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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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라인업, 극적 승부를 만들어낸 기막힌 승부수

기사입력 2008.08.23 11:14 / 기사수정 2008.08.23 11:14

윤문용 기자

[엑스포츠뉴스=윤문용 기자] 팬들도 놀라게 한 김경문 감독의 라인업 구성
 
한국야구대표팀에게 일본과의 준결승은 결승보다 더 중요한 경기, 금메달보다 더 중요한 경기였다. 상대 일본 선발 투수는 와다나 스기우치 두 명의 좌완 중 한 명이 나올 걸로 예상되었고, 선발로 나온 선수는 예상처럼 스기우치였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1번 타자 이종욱을 시작으로 이용규-김현수-이승엽 4번 타자까지 모두 좌타자, 5번 타자 김동주부터는 이대호-고영민-강민호-박진만 9번 타자까지는 모두 우타자로 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운다. 일반적으로 좌투수가 선발로 나오게 되면 우타자를 전진배치하면서 우타자 중심으로 좌-우타자를 섞어서 배치하기 마련이다.

위처럼 좌-좌-좌-좌-우-우-우-우-우로 구성되는 타선은 선발에 이어 불펜투수를 기용할 때도 상대편에게 이용당하기 쉬운 라인업 구성이 된다. 상위타선에서는 좌완 셋업을, 하위타선에서는 우완 셋업을 기용하면 되기 때문에 어쩌면 상대편 감독 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 라인업이다. 그리고 일본 호시노 감독은 철저하게 이를 이용했다.
 
이용규-김현수 맹활약, 이승엽 역전 투런홈런 작렬
 


그러나 결과는 완전한 성공, 대박 역전드라마를 만들어낸 환상의 시놉시스였다. 2번 타자 이용규는 0대2로 뒤진 4회 선두타자로 나와 한국팀 첫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8회에서도 2대2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투수 이와세의 공을 깨끗하게 안타로 만들어냈고, 이승엽의 홈런으로 이용규는 결승 득점을 올린 선수가 되었다. 3번 타자 김현수도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이용규가 득점할 수 있게끔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4번 타자로 기용된 이승엽, 본선 7경기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승엽을 하위타선이 아닌 4번 타자에 기용한 것은 많은 팬의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4회 말 무사 1-3루에서 병살타를 칠 때만 해도 모두가 고개를 떨어뜨리게 했고, 6회 1사 1루에서 치고 달리기 작전에서 배트를 휘두르지 못한 이승엽의 모습은 배신감까지 느끼게 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끝까지 이승엽에게 신뢰를 보냈고, 이승엽은 8회 말 좌완 이와세로부터 4천만 국민을 환호케 한 역전 투런홈런을 작렬시켰다.
 
1대2 뒤진 상황에서 이대호를 빼는 과감한 대주자 기용
 
김경문 감독은 라인업 구성뿐만 아니라 선수 교체에 있어서도 다른 감독이 쉽게 할 수 없는 승부수를 띄우는데 1대 2로 뒤진 7회 볼넷으로 출루한 이대호 대신 정근우를 대주자로 기용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상대 투수는 후지카와 큐지, 일본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이 투수를 상대로 동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이대호를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주자로 나선 정근우는 1사 1-2루에서 이진영의 짧은 좌전안타에 홈을 파고드는 빼어난 주루플레이를 보여주었고, 만약 주자가 이대호였다면 결코 들어올 수 없는 안타였다. 팀이 1대 2로 뒤진 상황, 다시 한 번 공격 찬스가 이대호에게 돌아올 수 있는 상황에서 이대호를 빼는 작전을 구사하는 것은 결코 아무 감독이나 할 수 있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벌떼 마운드는 없었다.


 
2대 1로 앞선 상황에서도 일본 호시노 감독은 투수교체에 여념이 없었다. 선발 스기우치가 4회말 강판 된 이후 카와카미-나루세-후지카와-이와세-와쿠이까지 모두 6명의 투수를 출동시켰다. 어쩌면 이러한 마운드운영이 정상적일 수도 있다. 한 점, 한 점이 승부로 직결되는 올림픽 준결승 경기에서 벌떼 마운드 운영은 총력전을 나타내는 바이블과도 같은 운영.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바꿀 수 있는 타이밍에도 김광현을 믿고 8회까지 맡겼고, 김광현은 이러한 믿음에 응답이라도 하듯 초반 흔들릴 수 있는 위기를 잘 넘기며 8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의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 시드니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전 완투승을 이끌어낸 구대성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한 환상적인 피칭이었다.
 
믿음과 과감한 승부로 아무도 넘지 못한 벽을 넘은 김경문 감독
 
올림픽 결승, 김응룡-김인식 등 내로라하는 명장들이 넘지 못한 벽을 베이징에서 김경문 감독이 넘어섰다. 방콕과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는 했지만,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WBC 4강 등 세계 최고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문턱에서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에서 이겨보지 못했던 미국,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쿠바 등을 차례로 제압하며 본선에서 7전 전승을 거두었고, 준결승에서는 일본을 제압 'WBC 4강의 악몽'마저 완벽하게 치유했다. 이제 결승전 승리를 통해 야구 사상 최초 금메달 획득만 남겨두게 되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진출실패의 아픔을 겪었던 한국야구대표팀은 이제 8년 만에 메달획득을 넘어서 9전 전승이라는 초유의 성적으로 금메달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김경문 감독의 선수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과감한 승부수는 이처럼 역대 어느 감독도 넘지 못한 벽들을 차례차례 넘는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윤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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