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05 14:26 / 기사수정 2008.06.05 14:26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⑤
'Elite Eight' 신인 8인방의 맹활약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Elite Eight'(엘리트 8인방)이란 원래 미 대학 농구 NCAA 8강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그러나 여기서만큼은 올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특급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K-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인 8명에게 이 별칭을 부여하고 싶다.
사실 지난겨울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월척은 없지만 준척은 많다.'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그때 준척들은 올 봄을 지나면서 월척으로 성장했다. K-리그 전체 판도에 영향을 주는 존재로서 활약하고 있는 '네 마리의 용' 조동건-서상민-박현범-조용태와 팀의 미래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유망주 4인방' 서정진-신형민-박희도-이승렬 등 K-리그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던 '엘리트 8인방'이 있었기에 올 시즌 전반기는 더욱 즐거웠고 후반기는 더욱 기대된다. 특히 이들이 벌일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신인왕 경쟁 역시 올 시즌 최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lite Eight의 4룡(龍): 조동건 - 서상민 - 박현범 -조용태
조동건 (성남일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 데뷔전인 제주전과 이어진 전남전에서 신인 최초로 2경기 연속 2득점을 기록했고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성남 공격진, 그 중에서도 원톱의 자리에 '이적료 27억 원'의 김동현을 제치고 붙박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전남과의 경기에서 터뜨린 감각적인 로빙슛은 그의 예리한 골감각을 보여주는 좋은 예. 공간과 타이밍을 활용하는 능력과 위치선정이 뛰어나고 활동폭도 넓어서 두두와 모따가 집중 견제를 받아 공격이 원활하지 못할 때면 이들과 자리를 바꿔가며 양 사이드로 활발하게 움직여 상대 수비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리그에서 4득점 4도움을 올렸고 신인 선수 중 가장 많은 슈팅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공격에서 맹활약 중이다. 최근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국가대표로 발탁되었지만 정강이뼈 부상으로 하차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후반기에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성남의 우승을 위해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상민 (경남FC)
연세대 동기 조용태의 말을 빌리자면 절대 축구를 잘할 것 같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 그러나 2008년 서상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22살 중 한 명이다. 역시 서상민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개막전이자 프로 데뷔전이었던 대구전에서 2골을 몰아쳤던 것. 이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깜짝 발탁이 되는 영광까지 얻었던 그는 놀라운 집중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 들어가 골을 성공시키는 능력이 일품이다.
최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넘나드는 폭넓은 움직임을 자랑하는 서상민은 올 시즌 신인 중에서 유일하게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전 경기를 출장하고 있을 정도로 신인임에도 팀의 확실한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까보레와 뽀뽀가 빠진 공격진을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 김진용과 함께 이끌고 있는 그가 과연 경남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박현범 (수원삼성)
기성용(FC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대형 미드필더로 성장할 재목. 지난겨울 김남일의 이적과 김진우의 은퇴로 근심에 쌓여있던 차범근 감독에게 해법을 제시했다. 박현범이 금호고를 졸업할 당시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차 감독은 결국 지난 드래프트에서 박현범을 데려올 수 있었다. 김남일의 5번을 물려받은 그가 조원희와 형성하는 '더블 볼란테'는 상대 공격을 중원에서부터 무력화시킨다. 194cm라는 장신에서 나오는 제공권 장악은 물론이고 강한 체력과 스피드, 득점 능력까지 갖췄다.
