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임단 '슬레이어스'의 김가연 게임단주 겸 감독이 팀 해체를 공식 발표했다. 김가연 감독은 17일 심경을 밝히고 오는 11월 3일 핫식스 GSTL 시즌3 2라운드 패자조 경기를 마지막으로 팀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디스이즈게임이 지난 9월 진행했던 인터뷰를 통해 김 감독의 슬레이어스 해체 이유와 배경에 대해 들어 보자.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가연: 예전에는 팀 내부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 어설프게 이야기해 봐야 오해와 억측만 난무할 상황이라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슬레이어스 팀에 관련된 모든 것을 밝히고 털어내야 할 건 털고 싶다. 너무 많은 사건이 한꺼번에 터져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었다. 대인배의 마음으로 묻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큰 상처들이다.
- 슬레이어스 현재 상황은 어떤가?
문성원, 양준식은 2군으로 강등했으나 최근 어떠한 문제 발생으로 양준식은 방출할 예정이다(본인에게는 아직 통보하지 않았다). 김동원은 현재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고, 정승일은 원래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가끔 숙소에 합류하는 상황이었고, 최재원은 탈퇴가 아닌 방출이다. 김상준, 최종환, 황도형은 진로 고민으로 생각할 시간을 준 상황이었고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선택, 전향해 연습 중이다.
- 당초 이번 GSTL에 불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원래는 GSTL에 출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상 메인 전력이 절반 이상이 빠진 상태라 고민이 많았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들 중 GSTL 출전을 거부하는 선수들이 있어서 더더욱 결정이 힘들었다. 하지만 남은 선수들과 이야기해 보니 출전을 원했다.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서 그런 취지로 출전을 결정했다. 지금은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남은 사람들끼리 한마음으로 뭉쳤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 로스터는 어떻게 꾸려지나?
진로 고민 중인 3명을 제외하고 2군이었던 4명의 선수와 1군중 남은 4명으로 GSTL에 출전한다. 지난 GSTL 때부터 출전을 아예 기피하는 양준식은 엔트리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 임요환이 SK텔레콤 T1에 합류한 이유를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슬레이어스 창단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과거의 이야기들을 해야 하는 것이다.
- 무엇부터 이야기를 하고 싶나?
슬레이어스와 '스타2 협의회'와의 시작을 말해야 한다. 첫 단추가 잘못된 시작 되었다. 슬레이어스는 인텔이라는 후원사를 포함해서 가장 부유하게 출발했다. 임요환도 있었고. 그런 상황이라 협의회에서는 슬레이어스의 가입을 원했다. 하지만, 단체의 성격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때 터진 일이 김동주 사건이다.
- 김동주 사건은 무엇인가?
당시 김동주는 IM 소속이었다. 김동주가 성상훈 코치에게 임요환의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는데(나와 임요환은 전혀 들은 바가 없는 얘기였다). 그 일로 인해 IM에서 협의회에 요청해 GSL 출전 정지를 내부적으로 받은 상태인데 정확히 6개월인지 일년인지 확정이 안 됐다고 들었다.
강동훈 감독이 김동주가 IM팀에 대하여 외부인에게 안 좋은 얘기를 하고 슬레이어스에서 김동주를 몰래 데려가려고 했다는 내용으로 협의회에 말해 선수를 제재했기 때문에 김동주는 게임을 포기하려는 상황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선수를 몰래 빼가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기에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의 진실을 파악해야 했다. 그래서 김동주가 확보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한 내용들을 확인해보니 정작 선수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협의회 감독들을 만나 진상파악을 위해서 확보한 증거자료를 제공하고, 김동주와 정종현까지 입회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접한 모든 증거들 앞에서 할말이 없어진 강동훈 감독이 본인이 오해한 거 같다고 김동주에게 왜 본인에게 진즉 말하지 않았냐고만 했다. 어쩌면 제2의 피해를 본 우리 팀에게 사과할 줄 알았는데 본인들의 일과 무관한 다른 팀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에 대해서 사과조차 없었다.
