 제압하고 4경기 만에 승점 3점의 달콤함을 맛봤다.
수원 삼성은 22일 오후 4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4' 31라운드에서 신재원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전 터진 한호강의 동점골과 추가시간에 나온 이기제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4경기 만에 승점 3점을 얻은 수원은 전남 드래곤즈를 제치고 순식간에 4위로 올라섰다. 승격 경쟁에 대한 희망 또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전경준 감독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 성남 역시 선제골로 경기를 리드했지만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승점 획득에 실패한 성남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홈팀 성남은 4-2-3-1 전형을 사용했다. 최필수가 골문을 지켰고 양태양, 정승용, 강의빈, 박광일이 수비를 구축했다. 정원진과 구본철이 허리를 받쳤고 이준상, 코레아, 신재원이 2선에서 최전방의 이정협을 지원했다.
원정팀 수원은 4-3-3 전형으로 맞섰다. 박지민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이기제, 한호강, 조윤성, 이시영이 수비벽을 쌓았다. 파울리뇨, 홍원진, 피터가 역삼각형 대형으로 중원에 배치됐다. 김지호와 김주찬이 측면에서 최전방의 뮬리치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 초반 탐색전을 벌이던 두 팀의 흐름은 전반 6분 주심이 페널티킥 선언으로 수원에 넘어갔다. 전반 6분 피터가 페널티 지역에서 컷백 패스를 시도하는 걸 저지하기 위해 슬라이딩 태클을 한 정원진의 손끝에 공이 걸렸다는 주심의 판정이었다.
수원의 페널티킥 키커는 공교롭게도 2022시즌까지 성남에서 활약했던 세르비아 출신 장신 공격수 뮬리치였다. 그러나 한 시즌 동안 뮬리치와 한솥밥을 먹었던 성남 수호신 최필수가 뮬리치의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읽으면서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전반 8분에 벌어진 일이었다.
최필수가 다시 한번 성남을 구해냈다. 전반 15분 수원의 프리킥 상황에서 이기제가 길게 찬 킥을 공격에 가담한 한호강이 방향만 바꾸는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최필수가 손끝으로 쳐냈다. 이어진 피터의 슈팅은 성남 수비 맞고 굴절돼 최필수 품에 안겼다.
전반적으로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은 수원이 길었지만, 수원은 수비라인과 3선의 간격을 좁혀 탄탄한 수비를 구축한 성남의 방패를 좀처럼 뚫지 못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서는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전반 21분 파울리뉴가 수비 사이로 찌른 절묘한 패스를 오프사이드 라인을 깬 뮬리치가 받아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앞서 뮬리치의 페널티킥을 막은 최필수가 선방했다. 전반 24분에 나온 피터의 슈팅은 골문 위로 벗어났다.
수원은 계속 두드렸지만, 성남의 수비는 쉽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28분 뮬리치가 먼 거리에서 때린 프리킥이 최필수에게 막혔고, 이어진 피터의 바이시클 킥은 수비에 막혔다. 세컨드볼을 따내기 위해 문전으로 쇄도하던 뮬리치가 다시 한번 슈팅을 시도했지만 높게 떴다.
선제골을 터트린 쪽은 오히려 성남이었다. 전반 31분 프리킥에서 선수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세컨드볼이 골문 바로 앞에 있던 신재원에게 향했고, 신재원이 이를 잡아놓고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전경준 감독 체제 첫 골의 주인공이 과거 전 감독이 코치 시절 23세 이하(U-23) 국가대표팀에서 감독과 코치로 연을 맺었던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의 아들 신재원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스토리가 또 탄생했다.
예상치 못한 선제골을 얻어맞은 수원은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전반 39분 코너킥 이후 나온 김지호의 과감한 중거리슛은 수비 맞고 나갔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수원의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 42분 페널티 지역 오른편에서 김주찬이 때린 슈팅은 관중석으로 향했다.
전반전 추가시간은 5분이었다. 수원의 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추가시간 1분 홍원진이 박스 바깥쪽 먼 거리에서 쏜 슈팅이 성남 골문 구석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도 최필수를 넘지 못했다. 결국 전반전은 성남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성남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 후반전 시작부터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이준상과 코레아가 빠지고 박지원과 오재혁을 내보냈다.
역전을 노리는 수원 역시 김주찬과 김지호를 강현묵과 마일랏으로 바꾸면서 변화를 줬다. 파울리뇨를 측면으로 빼고 강현묵으로 중원에 힘을 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후반전 포문도 수원이 열었다. 후반 3분 파울리뇨의 크로스에 마일랏이 왼발을 갖다 댔지만 성남 수비가 머리로 걷어냈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조윤성의 헤더는 골문을 외면했다.
수원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후반 6분 마일랏의 오른발 슈팅과 이기제의 크로스에 이은 뮬리치의 헤더가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아 아쉬움을 삼켰다. 뮬리치는 후반 8분에도 강현묵이 띄워 올린 공을 머리로 내려찍으려고 했지만 공은 위로 높게 떴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수원은 교체카드를 더 꺼냈다.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뮬리치를 불러들이고 이규동을 투입했다.
수원의 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13분 성남 수비진 사이로 드리블한 강현묵의 슈팅은 수비에 걸렸고, 튄 공을 잡은 파울리뇨가 돌아서서 시도한 낮고 빠른 크로스는 최필수가 쳐냈다. 위기를 넘긴 성남은 이정협을 이중민과 교체하며 잠시 숨을 돌렸다.
수원은 후반 17분에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았지만 골문을 직접 노린 이기제의 슈팅이 빗나가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19분 강현묵의 슈팅으로도 득점에 실패한 수원이다.
끊임없이 두드리던 수원이 마침내 성남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24분이었다. 코너킥에서 이기제가 찬 공이 선수들의 경합을 거쳐 반대편에 있는 파울리뇨에게 향했고, 파울리뇨가 재차 퍼올린 공을 한호강이 방향을 바꾸는 헤더슛으로 연결해 성남 골망을 흔들었다. 한호강은 수원 앰블럼을 움켜쥐고 포효했다.
분위기를 가져온 수원은 내친김에 역전골까지 노렸다. 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성남 수비를 끌어낸 뒤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에 이규동이 머리를 갖다 댔으나 빗나갔다. 후반 31분 역습 상황에서는 파울리뇨의 패스에 이은 마일랏의 슈팅이 나왔지만 이 역시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수원은 후반 34분 김상준을 피터와 교체해 변화를 더 시도했다.
경기는 여전히 수원이 공격하고 성남이 막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성남도 때때로 역습을 노리는 등 몇 차례 다시 리드를 가져올 기회가 있었지만 후반 38분 구본철의 중거리슛이 박지민에게 막히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성남이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39분 구본철을 대신해 핵심 자원인 후이즈를 투입한 것이다. 수원 선수들이 지쳐서 생긴 틈을 노리겠다는 생각이었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5분. 수원은 파울리뇨를 배서준과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원의 극장 역전골이 터졌다. 후반 추가시간 2분 탄천종합운동장을 침묵에 빠뜨렸다. 코너킥 이후 박스 바깥으로 흐른 공을 이기제가 잡아 왼발 강슛을 쏜 게 그대로 성남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경기 내내 선방쇼를 펼쳤던 최필수도 땅을 쳤다.
이기제의 득점을 끝으로 경기는 수원의 2-1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