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07 22:36 / 기사수정 2009.03.07 22:36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오로지 슬라이더만 노리고 특훈한 모습이 역력한 일본대표팀이었다.
7일 저녁,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한국과 일본의 WBC 아시아리그 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은 일본 대표팀에게 치욕적인 14-2의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은 한국의 선발 투수인 김광현이 2회 초를 못 넘기고 8실점을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김광현은 코나미 컵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을 상대로 3승을 거둔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일본 타자들은 '일본 킬러'로 불린 김광현에게 네 번째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였던 한을 풀듯, 초반부터 김광현을 집요하게 공략해나갔다.
일본의 선공으로 시작된 1회 초. 1번 스즈키 이치로(36, 시애틀 매리너스)와 2번 와카지마, 그리고 3번 아오키에게 연속 3안타를 허용했다. 일본 타자들이 노린 볼은 모두 슬라이더였다.
일본타자들은 볼 카운트와 상관없이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서 들어오면 무조건 배트가 나갔다. 그것도 철저하게 짧게 치며 안타로 연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20km 중후반에 이르는 빠른 슬라이더만 철저하게 치는 특훈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세밀하게 연구하고 들어온 일본팀에 비해 기존의 볼 조합을 그대로 고집한 김광현-박경완(36, SK 와이번스) 배터리의 실책이 패인으로 연결됐다. 일본타자들은 모두 김광현의 볼 배합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슬라이더의 횟수를 줄이고 빠른 볼 위주의 볼 배합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늦게 시동이 걸리는 김광현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도 주효했다. 김광현이 컨트롤 난조를 보이는 초반, 대량 득점을 올린 것이 승부를 결정짓게 했다. 김광현이 안타와 홈런을 내준 볼은 모두 슬라이더였으며 2회 초에 던진 슬라이더는 제구와 컨트롤이 더욱 떨어져 있었다.
김광현의 상태가 최상이 아니었던 점도 패인의 원인이었지만 '현미경 야구'로 통하는 일본의 분석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야구에서 특정 투수가 같은 팀을 상대로 네 번을 연속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결과는 김광현의 성장에 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김광현이 물러난 뒤, 무기력한 경기 운영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일본 코칭스태프는 한국팀의 전력 분석 절반을 김광현 구질 연구에 투자했다. 그리고 김광현을 초토화 시키며 콜드게임 승을 거두었다. 일본과의 승패를 떠나 전략적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부분은 반드시 재고해야 될 부분이다.
[사진 = 무라타 슈이치 (c)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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