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타이중(대만), 홍성욱 기자] 우리나라와 대만은 형제의 나라였다. 대만이라 부르지 않고 ‘자유중국’이라고 불렀었다. 그 땐 우리가 우리를 ‘자유대한’이라고 표현했으니 얼마나 가까웠는지는 짐작이 간다.
두 나라가 틀어진 건 1992년 우리나라가 중국과 ‘한-중 수교협정’에 가서명한 뒤부터다. 대만과 그 해 단교를 하게 되면서 감정의 골은 패였다.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대만 입장에서는 배신으로 느껴졌다. 당시엔 대만의 길거리에서 한국말이 들리면 돌을 던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났다. 대만의 젊은 세대들은 그 때의 상황을 깊게 느끼지 못한다. 4~50줄은 넘어선 중년 이후 세대들만이 한국과의 단교에 대해 기억할 뿐이다.
특히나 재선에 성공한 국민당 마앙주 총통이 중국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개선해가고 있는 만큼, 이제 한국과의 감정도 누그러지고 점차적으로 좋아지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야구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또 다르다. 인구 2,300만의 나라 대만은 야구가 국기(國技)다. 야구의 인기에 대항할 종목이 아예 없다.
CPBL(중화직업봉구대연맹) 산하 4개 팀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 참여하고 있고, 실업야구와 대학야구도 활성화된 상태다. 사회인야구에 참여하는 인원이 200만명을 훌쩍 넘을 정도다. 인구의 10% 이상이 자기 유니폼과 글러브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 사람들은 일본에는 져도 한국에는 꼭 이겨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라이벌 의식이다. 일본야구를 넘어서기 쉽지 않은 산으로 보는 반면, 한국야구는 잘하면 이길 수 있는 상대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대만이 일본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
한국과 대만은 똑같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지만 감정은 사뭇 달랐다. 일본이 한국을 대륙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으며 강하게 누른 반면, 상대적으로 대만에 대해선 문인통치를 실행하며 압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때가 대만 발전의 기틀이 확립된 시기라고 대만사람들은 인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만에선 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게 형성되고 있다. 입장권도 발매와 동시에 한국전이 가장 빨리 매진됐다.
NC다이노스에게 대만 대표팀이 27일 2-5로 패하자 대만 미디어에선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장소를 옮겨 28일 WBC 1라운드가 열리는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제대결을 펼치자 구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평일임에도 적지 않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6회 펑정민이 홈런포를 터뜨리자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졌다.
결국 경기에서 대만 대표팀이 NC에 2-1로 설욕하자 경기장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만은 승리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5일 저녁 있을 한국전에 대한 적지않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가간의 감정은 누그러지고 있지만 야구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대만의 홈텃세는 이번에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홍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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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만 관중들이 28일 NC와의 경기가 끝난뒤 경기장 밖에서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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