협의회라는 단체에서 선수를 위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양측에게 명확하게 진상조사를 하지 않고 한쪽의 일방적은 얘기만 듣고 문제를 처리하더라. 그 사건으로 인해 협의회가 선수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단체라고 생각해서 가입을 포기하게 됐다. 들어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이운재 감독 사건이 터지면서 협의회의 문제점이 또다시 대두됐다. 그런데 이후에 사건이 또 터졌다.
- 무슨 사건인가?
NASL 사건이다. NASL 시즌1이 진행되고 임요환을 비롯한 선수들이 출전하려고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원종욱 감독이 연락해 와서 NASL 측에서 "본선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에게 비행기 값을 대주지 않는다. 이런 대우를 받고 해외경기를 나가면 안 된다. 출전을 보이콧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준비를 한 상황(후원사에서 비행기나 호텔을 제공)이라 출전해야 했다. 거부한다더니 결국 다른 팀들도 출전해서 이호준이 우승했다. NASL 시즌2가 시작되면서 다시 보이콧 요청이 왔고, 슬레이어스도 합류하길 원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보이콧을 통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한 보증금 제도에 대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이번에는 동참하겠다고 했다.
원종욱 감독은 곰TV와 협의회가 일을 진행해서 얻을 것을 쟁취하겠다고 약속해서 NASL 시즌2에 불참했다. 그런데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NASL 측과 어떤 대화라도 시도했는지, 양측 사이에 이메일이라도 오갔는지 보여달라고 했으나 원종욱 감독은 "그런 게 없다"고 했다.
사실상 NASL의 보증금 제도는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어느 정도 나는 인정한다. 예선전이 방송경기를 통해서 오랜 시간 이루어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본선 진출이 확정되지 않는 선수들은 경기를 마지막까지 참여하지 않고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그래서 선수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면 보증금에서 돈이 깎이도록 벌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걸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지했다.
NASL 시즌3가 진행돼서 또 고민이 됐다. 시즌2 때 보이콧했지만 얻은 결과도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참가를 지시하고 보증금도 납부했다. 슬레이어스는 8명이 예선을 통과했더니 이후 최윤상 감독에게 연락이 오더라. 우리 팀에 서운하다는 말이 요지였고 FXO는 예선에 참가했다가 급히 출전을 포기했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러므로 예선 통과한 8명을 포기시키라고 말했다.
나는 원종욱 감독이 나에게 결과를 보여주기로 했는데 그 결과는 아무것도 없고, 나는 더 이상 그 보이콧에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 최윤상 감독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분명히 오해하고 있을 다른 감독들에게 전달하길 원했지만 이상하게도 공유되지 않았다. 심지어 원종욱 감독은 슬레이어스 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었는데 그걸 전달하지 않아 다른 팀들에게 오해를 안겨주더라.
왜 그걸 전달하지 않았냐고 내가 물었을 때 원종욱은 NASL 2차 보이콧 때 나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하더라. 참으로 운영진들이 책임감 없는 단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 무엇이 문제였나?
NASL에 출전했기 때문에 슬레이어스 선수들의 연습을 도와주지 말고 '왕따'시키라는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 연습을 도와주지도 않을뿐더러 래더에서 채팅조차 못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중에 정말 친해서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선수들은 본인의 세컨 아이디로 우리 팀의 선수를 도와주곤 했다.
