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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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갤러리 문화 성토한 H선수, 이래서 아쉬웠다

기사입력 2015.07.01 07:00 / 기사수정 2015.06.30 17:31

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활약 중인 H 선수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재한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H는 지난 27일 갤러리 문화에 일침을 가하는 글을 남겼다. 최근 대회장에서는 일부 매너 없는 갤러리들이 선수들이 스윙을 할 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거나, 선수들의 공간인 코스 안에 난입해 경기 진행을 방해했다. H가 이에 격분한 듯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은 아래와 같다. 


※ H 선수의 글

"투어 12년차에 한국 미국 일본 3국 투어를 뛰어본 경험자로서 또한 선수분과위원회 부회장으로서 한마디 안하고 넘어갈 수 없어 긴 글을 적습니다. (중략) 이런 '몰상식한 갤러리 문화는 언제쯤 바뀔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제 생각엔 아직 멀었습니다. (중략) 어떤 남1여2 인간이 티 박스에 버젓이 올라와 그 안에 물을 지네 마시라고 둔 것처럼 막 가져가길래 선수들 것이라고 단호하게 두번 얘기했다. 그래도 내게 눈을 흘기면서 지들 가져갈 건 다 가져가더라 (중략) 그래서 아직 수준 이하 갤러리 문화라는 낙인이 찍힌 거다. 외국 선수들도 다 알 정도니 말 다했죠 (중략) 그런데 제 위치가 지금 1부 투어에서 넘버2이자 분과위원회 부회장이라 그냥 두 눈 뜨고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중략) 선수들을 좀 배려해주는 넓은 마음을 가져주세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실행에 옮겨질 테니.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부터'라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중략) 덤으로 오늘같이 친 새파랗게 어린 후배는 몇살이냐니까 껌 짝짝 씹으면서 (중략) 죽빵을 확~ (중략) 79타 치느라 몸도 정신도 고생했는데 가지가지 신경 건드립니다. 못 쳤으니 참는다"

H가 이 글을 SNS에 올린 후 약 3시간 만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근 대회 현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H 의 발언에 많은 부분 공감했을 법했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적인 생각을 SNS에 올렸다는 것에 있다. 프로선수의 SNS는 일반팬을 비롯해 기자와 골프 관계자도 쉽게 글을 접하는 곳이다. 파급력이 상당하다.

H가 갤러리 문화에 대해 일침을 놓은 부분은 공감한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H는 현재 선수위원회 부회장 직책을 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H가 개인적인 공간에서 쓴 글도 마치 선수들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프로투어는 팬이 있기에 존재한다. 투어프로들이 대단한 명승부를 펼친다 해도 봐 주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KLPGA투어가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고, 치열한 중계권 경쟁까지 붙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KLPGA 투어프로들의 위상과 몸값이 올라갔다.

그런 점에서 선수들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H가 한 '갤러리 험담'은 자칫 공식적인 발언이 될 위험이 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SNS의 글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다 보니, 갤러리 문화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한 글이 마지막에는 후배를 공개 질타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H는 글의 말미에 '새파랗게 어린 후배'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정적으로 지적하며 '죽빵'이란 비속어까지 써가면서 깎아내렸다. 스포츠 중에서도 매너를 가장 중시하는 종목인 골프 선수가 이런 식의 표현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민망하다. H가 선수위원회 부회장 직책을 맡고 있기에 이 부분이 더더욱 아쉽다.

베테랑 투어프로는 어린 후배들의 '군기'를 잡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선수 전체의 권익을 대변하는 어른 역할을 하는 게 맞다. 한국 여자골프의 선후배 관계에는 다른 종목에 없는 남 다른 스토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한 원동력은 이른바 '박세리 키즈'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어린 선수들이 개척자와도 같은 선배들을 바라보며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기 때문 아닌가.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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