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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천수 "시대를 잘 탄 선수, 그래도 최선 다했다" [일문일답]

기사입력 2015.11.08 17:05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인천, 조용운 기자] '풍운아' 이천수(34)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던 악동의 뛰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이천수는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부산 아이파크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6라운드를 통해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지난 5일 현역 마무리 의사를 밝혔던 이천수는 유니폼이 아닌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나서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천수는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라 많은 얘기가 있지만 은퇴에 대한 고민을 6개월 가량 혼자 고민했다. 언제 내려놓아야 축구선수 이천수가 잊혀지는 시간이 더딜까 생각을 했다"면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여러가지 일이 많았던 선수라 은퇴가 시원섭섭하다. 그래도 운동을 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다음은 이천수와의 일문일답.

-  은퇴를 결정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는지.


"진지한 고민을 한 것은 6개월 정도 됐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혼자 끙끙대기도 했고 친분 있는 분께 물어보기도 했다. 박수 받을 때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인천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기에 좋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선배의 마음도 은퇴 결정의 이유다."

- 마무리하는 올해 인천에서 어땠는지.

"올해 1년을 정리하면 처음에는 좋지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행복하게 마치는 것 같다. 올해 인천의 시작이 힘들었다. 재정적인 문제를 비롯해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고참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움직였던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강등 1순위라는 평가와 달리 성적이 잘 나왔던 터라 이정도면 후배들이 팀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만 FA컵 결승전을 동생들에게 맡긴 부분은 미안하다."

- 고향팀인 인천에서 은퇴하게 됐는데 어떤 의미인지.


"인천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운동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던 곳이다. 인천 구단은 아쉬움과 미안함이 크다. 울산 현대서 뛸 때는 결승에서 만나 준우승을 안겼고 올해 FA컵 결승은 함께 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고향팀인 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 재능에 비해 더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반대로 시대를 잘 태어났다. '밀레니엄 스타'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그만큼 새로운 스타가 필요할 때 내가 뛰었던 것 같다. 그래도 축구에 많은 노력을 했다. 항상 이기려는 승부욕은 칭찬해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더 크다."

- 공교롭게 전날 차두리도 은퇴를 선언했는데.

"(차)두리 형과는 대학시절 동거동락했던 사이다. 두리 형에게도 축하의 말을 건넨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와 함께 그라운드를 떠나 기쁜 마음이 크다. 누구나 좋게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두리 형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좋게 내려놓는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지.

"평생 운동을 해왔기에 내려놓는 지금이 가장 기억에 남아야 할 것 같다. 경기로 따지자면 2006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 골을 넣었던 순간이 생각난다. 많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좋아하는 프리킥으로 골을 넣어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 고향팀인 인천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구단이 은퇴하는 순간까지 신경을 써주고 있다. 하지만 향후 진로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은 없다. 기사를 통해 지도자와 해설에 대한 말이 있는데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그래도 인천이 필요한 부분에는 적극 참여하겠다. 인천은 시민구단이라 후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홍보 차원으로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함께할 생각이다."

- 제2의 인생을 그려놓은 것이 있는지.

"우리 딸이 아빠가 바빠서 싫다고 투정한다. 우선은 딸과 놀아주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지도자 수업도 받을 거고 학업에도 충실해야 할 것 같다."

- 한일월드컵에서 말디니 머리를 찬 것이 아직까지 화제다. 다시 그 순간이 와도 말디니를 찰 건지.

"말디니를 찬 다음에 눈이 마주쳤다. 워낙 눈이 큰 선수인데 더 커지더라. 그래도 나는 우리 팀만 생각할 것이고 그런 행동은 막내가 해야하기에 당연히 똑같이 할 것이다."

- 지도자가 된다면 어떤 선수를 배출하고 싶은지.

"실전에 강한 선수를 만들고 싶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국가에서 축구를 경험했다. 배웠던 부분을 어린 선수들에게 알려줬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창의력이 가미된 실전에 적합한 선수를 만드는 것이 지도 목표다."

- 은퇴 선언은 했지만 아직 은퇴 경기가 남아있는데.

"11월28일 전남 드래곤즈와 은퇴경기를 치르는데 의미가 크다. 내 은퇴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다. 최대한 뛸 수 있을 때까지 함께하고 싶다. 몸을 잘 만들어보겠다."

- 인천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달라.

"숭의아레나가 꽉 차는 모습을 보고 은퇴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개인적인 욕심인데 은퇴 경기에 팬들이 많이 오셔서 경기도 즐기고 행복한 은퇴식이 될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한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인천 김한준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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