그 내용으로 여의도에서 원종욱 감독을 만나서 따져물었더니 "치사하지만 이렇게라도 슬레이어스 팀을 제재할 생각이다"고 당당하게 말하더라. 선수들끼리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슬레이어스를 왕따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항의했다. 원종욱 감독은 우리 팀이 따로 놀고 자기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면서 그들의 단체에 들지 않았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 번 항의했지만 여전히 해답도 없고 연습 거부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돼서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보다 못해 미국에 경기장에 가 있던 원종욱 감독에게 "나로 인하여 우리 팀 선수들이 피해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 팀을 해체할 테니 슬레이어스 선수들 모두 데려가라"고 요청했다. 또한 "우리 팀을 해체하게 됨으로써 후원사들에게 받은 후원금이나 손해배상에 대해서 정식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원종욱 감독은 회의를 통해서 결과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그나마 발 빠르게 이메일로 제재를 풀겠다고 보내왔다.
누가 누구를 무슨 권리로 왕따시키고 제재한다는 것인지… 하지만 그 이후로 우리 팀 선수들에게 확인해 보니 말로는 제재를 풀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선수들의 연습을 도와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하더라. 이건 현재는 해외 팀 소속인 전 oGs 소속의 선수가 해준 말이다.
- 연맹 팀들과 관계 악화는 결국 왕따가 시작이었나?
그렇다. 왕따로 인해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사이가 벌어진 것이다. 그때부터 다른 팀과 슬레이어스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였다. 비전 선포식 직전에 연락이 왔는데 연맹을 결성해야 하기 때문에 슬레이어스 합류를 요청해 왔다.
마음대로 제재하더니 임요환이 필요하니까 합류를 요청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 동업자 의식 운운하는 걸 보면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동업자라 생각해서 우리 팀 선수들을 왕따시키라고 지시한 것인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전혀 죄의식도 없는 단체다. 그래서 당연히 참가를 거절했다.
- 연맹 팀들과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나?
그들이 나에게 화해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 왕따를 포함한 연습 거부가 진행될 때 원종욱 감독에게 거듭 연락해서 확인했지만, 연습 거부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쪽 선수들은 감독님 지시로 여전히 연습을 도와주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선수들이 그런 감독의 지시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것도 우습다. 그러면서 정작 우리 팀 선수들에게 연습을 도와달라고 본인들은 말하고 우리 팀 선수가 도와달라고 하면 팀에서 못하게 한다고 한다. 이 무슨 이기적인 상황인가.
실제로 우리 팀 선수가 다른 팀의 선수들 연습을 도와준 인터뷰를 종종 봤을 것이다. 현재 무소속이지만 우리 팀에서 연습하며 머물고 잇는 김성한도 같은 피해를 받고 있다. 단지 슬레이어스 팀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현재진행형으로 이것은 계속 자행되고 있다. 원종욱 감독이 자신 있게 자신은 팀 선수들에게 해제했다고 말하는데 내 말이 거짓이라면 정식으로 항의하길 바란다. 우리 팀에 현재 연맹 소속이었던 선수가 있다는 걸 기억한다면 부정은 못할 것이다. 본인의 팀 선수 중 누가 한 말인지 삼자대면으로 가르쳐줄 것이다.
- 문성원 사건은 어떻게 된 것인가?
우리 팀에 한때 해외 파트를 맡아 하던 J매니저가 있었다. 그 친구가 원래는 임요환 선수에게만 관심을 두었었는데 처음부터 문성원과 친한 건 아니었지만 문성원이 성적을 잘 내던 시점부터 문성원의 경기을 지극정성으로 찾아다녔다. 슬레이어스 팀을 좋아하기 때문에 본인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맡아 해외 팬들과 소통하겠다고 하여 그 일을 맡기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팀의 해외 관련 매니저 일을 맡게 됐다.
