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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라이벌' 구도, 이제는 울산으로 기울었다…홍명보 감독도, 설영우도 인정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4.03.12 22:14 / 기사수정 2024.03.12 22:46



(엑스포츠뉴스 울산, 김환 기자) 현대가 라이벌 구도는 이제 울산HD 쪽으로 기울었다. 울산의 홍명보 감독과 설영우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HD는 12일 오후 7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반전 추가시간 터진 설영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울산은 1, 2차전 합산 스코어 2-1로 전북을 제압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울산과 전북은 전반전 내내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기회를 살린 쪽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김정훈 골키퍼의 선방에 몇 차례 고개를 떨구기도 했으나 결국 전반전 추가시간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공격에 가담한 설영우가 터트린 멋진 득점이었다.

후반전에는 수비에 집중했다. 전북의 공격이 거셌던 탓에 울산은 측면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을 총동원해 수비벽을 쌓았다.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몇 번의 유효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울산은 후반전 동안 리드를 잘 지켜내며 1-0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2021년 준결승전에 올랐던 울산은 3년 만에 ACL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울산의 상대는 요코하마 마리너스와 산둥 타이산 경기의 승자다. 두 팀의 1차전에서는 요코하마가 2-1로 승리했다.

더불어 클럽 월드컵에도 한 걸음 다가갔다. 이날 정규시간 내 승리해 AFC 랭킹 포인트 6점(승리 3점, 다음 라운드 진출 3점)을 확보한 울산은 다음 라운드에서 2점을 추가하면 전북에 역전해 클럽 월드컵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 지을 수 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과 결승골의 주인공 설영우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집중력과 자세를 보여줬다. 상대가 강팀이었고, 라이벌 관계에 있는 팀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압박감을 받았겠지만 오늘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홍 감독과 동석한 설영우는 "전북과 2차전을 열심히 준비했다. 준비와 별개로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준비했다. 무엇보다 승리를 가져와서 기분이 좋다. 모든 팀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오늘 경기의 전술적 포인트는 주민규의 위치였다. 주민규는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으나 계속해서 중원으로 내려와 공을 받아주고 전방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면서도 전방에서 전북 수비와 싸우면서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주민규가 공을 지켜낼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중원으로 내려와 플레이할 능력이 있다. 상대 수비가 따라나오면 뒤에 공간이 생기고, 그러지 않는다면 주민규 선수가 위협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세컨드볼을 따낸 후 엄원상과 루빅손이 공간으로 침투하는 전술을 준비했다"라며 주민규의 활약을 평가했다.

이어 "몇 차례 좋은 장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경기를 풀어가는 전반적인 과정들이 좋았다. 덕분에 높은 위치에서 공격과 수비를 할 수 있었다"라며 주민규를 이런 방식으로 기용한 게 팀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제는 라이벌 구도가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 울산은 '현대가 라이벌' 중 밀리는 쪽이었고, 항상 2인자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울산에 부임한 이후 서서히 기세가 기울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울산이 앞서고 있다.

홍 감독은 "2021년에 부임했을 때에는 전북이 좋은 결과들을 내고 있었고, 울산은 2인자의 역할을 맡았다. 나는 부임할 때부터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강팀과 경기를 할 때 편안하게 준비하라고 말한다. 선수들이 전북을 상대할 때 부담감이나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경기 전날 레크레이션 식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승리까지 이어지며 변했다"라며 자신이 부임한 이후 울산이 달라졌다는 걸 인정했다. 

또 홍 감독은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반대로 기울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클럽 월드컵에 나가기 위한 경기가 남아 있는데, 중요한 대회에서 강한 상대를 만나 이겼다는 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날 승리가 더욱 중요한 이유를 짚었다. 



설영우에게는 세리머니와 관련된 질문이 들어왔다. 설영우는 득점을 터트린 뒤 울산 홈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팔을 높이 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팔이 빠지며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이내 치료를 받은 설영우는 후반전까지 소화하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설영우는 "득점을 하고 너무 기뻤던 나머지 무리하게 팔을 쓰는 동작을 하다가 팔이 빠졌다. 그래도 잘 치료해주셔서 경기를 뛰는 데 지장이 없었다. 지금도 괜찮다"라고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설영우를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골을 넣고 기분이 좋다고 해도 세리머니를 하다 팔이 빠진 건 문제다. 그 정도의 선수가 되지 못한 거다. 앞으로 더 배워야 할 것이다"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설영우는 선수의 입장에서 라이벌 구도가 울산 쪽으로 기울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설영우는 "울산에 처음 입단할 때 전북과의 라이벌 구도를 겪었다. 신인 때 항상 중요한 고비에서 전북에 꺾였다. 1년차에는 전북을 만나면 주눅이 들었고, 상대하기 싫은 팀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면서 입단 초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2년차에 홍명보 감독님이 오시면서 그런 부분을 바꾸셨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항상 졌는데, 감독님이 오시고 이기기 시작하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결과가 계속 우리에게 넘어왔다. 이제는 당연히 이길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라며 홍 감독이 울산에 부임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주민규의 대표팀 발탁에 대해 홍 감독은 "주민규 선수는 대표팀에 늦게 발탁됐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일찍 발탁됐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다. 늦은 나이에라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건 영광이다.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표팀에서도 울산에서 하는 것처럼 편하게 하다가 돌아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라며 주민규를 응원했다.

동생이지만 대표팀 선배인 설영우는 "사실 나도 아직 대표팀에 가면 긴장을 한다. 내가 감히 (주)민규 형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민규형은 장점이 확실한 선수이기 때문에 장점을 보여주면 모든 선수들과 팬들이 인정해줄 거라는 말이다"라며 주민규가 충분히 대표팀에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설영우는 황선홍 감독이 현장을 찾은 가운데 자신의 활약을 평가해달라는 말에 "감독님이 오신 걸 몰랐다. 오늘 득점을 제외하면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상대가 나를 잘 알다보니 내게 딜레마처럼 다가왔다. 전북이 날 생각하는 걸 고려해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전북전만이 아니라 모든 경기도 마찬가지다"라고 답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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