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07.06 00:54 / 기사수정 2004.07.06 00:54
우승 확율 150분의 1. 0.67%의 확율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리즈경기장, 62,865명의 관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결승전에서 그리스는 단 한 번의 코너킥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홈팀 포르트갈을 1-0으로 꺾고 사상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리스가 경기초반 미드필드에서부터 주도권 싸움을 할지 모른다는 필자의 예상은 빗나갔고, 그리스는 경기 초반부터 레하겔식 수비 축구를 앞세워 포르투갈의 공세를 적절히 막았습니다. 체코전 영웅 델라스와 부상 우려가 있던 캅시스의 중앙 수비에 리베로 역할의 카수라니스까지 가세 수비벽을 튼튼히 했고, 예의 좌우 욍백 세이타리디스와 피사스는 대인마크에 충실하며 포르투갈의 좌우 윙플레이를 차단했습니다.
스콜라리 감독이 내세운 공격진의 포지션 이동 전술과 17개의 슛, 23개의 프리킥, 10개의 코너킥은 그리스의 견고한 벽을 뚫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리스 골키퍼 니코폴리디스의 선방과 수비수에 맞는 등 아쉬운 장면도 있었지만 골을 못 넣은 것에 대한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경기는 시종일관 단조로운 양상이었고, 필자 역시 그리스의 축구 스타일이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승리마저 평가절하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한국대표팀의 2002 월드컵 당시 모습과 흡사하게 2명, 3명 혹은 4명의 선수들이 포르투갈 선수를 에워싸 공을 빼앗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또 그리스 선수들은 분명 포르투갈보다 조직력, 체력, 정신력에서 앞섰습니다. 그리스 선수들의 플레이가 투박해 보이긴 하나 그들은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리스는 '유럽의 브라질'이라는 개최국 포르투갈에 2차례 모두 승리했고, '무적함대' 스페인과 비겼으며, 디펜딩챔피언 '아트사커 레블뢰' 프랑스와 최고의 우승후보 체코를 모두 이긴 명실상부한 챔피언입니다.
수비축구라 해도 우리 대표팀이 몰디브와 혹은 베트남과 경험한 1-9-1 의 어이없는 포메이션이 아닌, 그렇다고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와도 다른, 오히려 히딩크감독의 한국축구에 가까운 그리스식 축구는 현대축구에 새로운 '숙제'를 내어줬습니다. 유로2004에서 나타난 새로운 축구조류가 '기존의 압박축구를 벗어나는 축구' 정도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한 단계 앞서, 그들은 '압박축구를 벗어나는 축구에 대한 새로운 압박과 수비'를 선보였다 할 수 있습니다. 써놓고 나니 말장난같이 되어 버렸는데 필자의 요지는 축구 선진국이 유로2004에 내놓은 새로운 전술은 그리스식 축구에 무릎을 꿇었고, 그로 인해 세계 축구는 다시 한번 풀어야 할 숙제를 얻은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스의 유로2004 우승은 유럽의 축구 선진국에게 자극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곧 그들과 아테네 올림픽에서 마주칠 우리 올림픽팀에게도 충분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리스는 명실상부한 챔피언의 위용으로 그들의 홈에서 한국과 개막전을 치룰 것입니다. 어쩌면 그리스의 우승은 우리에게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테네 올림픽 축구 개막경기에서 유로2004 우승의 주역들이 포진한 그리스 팀에게 승리하는 우리 올림픽 선수들의 모습... 생각만해도 기분 좋은 일 아닙니까? ^^
◎ 경기기록
포르투갈 |
|
그리스 |
0 |
득점 |
1 |
2 |
경고 |
4 |
0 |
퇴장 |
0 |
17 |
슈팅 수 |
4 |
23 |
프리킥 |
24 |
18 |
파울 |
19 |
10 |
코너킥 |
1 |
4 |
오프사이드 |
3 |
31 |
점유시간(분) |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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