지난 1월 우리가 두 곳의 후원사와 계약 종료되기 전, 사실 후원사들과 계약 연장을 위한 작업과 협의가 진행됐다. 그걸 그 친구가 맡아서 했는데 이상하게 후원사의 요구조건이나 우리와의 방향이 어긋난다는 보고를 받았다. 나는 나대로 '후원사가 성적을 잘 내고 있는 우리 팀에게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조건을 제시받았다. 결국, 나도 후원사와의 재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나는 후원을 따로 받지 않아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별 이상 없이 팀을 운영하고 추후에 후원사 작업을 따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선수들 사이에서 자꾸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됐고, J매니저의 행동에 의심스러운 점이 포착돼 내가 조사를 시작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J매니저는 나와 후원사들 사이에서 서로 다르게 보고했다. 즉 나에게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고, 또는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 그 후원사들과 어떠한 접촉도 없거나 거짓으로 협상 조건을 엉터리로 해서 그 후원사와의 협상을 결렬되게 하였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선수들에게 내가 후원사로부터 팀 선수들 이름으로 후원금을 받아서 그걸 착복했다고 말한 것이다.
우리 팀은 분명히 임요환 개인후원금과 후원물품들로 팀 지원을 받았다. 선수들이 분명히 요환 씨가 개인 돈으로 팀을 운영하는 걸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 매니저 말을 믿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어떤 후원사로부터 본인의 개인후원이 들어온 걸 내가 중간에서 커트했다는 J매니저의 말에 혹한 문성원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내가 그렇게 애정으로 보살펴 온 선수들이 어떻게 두 달밖에 안 된 매니저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건지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J매니저는 문성원과 몇몇 선수들에게 함께 나가서 팀을 만들자고 했다고 한다. 본인이 스폰서를 받아오겠다고….
중요한 건 문성원은 이 부분은 어떠한 확인조차 없이 그 말만 믿고 J매니저와 일을 진행하려 했다가 내가 진실을 파헤치자 그때야 사실을 털어놓았다. 게다가 선수들 중 아무도 나에게 이걸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충격이었다. 정말 그땐 그 매니저를 법적으로 처벌하려 했다. 그런데 선수들을 위해서 참아야 했다. 내가 눈치를 채고 알아내서 이 사건이 파헤쳐진 것이지… 아마 몰랐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선수들이 나간다고 했을 것이다. 이후로 문성원의 팀 탈퇴 발언이 시작됐고 나도 문성원을 무조건 믿었던 신뢰가 깨지기 시작했다.
문성원의 주장에 의하면… 문성원을 비롯해 외국 대회에 주로 출전한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른 팀에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고, 여전히 왕따를 시키면서 슬레이어스와 내 욕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외국 팀으로 가면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을 거라면서 이적을 권유하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문성원, 양준식, 최재원, 김동원 등이 외국 대회에 나갈 때마다, 그것 때문에 슬레이어스 선수로 활동하기 힘들다는 말을 너무 자주 들었다. 그것이 문성원이 팀을 나가겠다고 주장하는 표면적인 첫 번째 이유였다.
- 그것이 문성원의 징계 사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징계 이유는 무엇인가?
징계받을 이유가 따로 있었다. 일단 앞선 연맹 팀의 왕따의 이유는 상황 설명(NASL 출전에 관련된 사건)을 하고 이해를 시켰다. 이후에 문성원이 최재원과 자주 어울리기 시작했다. 둘이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재원이 팀 분위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시작했다. 선수들이 연습에 집중하고 GSTL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말도 듣지 않고 게임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당시 임요환이 어깨가 아파서 쉬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래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팀에 합류시켜 선수들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최재원의 말은 감독님에게 말하고 임요환도 왔는데 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도대체 뭘 했냐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나는 최재원의 말에 굉장히 미안했다. 선수가 계속 불만을 토로하는데 변화가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최재원이 목이 아파서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말하더라. 디스크 초기라서 쉬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GSTL 4강을 앞둔 상황이었다. 본인은 준비한 게 있으니 집에 가서 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홍승표 코치에게 물었더니 준비한 맵에 준비한 빌드가 있어서 집에 가서 연습해도 지장이 없다고 해서 귀가시켰다. 하지만 최재원은 홍승표 코치에게 집에 가면 나는 게임을 하지 않을 테니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주말에 경기를 앞두고 엔트리에서 빼달라는 요청이 왔다. 몸이 너무 아픈 것 같아 보여서 메신저로 이야기를 걸었는데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메시지를 남겼다. 엔트리에 넣긴 할 테니 몸과 마음 잘 추스르고 경기장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후에 홍코치에게 최재원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누나는 나에게 대체 왜 그러냐고 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경기장에서 보자고 한말이 무슨 나쁜 말인가? 홍승표 코치가 그제서야 최재원이 게임 그만둔다고 했다는 말을 하더라. 그래서 최재원에게 나에게 직접 말을 하지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정말 쉬고 싶다는 내용이었고, 외국 팀으로 이적하거나 다른 팀으로 옮길 생각이 없으니 제발 자기를 놔달라고 하더라.