제주와의 컵대회 개막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더니 제주와의 리그 7라운드에서 또 다시 리그 데뷔골을 뽑아내며 '제주 킬러'로 등극했다. 지난해 김남일이 컵대회 포함 총 9번의 경고를 받았고 조원희도 벌써 4번의 경고를 받은 데 반해 그는 아직 한 번도 경고를 받지 않을 만큼 탄탄한 수비는 물론이고 깔끔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이는 조금 더 터프해져야 한다는 과제의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조만간 K-리그는 물론이고 대표팀의 중원을 차지할 차세대 스타의 활약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조용태 (수원삼성)
박현범이 김남일을 훌륭하게 대체했다면 조용태는 안정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아니, 어쩌면 '수원의 안정환'보다 훨씬 뛰어나다. 조용태의 장점은 깔끔한 움직임과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과감하고 한 박자 빠른 슈팅이다. 지난 서울과의 컵대회에서의 뽑아낸 쐐기골과 전북과의 경기에서 터뜨린 극적인 결승골 역시 이런 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결과였다. 그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해주면서 조커로 맹활약했기에 신영록의 부상이란 암초를 만났던 차범근 감독은 기존의 조커였던 서동현을 부담없이 선발로 투입시킬 수 있었고 공격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올 시즌 리그 9경기를 모두 교체출전하면서 1골 3도움을 올렸다. 그로 인해 후반기에 돌아올 지난해 신인왕 하태균 역시 치열한 주전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 만큼 그는 이미 수원 공격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직은 개인 기록이나 영향력 면에서 조동건과 서상민에 비하면 조금 뒤지는 감이 있지만 후반기에 어떤 활약을 보이느냐에 따라 신인왕은 물론이고 수원의 미래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소리없이 강한 유망주 4인방: 서정진 - 박희도 - 신형민 - 이승렬
서정진(전북현대)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로 고생하는 전북에게 서정진의 약진은 큰 힘이었다. FC서울과의 리그 2라운드에서 데뷔전을 풀타임으로 소화해내며 최강희 감독을 흐뭇하게 했던 그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활발할 움직임을 바탕으로 과감한 돌파와 중거리슛을 보여주며 일약 주전급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전남과의 리그 10라운드에서는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데뷔골과 팀 승리의 기쁨을 동시에 맛봤다.
김정우(성남)와 같이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해 낼 수 있는 서정진은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잠재성이 엄청난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겨우 19살인 그는 아직 체력과 상황대처능력 등에 부족함이 있지만 후반기에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게 된다면 전북으로서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추가 영입 없이도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희도(부산아이파크)
부산의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사실 박희도는 2004 아시아학생선수권 대회에서 우수상과 MVP를 수상하기도 했던 유능한 골잡이였다. 하지만, 안정환, 정성훈, 김승현 등과 함께 스트라이커 자리를 경쟁할 것으로 보이던 그에게 주어진 보직은 수비형 미드필더. 좋은 체격과 빠른 스피드, 몸싸움 능력 등에서 그의 재능을 읽은 황선홍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는 중원에서 팀을 조율하다가도 기회가 주어지면 그의 공격본능을 살려 공격에 가담한다.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덕분에 신인 임에도 팀의 전담 키커까지 맡고 있다.
제주와의 리그 5라운드 경기를 통해 첫 선발 출전의 기쁨을 맛 본 그는 팀의 선제골까지 기록하며 데뷔 골을 터트렸고 포항전에서 후반 20분 정성훈의 선제골을 돕는 코너킥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키커로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최하위로 처져있는 부산으로선 후반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박희도의 전천후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형민(포항스틸러스)
박현범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신형민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시즌 초반부터 올 시즌 포항 신인들 중 유일하게 꾸준한 출장 기회를 얻었다. 포항 파리아스 감독도 신형민을 어리지만 자신감이 있는데다 힘과 슈팅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고 그를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꾸준히 출전시키며 경험을 쌓게 했다. 특히, 주장 김기동의 부상 이후 그의 공백을 대신해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황지수와 함께 홀딩 미드필더 듀오로서 중원을 책임지고 있다.
부산과의 리그 7라운드 경기에선 후반 35분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으로 팀의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하는 동점골을 기록하며 자신감도 갖게 됐다. 아직은 스쿼드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김기동이 돌아오면 다시 벤치를 지키겠지만,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조만간 김기동의 후계자로서 포항의 중원을 든든히 지킬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렬(FC서울)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FC서울에 입단했다. 박주영-데얀-김은중-정조국 등 공격진이 많은 서울에 입단하면서 한동안 2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시즌 전 LA갤럭시와의 친선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단번에 주전급으로 급부상했다. 빠른 스피드와 창조적인 플레이로 쳐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해낼 수 있어 서울의 공격진 운용에도 힘을 더해준다. 이제 겨우 19살인 그에게 귀네슈 감독이 거는 기대가 무색하지 않게 일단 출전하면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투지가 넘치는 어린 야생마와 같이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다닌다.
제주와의 리그 6라운드 경기에선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멋진 발리슛을 성공시키며 데뷔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체격이 부족하고 FA컵 고양KB와의 32강에서 PK를 실축한 아픔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BONUS: Q.올 시즌 신인들에게 가장 행복을 준 구단은?
A. 제주 유나이티드 (이유: 본문을 유심히 보시길)
그래도 모르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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