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보통 축구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면 지도자나 행정가 혹은 방송 해설가 등을 한다.
그러나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활약했던 필립 물린은 은퇴 후 다소 독특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 축구와 전혀 연관이 없다. 그는 지난 2017년 가톨릭교 집사로 임명된 뒤 신부로 활동하며 신의 뜻에 귀의하는 삶을 살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20일(한국시간) 물린의 삶을 집중조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물린은 화려하고 돈이 많은 삶에 환멸이 나서 사제의 길을 선택했다.
현역 선수로 뛸 당시 물린은 잘 알려진 슈퍼스타였다. 북아일랜드 출신 미드필더인 물린은 맨유 '성골' 유스 출신으로 지난 1996년 팀의 1군 경기서 데뷔했다.
맨유에서는 프리미어리그 단 한경기만 출전한 뒤 중위권 구단 노리치 시티로 1999년 50만 파운드(현재 가치 약 16억원) 헐값으로 이적했다. 그는 노리치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며 6년간 총 150경기에 출전했다. 2004년에는 2부리그 우승까지 견인하며 팀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물린은 당시 최대 50만 파운드의 연봉을 받는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다만 이후 그의 커리어는 점차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2005년 카디프 시티로 이적한 그는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2008년 31세 나이로 3부리그 팀에서 쓸쓸히 은퇴하고 말았다.
이에 마음 가짐이 달라진 것일까. 축구에 대한 사랑을 잃은 물린은 은퇴하자마자 신의 충복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 전향에 대한 노리치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축구에 대한 회의감은 노리치와의 마지막 시즌부터 시작됐다"며 "확연한 불만이 들지는 않았지만 축구 선수 삶에 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물론 그는 "축구선수로 사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면서도 "주변에 있는 것들이 전부 공허하게 느껴졌다.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졌는데도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확실히 물린은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았다. 그는 지난 2005년 북아일랜드 대표팀 동료 제프 위틀리와 함께 야밤에 술을 마시러 무단으로 팀을 떠났다가 붙잡혀 대표팀 제명 처분을 받았다.
니콜라 채프먼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성과 사귀기도 했으나 그녀가 다발성 경화증으로 몸져 누워 더이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게 되기도 했다. 게다가 선수시절 편법적으로 탈세를 저지르며 도덕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타인에 대한 봉사와 신을 향한 사랑이 텅 빈 마음을 채워줬다고 밝혔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 1년간 쉬며 노숙자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잠깐 믿었던 신을 다시 믿기 시작하며 기도를 올리고 주기적으로 미사에 참가했다"며 "이러한 활동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축구 선수의 삶은 전쟁과 다를 바 없기 떄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매일같이 피말리는 경쟁에 시달리고 단 한 번의 실수를 저질러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그는 "축구를 할 땐 언제나 양극단의 감정에 시달린다"며 "반면 여기(종교)에서는 꾸준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그는 2016년 자신이 저질렀던 탈세에 대해 깊게 뉘우치며 파산 신청을 진행했다.
올해로 46세가 된 물린은 현재 아일랜드 코크주 세인트 메리 수도회에서 예배 주교로 활동하고 있다. 축구계를 떠난지 10년이 넘었지만 그에게 후회는 없다. 물린은 "종교에 귀의하겠다는 결심을 한 후 몇 달간 신의 뜻을 받들었다"며 "더 깊게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사진=데일리메일, 타임즈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