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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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이영호가 바라보는 e스포츠, 그리고 미래

기사입력 2016.02.27 03:53 / 기사수정 2016.02.27 04:36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9년. 강산이 바뀌기에는 1년이 부족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있었던 e스포츠에서는 정말 긴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고, 최고의 성적을 낸 사람이 있다. 바로 전 kt 롤스터 소속 스타크래프트 선수 이영호.

그 누구보다도 좋은 성적을 낸 동시에, 그 누구보다 많은 일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 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그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들려줬고, 은퇴 이후에는 선수 시절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인터뷰를 준비하며 이영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e스포츠의 중심에도, 그리고 그 시선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계속 프로게이머를 이어온 이영호. 이영호는 그 순간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다른 사람이 아닌 이영호의 눈으로 본 e스포츠가 궁금했다. 그리고 이영호가 막연히나마 그리고 있는 미래도 바라보고 싶었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영호는 담담하게 과거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도 말했다. 그러나 그의 미래를 말하는 순간만큼은 선수 시절 빛나던 그 눈빛과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최고의 선수 생활을 보낸 만큼, 종목이 바뀌더라도 최고의 감독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순간에는 'BJ 이영호'가 아닌 부스에 앉아있던 '승부사 이영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인터뷰에 이어지는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영호가 본 중요한 순간, 그리고 e스포츠에 대한 생각과 그의 미래에 관한 생각을 옮겨보았다.


지난 12월 은퇴식을 가지고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이제 일반인으로 돌아왔다. 일반인으로 돌아온 후 지금도 계속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동료, 그리고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나도 걸어왔던 길이고,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냥 게임하며 지내는 게 뭐가 힘드냐고 하지만, 무언가를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어떤 일을 하든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는 게 중요하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더라도 다들 잘 할 친구들이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많은 팬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오는 과정에서의 마찰과, 그 사이 인기를 얻은 리그 오브 레전드로 팬들의 관심이 옮겨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그게...(한숨), 어쨌든 나는 시대를 나쁘게 타고난 게 아니다. 브루드 워도, 스타크래프트2도 잘하다 은퇴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후배들이 힘든 게 문제다. 당시 구성원들의 판단이 아쉬웠고, 그 타이밍에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에 들어오며 e스포츠의 중심이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옮겨갔다. 브루드 워 리그가 조금 더 지속됐던지, 아니면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가는 과정이 조금 더 매끄러웠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소통이 더 필요했다. 협회나 블리자드에서 일하시는 분 개인은 다 좋은 분이다. 하지만 당시 소통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사람, 그리고 당사자인 선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래도 요즘은 소통을 많이 시도하시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오며 '택뱅리쌍' 중 '리쌍'으로 불릴 정도로 라이벌 관계이자 친한 사이인 이제동은 해외에서 활동했고, 본인은 한국에서 계속 활동했다. 해외 무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낸 이제동을 보며 자신도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는지.

(이)제동이 형이 해외로 나가서 잘하는 걸 보고 부러운 생각은 들었다. 나와 제동이 형의 성향 차이라 생각한다. 제동이 형은 혼자서도 잘 해나가고,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난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 혼자 해외에 떨궈놓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웃음). 그리고 브루드 워에서 그랬던 거처럼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최고의 자리는 kt 소속으로 오르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외를 아주 안 나간 거도 아니다. 스무 번 가깝게 나갔나. 가장 기억나는 대회는 2014년 IEM 토론토다. 브루드 워 시절 나 자신과 비교당하며 심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토론토에서의 우승은 힘이 없던 나에게 희망을 줬던 우승이었다. 나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준 추억이었다.




2015년 프로리그 통합 포스트시즌 준결승이 은퇴 경기가 됐는데, 진에어 그린윙스를 상대로 먼저 3승을 거두고 김유진에게 패배한 이후 나머지 팀원들도 모두 지며 역스윕을 당했다. 은퇴 전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한 게 아쉽지는 않나.

강도경 감독님이 경기 전날 너무 무리하신 나머지 병원에 입원하시느라 당일 경기장에 안 계신 게 정말 아쉬웠다. 3승을 하고 김유진이 상대로 나오자 대엽이와 성욱이가 우리를 믿고 편하게 하라고 했다. 김유진을 상대로는 따로 연습도 하지 못했고, 둘 다 평소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자신 있게 이야기 하길래 나도 친구들을 믿었다. 잘 하는 친구들이지만, 그날은 아쉽게 됐다. 하지만 그 일이 보약이 되어 올해 프로리그에서는 초반부터 성적이 좋더라. 매번 잘할 수는 없는거고, 그 일을 경험으로 더 강한 kt가 될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 여러 가지로 이슈가 많았다. 이제동과 벌인 2010 Nate MSL 결승 3세트에서는 온풍기 때문에 일어난 정전으로 고생한 것을 비롯해 많은 일이 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자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전록도 마찬가지다. 판정 사건도 당시 심판이었던 오형진 심판에게 나중에 사과받았다. 그 당시에는 정말 억울했지만, 지금은 시간도 지나고 나도 성장해서 그런지 별생각이 들지 않는다. 당시 삼성 코치분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연습실에서 경기를 보던 이지훈 감독님도 용산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었다. 다행히 그 경기를 이기고 내가 상위 라운드에 오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에 내가 거기서 패배했다면 파장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오형진 심판도 나중에 만나서 당시에 미안했다고 사과하셨고, 나도 알겠다고 하고 당시에 이어폰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서 잘 풀었다. 나에 대해 워낙 관심이 다들 높아서 그런지 당시 심판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없었던 거 같다.


