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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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랭커 손연재,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3.05.20 06:5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10년 1월 중순. 극심하게 추웠던 어느 날 한 소녀는 세종초등학교체육관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마지막 주니어 시즌을 마친 손연재(19, 연세대)는 냉장고 같은 체육관 안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난방이 되지 않는 체육관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손연재는 수구는 물론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위와도 싸워야했다.

어린 시절 운명적으로 리듬체조 수구를 손에 잡은 그는 리듬체조가 마냥 재미있기만 했다. 될 수 있으면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하는 것이 목표였고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척박한 국내 리듬체조 환경에서 손연재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 있던 전문가들은 "장차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해 가을 한국 리듬체조 최초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2012년 봄에 열린 러시아 펜자 월드컵에서는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체조연맹(FIG)이 주관하는 월드컵 대회에서 손연재는 한국 선수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리고 꿈의 무대였던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올해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한국 리듬체조에 처음으로 은메달을 안겼다. 현재(20일 기준)까지 네 번의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던 손연재는 월드컵시리즈 종목별 결선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또한 개인종합 순위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4위(불가리아 소피아, 벨라루스 민스크)에 이름을 올렸다.

동유럽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는 리듬체조 계에서 손연재는 한 걸음씩 정상을 향해 등정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가 빈번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한층 탄탄해졌고 루틴을 구사하는 집중력도 높아졌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하나 둘씩 갈아치우기 시작한 그는 어느새 세계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올해 FIG 리듬체조 월드컵 순위 6위에 올라있는 손연재는 이번 벨라루스 민스크 대회에서 포인트 15점을 획득해 5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한층 정교해진 난도와 물이 오른 표현력, 체력 문제는 여전히 과제


손연재는 올 시즌 새롭게 바꾼 네 가지 규정 종목의 프로그램을 모두 교체했다. 기술의 난이도를 대폭 끌어올렸고 독창성(Originality)을 강조하는 새 규정에 녹아들기 위해 자신 만의 신기술도 완성했다.

시즌 초반에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출전한 포르투갈 리스본 월드컵과 이탈리아 페사로 월드컵에서는 모두 개인종합 9위에 그쳤다. 그러나 불가리아 소피아 대회와 벨라루스 민크스 월드컵에서는 개인종합 4위로 도약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네 종목에서 흔들림 없이 17점을 훌쩍 넘어섰다는 점이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새 프로그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손연재는 난도의 구사가 한층 정교해졌다. 이전 대회에서 실수가 나왔던 부분을 보완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언제나 쉼 없이 연습하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노력은 '프로그램 완성도'로 이어졌다.

볼과 곤봉에서 나타나는 표현력은 단연 인상적이다. 리듬체조 국제심판인 차상은 MBC 해설위원은 "볼 종목을 연기할 때 나타나는 손연재의 표현력은 너무나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올 시즌 이어지고 있는 상승세를 봤을 때 개인종합 메달 획득도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체력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 민스크 월드컵 개인종합에서도 손연재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히 나타났다. 마지막 종목인 후프를 연기할 때는 리본과 곤봉을 연기할 때 느껴졌던 다이내믹함이 실종돼 있었다.

리듬체조 인재들을 즐비하게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저력도 경계할 부분이다. 지난 시즌까지 주니어 선수였던 야나 쿠드랍체바(16, 러시아)는 혜성처럼 등장해 올 시즌 두 번의 월드컵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차세대 리듬체조 여제'로 평가받고 있는 마르가리타 마문(18, 러시아)도 버티고 있다. 현재 부상 중인 2012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다리아 드미트리예바(20, 러시아)도 무시 못 할 존재다.



'리듬체조 최강국' 러시아에 도전하고 있는 국가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다. 벨라루스는 기량이 급성장한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0, 벨라루스)가 승승장구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간나 리자트디노바(20, 우크라이나)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손연재가 성장함과 동시에 리듬체조 강국들의 인재들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현재 손연재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그리고 우크라이나 에이스들과 메달을 다투는 위치에 올라섰다. 부상 방지와 체력을 위한 철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3년 전 냉장고 같은 체육관 안에서도 수구를 놓지 않았던 초심도 간직해야 한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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