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온열 질환 5명'→오늘 '50도' 돌파→잠실 키움-두산전 결국 '폭염 취소' [잠실 현장]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안전이 먼저다.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4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폭염'으로 인해 취소됐다.

최근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지난 3일 잠실 키움-두산전에선 온열 질환 환자 5명이 발생했다. 두산에 따르면 온열 질환으로 관중 1명이 구단에 연락을 취했고, 4명이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불렀다.

당일 서울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됐고 오후 6시 경기 개시 무렵 기온은 약 36도였다.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그 이상이었다. 더그아웃에 비치된 온도계는 48도를 가리켰다.

이튿날인 4일에는 찜통더위가 더 심해졌다. 여전히 서울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돼 있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기온은 약 38도까지 치솟았다. 두산의 1루 더그아웃에 마련된 온도계는 50도를 돌파하는 등 극에 달했다.

경기 전 만난 이승엽 두산 감독은 "오늘(4일)은 5시 경기라 연습을 더 빨리 진행했다. 원래 지금이 그라운드에서 연습할 시간이지만 제일 더울 때라 야외 훈련이 힘든 상황이다"며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량을 줄였다. 체력에 부담을 느끼는 선수들은 실내에서 훈련하게끔 했다. 체력 관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홍 감독은 "팬분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선수들은 KBO리그 소속으로 규정에 따르되 안전을 제일 우선시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실구장의 원정 응원석인 3루 쪽에는 해가 질 때까지 뙤약볕이 내리쬔다. 온열 질환자 발생 소식에 홍 감독은 "잠실구장 3루 관중석은 해가 정면으로 들어온다. 어제(3일) 팬분들께서 그 정도로 힘들어하셨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경기 진행 여부를) 고려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힘줘 말했다.

야외 훈련도 최소화했다. 홍 감독은 "우리도 선수들의 훈련은 없앴다. 이 시간에 나와 훈련한다는 것 자체가 선수들의 체력을 고갈시킬 수 있다. 일사병 등도 걱정된다"며 "아무리 건강한 선수들이라도 게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 이 환경에서 야외 훈련을 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KBO리그 경기 취소 규정에 따르면 경기 개시 예정 시간을 기준으로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황사 등의 기상 특보(경보 이상)가 발령돼 있을 경우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기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경기 개시 전에는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개시 후에는 해당 심판원이 지역 기상청(기상대)으로 확인 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결국 이번 경기는 오후 4시경 폭염으로 취소됐다.



두산은 이날 이유찬(2루수)-허경민(3루수)-제러드 영(우익수)-양의지(지명타자)-양석환(1루수)-김재환(좌익수)-김기연(포수)-김재호(유격수)-정수빈(중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곽빈. 왼쪽 발등 염좌로 이번 주 줄곧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양의지가 라인업에 복귀한 것이 눈에 띈다. 선발 복귀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엔트리도 조정했다. 선발투수 최준호와 구원투수 김명신을 말소하고 투수 김유성, 김정우를 콜업했다. 최준호는 지난 3일 잠실 키움전서 1루 베이스 커버 도중 왼쪽 발목을 다쳤다. 주말을 지나 오는 5일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명신은 최근 경기력 난조로 2군으로 향했다.

키움은 이주형(지명타자)-김혜성(2루수)-송성문(3루수)-최주환(1루수)-변상권(좌익수)-이용규(우익수)-김태진(유격수)-김건희(포수)-임병욱(중견수)으로 맞설 계획이었다. 선발투수는 하영민. 엔트리 변동은 없었다.

한편 KBO리그 사상 최초 1군 경기 '폭염 취소'는 지난 2일 발생했다.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맞대결이 취소된 바 있다. 당시 울산의 기온은 28도, 체감 온도는 35도였다. 인조 잔디로 구성된 문수구장의 지열은 50도에 달했다.


사진=잠실,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두산 베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