최재원이 나가는 것을 막을 생각도 없었고, 본인이 게임을 하지 않고 쉬겠다고 해서 슬레이어스를 나가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이후에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니 해외 팀을 구한다면서 방송을 하고 있다더라.
그래서 왜 나에게 거짓말을 했냐고 물으며 프로답지 못한 자세를 지적했다. 문성원이 왜 팀을 나가려고 했는지 아느냐고 되묻더라. 최재원의 말은 자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본인이 팀 분위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가고 싶다고 하니 문성원도 같이 나가자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문성원에게 그 말을 확인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
최근에는 최재원이 전화해서 자신의 게이머 인생을 망칠 생각이냐며 김동원, 양준식, 문성원 문제를 나에게 엮느냐고 항의하더라. 그러면서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본인을 키워주던 게임단의 구단주에게 어따 대고 소리를 지르냐"고 말했더니 "똑같이 그러는 누나는 어따 대고 그러냐"고 말하는데 기가 차더라. 옆에서 듣다 못한 임요환이 전화를 받자 "형은 뭘 했냐"며 역시나 소리를 높였다. 최재원은 올해 말까지만 <스타 2>를 할 생각이라고 그래서 편하게 게임을 하려고 팀을 나간 거라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런 건지는 지켜봐야겠다. 나중에라도 그런 적 없다고 딴소리를 할까 봐 통화 내용도 녹음해 놓았다.
2년 동안 억대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지극정성으로 팀을 꾸렸는데 오히려 선수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상황에서 임요환이 충격을 받았다. GSTL 결승전까지 가게 됐음에도 팀 분위기는 너무 좋지 않았다. 팀의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문성원과 최재원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래서 문성원을 집으로 보냈고, 최재원은 방출을 결정했다. 팀원으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했고 분위기를 흐린 것에 대한 징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문성원에게 이를 통보하려 했으나 문성원은 주말에 외출했는데 팀에도 복귀하지 않고, GSTL 연습도 도와주지 않는 등 사람이 달라졌다. 나와 임요환은 문성원 대신 김동원에게 얘기했다. 사실 동원이가 그전에는 나랑 농담도 잘했는데 어느 순간 어려워하면서 눈도 못 마주치더라…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얘기하고 싶었다.
문성원이 이미 전에도 두 차례 팀을 나가고 싶다고 말했고, 그 때마다 그 이유를 들어주며 상황을 이해시켜주고 끌고 갔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이러한 문제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김동원 등 같은 팀원에게도 전이되고 있는 것 같기에 4강 진출에도 불구 하고 이 정도라면 심각하다고 판단됐다. 김동원이 그에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 된 길을 갈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요환은 제 살을 베는 기분으로 "문성원은 지금으로서는 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니 네가 잘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동원도 혼란스러웠는지 집에서 쉬면서 게임에 집중하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다.