브루드 워 후기 시절에는 블리자드의 패치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맵과 선수들의 노력으로 밸런스가 맞춰졌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블리자드의 유닛 패치가 이뤄졌는데, 두 시대 모두 겪은 선수로 최근 공허의 유산 밸런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허의 유산 출시 이후 패치는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게임 밸런스에 있어 중요한 걸 잡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나쁘지는 않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제 은퇴한 내가 이야기 할 문제는 아닌 거 같고, 시청자의 한 명으로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 아쉬운 부분을 찾는 게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도 2013년 이후 한국 팀이 세계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전 프로게이머로, 그리고 이제 일반인이 된 이영호로서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의 활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대단하다. 종목을 떠나 응원할 일이다. 그 선수들도 노력을 통해 이뤄낸 거고, 그런 모습을 나도 보며 응원하고 있다. 계속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팀으로 잘했으면 좋겠다. 국내 리그 경기에서는 당연하게 kt 롤스터를 응원하고 있다. kt 롤스터는 스타크래프트2 팀과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같은 층에 연습실이 있어 다른 팀 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썸데이' (김)찬호가 내 팬일 줄 생각도 못 했다. 맨날 눈치보고 말을 못 걸길래 '나한테 뭐 잘못한 게 있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웃음). 알고 보니 내 경기를 다 챙겨보는 팬이었다. 그걸 알고 깜짝 놀랐다. 알고 나니 눈치보고 말도 못 거는 게 영락없는 팬이라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글러를 하면서 '카카오' 이병권이나 '인섹' 최인석이 정말 정글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드는 역시 '페이커' 이상혁이라고 생각한다. 다섯 명이 한 팀으로 플레이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한 명이 스타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 능력을 보이는 게 정말 대단하다.




9년간 프로게이머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한국 e스포츠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 이영호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e스포츠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그것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일단 정식 종목이 되어 e스포츠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다른 나라는 게임 시장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고, 그 규모도 어마어마한데 한국은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닫혀있다. 정말 모든 일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하는 시대인데 이렇게 계속 부정적인 시각이 이어진다면 다른 국가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거다. VR의 등장처럼 IT 기술이 발전하면 e스포츠도 더 발전할 텐데, 지금 같은 시각이 이어진다면 다른 국가가 금방 따라잡을 거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나 방송 BJ, 그리고 제작 인력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인식 전환도 필요하고, 투자도 더 필요하다.

인식 변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하고 싶다. 인터뷰도, 홍보 대사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제 방송처럼 많은 사람이 e스포츠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도 좋다. 개인 방송을 e스포츠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전 선수였던 내게 이렇게 많은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첫 방송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 나도 몰랐다.




예전에 받은 팔 수술의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통증이 있는 거로 알고 있다. 군대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

팔 수술은 했지만 3급을 받았다. 아마 재검을 다시 받아봐야 알 거 같다. 어떻게든 내가 넘어야 할 과정을 넘긴다면 다시 e스포츠로 돌아오고 싶다. 감독도 해보고 싶다. 선수 시절 최고가 되어봤으니 그 경험을 선수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감독이 되면 그만의 재미도 있을 거 같다. 무얼 하던 즐기는 거고 도전하는 거니까. 미래의 일이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시간이 흘러 내가 하던 게임이 아니라도 자신있다. e스포츠화된 게임은 거의 다 해보는 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물론이고, 카트라이더나 스페셜 포스, 서든 어택, 피파 온라인까지 안 해본 게임이 없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종목의 스포츠나 e스포츠 리그는 해외 리그까지 가능한 만큼 다 챙겨보고 있다.


이야기한 대로 꼭 자신이 선수 시절 활동 외의 종목에서도 감독으로 역량을 발휘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과거 팀 동료였던 박정석 감독 역시 스타크래프트 선수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 감독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박정석 감독의 장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본인이 감독이 된다면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박)정석이 형은 성실하다. 나와는 다르다. 사제지간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정석이 형에게 많은 걸 배웠다. 정석이 형은 정말 바르다. 그 올바름이 종목을 초월해 훌륭한 지도자로 걷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본다. 나쁜 일은 절대 안 하고, 성실하게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이 정석이 형이다. 나는 정석이 형 보다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하는 편인데, 나중에 지도자로 어떤 스타일 차이가 날지 궁금하다.

내가 감독이 된다면 선수들에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즐기라고 하고 싶다. 연습 시간을 정해두고, 나머지 시간은 알아서 하더라도 성장할 선수는 성장할 거로 생각한다. 무언가를 이룰 사람은 누군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니다. 특히 결과로 말하는 프로의 경우 더 그렇다.

선수 시절 나는 모든 경기를 똑같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예선전도 결승도 똑같이 열심히 준비했다. 프로리그도 개인 리그도 똑같이 최선을 다했다. 누구한테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미래에 나와 같은 팀으로 활동할 선수들에게도 이야기 할 거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많은 팬이 있었고, 그 팬들이 첫 방송에 구름같이 몰려들며 여전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방송을 기대하는 시청자들과, 여전히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방송은 소통 위주로 브루드 워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차츰차츰 방송 시간도 늘릴 예정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게임도 할 예정이다. 첫 방송 날은 채팅창을 보는 거로도 힘들었다. 이제 서서히 방송 시간을 늘리겠다.

그리고 9년 동안 모든 팬을 일일히 만나보지 못했지만, 다들 오래된 가족 같다. 내가 팬들의 자부심이었고, 내 팬들은 내 자부심이었다. 방송을 하겠다는 결심도 팬분들이 나를 믿어준다는 생각이 바탕이 됐다. 방송이 미숙하더라도 항상 응원해주셨으면 하고, 나도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응원 많이 부탁드리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vallen@xportsnews.com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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