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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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효과',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

기사입력 2008.01.01 01:09 / 기사수정 2008.01.01 01:09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현철 기자] 도시연고제의 문제로 시끄러운 한국프로야구, 새로운 마케팅의 모델이 일본 프로야구가 될 수는 없을까.

세이부 라이온스가 와타나베 히사노부(42)를 새 감독으로 추대하며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신생팀의 서울 연고'제만을 대안으로 삼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세이부의 새 감독인 와타나베는 8, 90년대 세이부의 주축투수 중 한 명으로 활약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많은 여성팬을 보유하기도 했다. 와타나베 감독의 취임식 때는 3, 40대 여성팬들이 찾아와 "현역 시절 팬이었어요."라며 환영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세이부는 이에 착안해 지금은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된 와타나베 감독의 여성팬들을 위해 홈 구장에 '키즈 스페이스'를 마련, '여심 잡기'에 돌입했다. 세이부의 한 구단관계자는 "현재 주부가 된 여성 팬들이 야구장을 메워준다면 좋겠다. 편의를 위해 홈 구장에 자녀가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와타나베는 선수생활 말년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이적하기도 했으나 1984년 세이부에 입단한 이후 세이부의 일원으로 전성기를 구가한 팀의 스타다. 그가 2군 감독직을 거쳐 그 팀의 사령탑에 오르고 그의 팬이 스타를 환영하는 모습. 이는 한국 프로야구에 '스타 마케팅'의 한 단면을 제시한다.

1982년 프로야구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모토 아래 출범했다. 프로 원년 개막전과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비운의 왼손투수' 이선희가 마운드에서 뿌린 눈물, 그 반대편에는 이종도의 '만루포'와 '불사조' 박철순의 '영광', 그리고 팬들의 환호와 아쉬움이 있었다.

'약체'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삼미 슈퍼스타스 또한 양승관이라는 걸출한 타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인천의 야구팬들은 그를 안타까워하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1984년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 역투' 아래 처음으로 페넌트를 휘날리며 부산 팬들과 기쁨을 나누었다.

그러나 출범 이후 만 26년에 다다른 현재, 프로야구는 프로 구단이 지닌 약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의 몸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60억 원의 인수금액을 내걸고도 한 해 200억 원의 운영비가 드는 야구단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는 현실 말이다.

구단이 돈이 되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일본과 한국은 '야구단'을 기업의 홍보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와 혈기 왕성한 젊은 청소년, 더 나아가 그들의 아버지, 삼촌뻘 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파고들었던 프로야구는 연고 구단을 '내 팀'으로 삼게 하며 인기를 모았다.

2007' 시즌 400만 명 이상의 관중을 야구장으로 모으며 '중흥기'에 돌입하는 듯했던 프로야구. 그러나 신생 구단 창단을 노리는 KT에 주어진 무리한 특권과 그에 대한 기존 구단의 반발로 인해 갑작스런 위기를 맞았다.

KT에 주어진 것은 인수 대금 60억 원이라는 '창고 대 방출'급 금액에 '서울 무혈입성 조건' 등이다. '현대 유니콘스란 구단이 그만큼 엄청난 혜택을 받아야만 떠안을 수 있는 구단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현대가 수원 구장에 팬들을 불러 모으지 못했던 이유는 연고 팬들에게 애정을 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기업이었던 현대는 시장이 큰 '서울 입성'을 노렸다가 임시로 수원에 더부살이를 한 것이었다. 팬들의 애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마치 유지를 받드는 듯 '서울 입성' 조건까지 승계했다. 과연 '서울 연고' 구단이 아니면 프로야구단 창단은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인가?

현대는 누군가가 '자원봉사' 개념으로 떠안길 만큼 매력이 없는 구단이 아니다. 1994년 전신인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이후 팀을 '노송'처럼 지켜온 이숭용(35)도 있고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로 한 시대를 풍미한 전준호(38), '왕년의 에이스' 정민태(37)도 있다. '공, 수, 주를 갖춘' 젊은 3루수 정성훈(27)과 김수경(28)-장원삼(24) 등 젊고 유망한 선발투수는 누구나 탐낼 정도로 매력적이다.

'새 감독 와타나베 효과'에 웃음 짓는 세이부는 인기구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존 도코로자와 구장에 뚜껑만 덮은 돔구장도 여름에는 통풍이 제한되어 야구 보기엔 '죽을 맛'이다. 25년 만에 리그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관중동원에도 실패했다. 홈 구장의 명칭은 매년 '구장 명 임대'로 인해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구단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스타 마케팅'이 어느 정도 성공은 했기 때문이다.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27. 보스턴 레드삭스)를 보내고 받은 포스팅 금액이 있기도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스타를 FA로 인해 보내면서도 또 다른 스타를 배출하며 팀의 얼굴로 내세웠다.

현재 세이부의 스타는 와타나베 감독만이 아니다. 마쓰이 가즈오(31.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자리를 단숨에 꿰찬 '미남 유격수' 나카지마 히로유키(25)와 올 시즌 17승을 따낸 '신성' 와쿠이 히데아키(21)다. 어머니들은 감독을 응원하고 자녀가 야구를 즐길 줄 알게 되면 세이부의 스타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 세이부의 '키즈 스페이스'는 단순히 주부 팬을 모으기 위한 공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프로 야구단은 단순히 기업 홍보와 이미지 재고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프로야구는 지역 팬들이 스타에게 던지는 애정과 질책 속에서 성장해 왔다. 단순히 구색을 갖추기 위한 참여가 아닌, 협조 속에서 탄생되어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야구단의 탄생과 발전을 기원한다.

<사진=두산 베어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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