문성원은 그 다음 날이 돼서야 숙소에 돌아왔다. 아마도 김동원에게 얘기를 전해 들었는지 임요환과 얘기하기도 전에 이미 짐을 다 싸놓았다. 임요환이 문성원을 불러놓고 얘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문성원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임요환이 문성원에게 2군 강등이고 집으로 귀가하라고 말하니 그럴 필요 없이 자기가 팀을 나가면 된다 말했고, 임요환이 팀과 계약이 된 선수라고 말을 하자 문성원은 그건 계약이 아니고 노예계약이라고 말하더라.
우리가 선수와 한 계약서는 후원사 제출용으로 계약 기간 1년에 상금 쉐어 비율(선수가 대부분 수령)을 책정했지만, 실제로는 받지도 않았다. 우리가 돈을 받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걸 노예계약이라고 하는 순간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계약서 작성한 선수는 문성원과 김동주를 포함해서 총 5명이었다.
- 임요환은 문성원?최재원 사건 때문에 슬레이어스를 포기하기로 결심한 건가?
우선 노예계약이라는 말에 크게 상심했다. 임요환은 십 수 년 전에 선수들이 아주 어렵게 생활해 온 기억을 살려서 가능한 선수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했다. 많은 비난의 화살을 맞으며 고향을 떠나 <스타 2>로 먼저 넘어왔지만 선수로 생활을 계속하고, 후진을 양성해 그들로 하여금 e스포츠의 미래를 맡기고 싶어 했던 게 임요환의 꿈이었기에 그가 애지중지 키운 문성원의 언행에 큰 좌절감을 맛보았다. 당시 임요환은 <군단의 심장> 발매 전에 복귀하기 위해 준비하는 상태였지만, 오히려 게임을 그만두려고 했다.
- SK텔레콤 T1에 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임요환은 관리자로서, 선수로서의 열정이 급격히 수그러들고 있었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나도 매우 힘들었다. 평소 선수들에게 프로선수로서의 10년이 넘는 경험을 내외적으로 가르치고 있었지만 선수들은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에게 T1에게도 도움이 되고 또 남겨진 선수들에게도 자극적이며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임요환은 며칠 동안 많이 고민하더니 이내 그러는 게 좋겠다고 했다.
- 김동원, 양준식은 어떤 케이스인가?
문성원의 그늘에 가려 있던 김동원은 문성원을 많이 따르고 친했다. 임요환이 문성원을 챙겼다면, 나는 김동원을 챙겼다. 그런 사건이 터지면서 문성원에게 물들까 봐 김동원을 떼 놓을 필요가 있었고 마침 손목도 좋지 않아서 집으로 보냈다. 집으로 보냈더니 성적도 잘 내더라. 김동원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GSTL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김동원도 이유 없이 문성원을 따라하는 행동이 실망스럽기는 하다.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는 물었을 때 김동원도 어느 순간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물었지만 대답은 못하더라.
양준식은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슬레이어스 창단 멤버가 아니라 연습생으로 합류한 선수다. 무엇을 시켜도 솔선수범했고 성실한 선수였다. 그런데 외국 대회를 나가면서 뭔가 다른 모습이 보였다. 사람이 돈과 명예를 좇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 팀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추고 화려하게 시작했다. 여의도 숙소 시절 밴과 승용차를 모두 쓰면서 애들을 챙겼다. 일도 시작하고 김포로 옮기면서 홍승표 코치의 비중을 높였다. 애초부터 헝그리 정신 자체가 없이 시작했다.
시작이 어려웠다면 상황이 좋아지면서 감사해졌을 텐데 처음에 좋았더니 거꾸로 나빠진다고 생각하고 불만만 생겼다. 양준식의 불만은 해외 대회에 출전하고 귀국할 때 공항에 마중 나오지 않아서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장에 감독이 직접 안 데려다 줘서 짜증난다는 것이 이유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숨밖에 안 나왔다. 그래서 곧바로 집으로 보냈다.
