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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 극복' 정현욱이 말한다 "공 하나의 간절함" [XP 인터뷰]

기사입력 2016.03.27 06:30 / 기사수정 2016.03.26 18:5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내가 자포자기했던 경기 하나, 성의 없게 던졌던 공 하나의 절실함이 얼마나 두고두고 생각이 나던지…."

그동안 알리고 싶지 않았던 병. 정현욱(39,LG)은 "이제는 괜찮다.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나. 비밀로 할 수도 없다"며 엷게 웃었다. 

정확히 627일만의 등판이었다. 정현욱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시범경기에서 6회초 LG의 세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이닝을 종료하는데 공 7개면 충분했다. 외야 뜬공 하나, 내야 땅볼 하나로 타자 2명을 깔끔하게 처리한 그는 그렇게 627일만의 1군 등판을 마쳤다. 사실 정규 시즌 복귀가 아닌 시범경기 등판일 뿐이지만, 은퇴를 각오했을 정도로 먼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그에게 이날 던진 공 7개는 의미있을 수 밖에 없다. 

2014년말 위암 수술을 받았고, 항암 치료를 끝냈다. 정현욱은 "이제 6개월에 한번씩 꾸준히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덜컥 찾아온 암 선고와 수술 그리고 항암 치료는 당사자가 견뎌내야 할 고통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크다. 어쩌면 야구공을 손에서 놓아야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 이상으로 감내해야 할 정신적, 신체적 통증이 찾아온다.

한 눈에 보기에도 살이 쑥 빠진 정현욱은 "예전에 비해 20kg 정도 체중이 줄었다"고 설명하다가 이내 "그래도 이제는 좀 사람이 됐다. 어느정도 빠지니까 더 이상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20대 초반 이후로 가장 작은 사이즈 유니폼을 다 입어본다"고 웃으며 농담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도 "운동을 더 강도있게 해야하는데 예전만큼 되지 않는다. 아프다보니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있다. 마음은 있는데 몸이 안따라준다"고 말할 때는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흠뻑 묻어났다. 

당연히 은퇴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정현욱은 "이제 야구를 그만둬야하나하는 생각이 있었다. 은퇴도 생각했다. 그런데 트레이닝팀에 참 고마운게 '현욱이 1군에서 공 던지는거 한번 보자'고 정말 최선을 다해 도와주시더라"며 트레이닝 파트에 공을 돌렸다. 가장 고마운 사람들을 묻자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배려를 해주신 구단 분들 특히 2군 트레이너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싶다"는 답변이 나왔다.

고통은 생각을 변화시켰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을 그는 "복잡했던 생각이 단순해졌다. 세상에 건강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깨달음도 얻었다"면서 "후배들에게도 이런 말을 해준다. '얘들아. 나는 마흔살 먹고도 야구 더 해보려고 기를 쓰고 노력한다. 내가 딱 서른다섯살만 됐으면 좋겠어."고 말했다. "나이 먹은 선수가 열심히 안하는 것만큼 창피한게 어디있겠느냐"면서.

후배들을 보면 부럽고 신기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정현욱은 "예전에는 내 공도 빨랐었는데 지금 후배들의 공을 보면 '우와. 어떻게 저렇게 빠르지?'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껄껄 웃었다. 

위암을 극복하고 지난해 1군에 복귀한 정현석(한화)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정말 대단하다. 정말 괜찮나?"


1978년생인 그는 올해 우리나이로 서른아홉살이다. 아프지 않은 선수들도 현역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현욱이기에 여전히 그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1군에서의 성적 목표를 물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사실 야구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큼 좋은게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아프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마운드에 올라서 전력 투구하지 않았던 모든 경기들이 그렇게 아깝더라구요. 내가 필승조 투수에서 패전처리 투수가 됐을 때. 그때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던졌던 그 경기들, 대충 던졌던 공 하나하나를 다시 만회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어릴때처럼 커다란 기회가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매 순간 공 하나를 던지더라도 성의 있게 던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G 트레이닝 파트에서는 5월즈음 정현욱의 몸 상태가 100%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140~141km/h을 오갔던 최고 구속도 더 상승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현욱은 아직 1군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준비가 됐다고 해서 무조건 1군 자리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아는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소중한 공 1개를 위해 달릴 것이다.

NYR@xportsnews.com/사진=엑스포츠뉴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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