내가 뭐를 잘못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이유라니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10월 6일까지 별도의 통보가 없으면 계약기간이 자동적으로 연장된다. 양준식은 아무런 통보를 해오지 않았고, 사실상 계약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양준식을 팀에서 퇴출할 것이다. 밝힐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최근에 일어났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치명적인 문제이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연관된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밝히지 않겠다. 이후라도 분쟁이 생기면 그 때 가서 봐야 할 거 같다.
- 한규종을 KT로 보낸 것은 어떤 이유인가?
한규종은 문성원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불안했다. 문성원에 휩쓸려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그의 길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도 가야하고 성적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웠다. 다른 식으로 꿈을 펼칠 기회가 있다고 설득했고, 마침 KT에서 코치 영입 제의가 왔다. 처음에는 홍승표 코치를 생각했다가 테란 코치를 원해서 한규종을 설득해서 보낸 것이다.
- 앞으로 선수 영입 제안이 오면 보낼 생각이 있나?
그렇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이적료 없이 보낼 것이다. 내가 선수들 이적료를 챙기려고 팀을 만든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애초에 원했던 대로 모두가 함께 창단 팀으로 갈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차피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전에 문성원은 나중에라도 케스파에 영입돼서 연봉을 받고 좋은 팀에 갈 기회가 생기면 보내주겠다고 말했는데 본인은 협회 소속 게임단으로 죽어도 안 간다고 장담했고, 기존 케스파 프로게임단에서 이미 해봤기 때문에 다신 그 생활을 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케스파 프로리그에는 절대 출전하지 않겠다고 확언했다. 과연 진실인지는 두고볼 생각이다.
- 계약서를 안 쓴 선수들은 잡을 명분이 없다. 계약서를 쓴 5명은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되나?
계약서를 안 쓴 선수들은 당연히 잡지 않고 계약돼 있어도 그들이 진정 원할 때 보내줬다. 계약한 선수들은 기간이 끝나면 본인이 원하는 팀으로 가겠지 않는가? 김동주도 계약서를 썼지만 원해서 보내줬다. 선수들이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은 안하고 적어도 프로다운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 계약한 선수들은 11월에 계약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단언컨대 계약서 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내가 지키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 꼬투리를 잡아서 팀을 나겠지만, 팀에서 지키지 않은 내용은 하나도 없고 선수들에게 10원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임요환에게 배당된 금액도 선수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그렇게 팀에 투자했다. 내가 알기로 양준식은 이미 갈 해외 팀을 정했다고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사실 여부를 알 수는 없다. 다만 다른 팀에 가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 후원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운영에 문제가 생길 텐데.
일반적으로 후원은 팀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필요한 부분이다. 굳이 후원을 하지 않아도 지금처럼 내가 운영비를 투자해서 꾸리면 된다. 굉장히 좋은 조건의 좋은 기회들이 있었지만 이기적인 선수 덕분에 날아갔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 팀은 내가 선수들에게 돈을 받고 그 돈으로 팀을 운영한다는 루머가 있다고 한다.
누구의 입에서 나간 것인가? 원래 외부적으로는 모두가 우리 팀이 임요환 개인후원금으로 운영한 것을 알고 있는데 내부인이 그런 루머를 말했기에 그걸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추측하건대 팀을 빠져나가기 위해 팀과 나에게 위해가 되는 루머를 퍼트린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예전 협의회 팀 중에서는 선수들에게 달마다 돈을 받고 아마추어 숙소처럼 운영을 했었다. 나중에 협의회 규정에 의해 선수에게 못 받게 했으나 어느 팀은 여전히 차명계좌로 받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후원금을 받고 있으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 그래도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후원도 필요하다.
이미 맨땅에 헤딩한 상황이다. 이미 몇 억대가 운영비로 나갔다. 처음부터 수익을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모두가 잘되는 그림을 원했던 상황이었기에 아쉽기는 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져가는 이유는?
남은 선수들이 있다. 최근 성적이 저조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여전히 슬레이어스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서 함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 언제까지 슬레이어스를 운영할 것인가?
잘 모르겠다. 선수들이 GSTL에 출전할 엔트리도 못 채울 수준이 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나도 예측을 못 하겠다. 상황들이 급변하기 때문에 확언을 못하겠다.
- 슬레이어스를 두고 '사관학교'라는 말도 나돈다.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슬레이어스를 처음 만들 때 임요환을 필두로 엄청난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제 임요환이 없고, 그런 상황에서 나를 믿고 따르는 선수들에게 부모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선수들이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슬레이어스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에 대한 오해도 있는 듯하다.
김동주, 윤영서, 조명환, 김성한은 팀을 나갈 때 문제가 없는 케이스다. 윤영서는 본인이 가고 싶다고 요청해서 보내줬다. 외국 팀이 아니라 다른 팀으로 옮겨서 활동하고 싶어했고, 그 과정에서 팀리퀴드의 요청이 온 것이다. 옮겨서 잘하고 있고 볼 때마다 너무 기특하고 뿌듯하다. 연습을 많이 하거나 노력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면 문성원이 노력형이라면 윤영서는 정말 천재형이다. 아마 정말 시스템 안에서 훈련한다면 내가 볼 땐 최고의 선수가 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렇게 세세하게 밝히는 건 팩트를 밝혀야 남은 선수들에게 억측과 오해가 난무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 오늘 이 기사를 보고 각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내가 몰랐던…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진실을 또 털어놓을지… 아니면 정말 다른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할지는 지켜봐야겠다.
결론은 누가 옳고 그르다보다 적어도 왕따 같은 일들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연맹의 한 선수는 부캐릭으로 슬레이어스 숙소에 머물고 있는 김성한에게 '슬레기'라고 채팅으로 욕하더라. 왕따도 시키는데 뭐라고 욕인들 못하겠냐만, 소양교육을 시키면서도 왕따를 지시하는 모순적인 행동이 어린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맹 측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모든걸 조용히 묻어버릴 수도 있었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연맹 측은 내가 동업자 의식이 없다고 말한다. 과연 우릴 동업자라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했던 건가? 하나의 단체가 세력을 형성하고 파워를 갖는 건 그 단체가 앞으로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라 생각한다. 허나 연맹 측에서는 운영진의 기본 마인드부터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로 단체의 파워만 보이려고 했다.
진정 e스포츠가 발전하길 원한다면 제한적인 협약보다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공간과 상황을 더 갖춰주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표면적인 이유로 그럴싸하게 포장할뿐, 실제적으로는 자기 밥그릇 보존에 신경 쓰는 걸로 보이기 때문에 나는 이후에라도 신뢰할 수 있는 운영진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연맹에 가입할 의사가 없다.
임요환의 SK텔레콤 T1 코치행 기사에 '슬레이어스 팀의 연맹 비가입 이유를 알 거 같다'는 헛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이것이 팬들이 궁금해하는 '슬레이어스 팀이 연맹에 가입하지 않는 단호한 이유'다.
이 많은 얘기들을 자세히 하는 건 '우리가 억울하다' 이런 것이 아니다. 어차피 팀은 없어지면 기억에서 사라지겠지만 선수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 오해가 쌓이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될 루머들을 모두 정리하고 싶었다. 이것 또한 팬들이 알고 싶어했으나 내가 그동안 말을 아껴 왔던 이유다. 진흙탕 싸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난 거짓을 말한 게 하나도 없다. 그들이 나에게 말 안 한 진실이 있다면 스스로 밝혀주길 바란다.
이상이 김가연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 감독은 남아 있는 선수들이 있고, 여전히 슬레이어스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서 팀을 계속 운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진 일들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팀을 꾸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가연 감독은 "연맹 측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모르겠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이 진실 공방으로 일이 흘러갈 경우 디스이즈게임을 통해서 그동안 모아둔 모든 증거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글] 게임분석팀 game@xportsnews.com
게임분석팀 gam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