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올겨울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에 트레이드설에 휩싸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지만, 그만큼 그의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다. 빅리그에 진출할 때와 비교하면 위상이 달라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은 11일(한국시간) 팬들의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풀어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 및 계약 규모 예상에 대한 내용이었다.
린은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는 것이 최선의 기회일지에 대한 질문에 "그럴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김하성은 트레이드 후보 중에서 이번 오프시즌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수다. FA(자유계약) 자격 취득까지 9개월이 남았고, 샌디에이고가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할 것 같지 않다(Among the team’s trade candidates, Kim is the one who has drawn the most interest this offseason, and it’s been widespread interest. He’s nine months away from free agency, and the Padres appear unlikely to pony up the money it would take to extend him.)"고 전망했다.
이어 "유망주 잭슨 메릴이 준비가 된다면 내야 어딘가에서 김하성을 저렴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샌디에이고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김하성의 트레이드와 함께 팀 내부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레이드가 성사된다고 해도 김하성이 오는 3월 서울에서 열리는 개막 2연전 '서울시리즈' 이전에 팀을 옮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린은 "김하성이 개막 시리즈 이전에 트레이드될 수는 있겠지만, 가능성은 낮다"며 "샌디에이고는 올해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고, 김하성은 800만 달러의 연봉으로 큰 가치를 팀에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팀 입장에서는 김하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 도중 다른 팀에서 부상이 발생하면서 중앙 내야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혹은 샌디에이고 팀 내에서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며 "어쩌면 주전 3루수 매니 마차도가 팔꿈치 수술 이후 회복하면서 김하성이 3루수로 나올 수 있다. 팀은 마차도가 3월 말까지 (경기에 출전할) 준비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막 이후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하성의 가치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은 린은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은 시카고 컵스와 7년 1억 77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고, 트레버 스토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주로 2루수로 뛰며 6년 1억 4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두 명의 중앙 내야수 모두 김하성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였고 더 뛰어난 공격력을 갖췄다"면서도 "김하성은 유격수, 2루수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후보로 꼽히고 지난 두 시즌 동안 8.1의 fWAR을 기록했다. 스토리와 다르게 팔 건강에 대한 문제도 없다"고 주목했다.
이어 "샌디에이고가 개막에 앞서 예상치 못한 일을 해낸다면 올해 1억 3000만 달러(약 1717억원)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1982억원)를 보장하는 7년 연장계약도 효과를 거둘 것이다. AAV 2000만 달러(약 264억원)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저렴한 금액"이라며 "김하성이 올해 타격 면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그의 주가가 타격을 받겠지만, 내야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준 것과 다른 기여도를 감안할 때 비교적 높은 수준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던 김하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1년 총액 3900만 달러(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첫 2년은 쉽지 않았다. 김하성은 2021년(117경기 267타수 54안타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6도루 OPS 0.622)에 이어 2022년(150경기 517타수 130안타 타율 0.251 11홈런 51타점 12도루 OPS 0.708)까지 어려움을 겪으며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빅리그 3년 차가 된 김하성은 152경기 538타수 140안타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OPS 0.749를 기록,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및 도루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또한 자신의 주포지션인 2루수(106경기 856⅔이닝)뿐만 아니라 3루수(32경기 253⅓이닝)와 유격수(20경기 153⅓이닝)도 깔끔하게 소화하며 수비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김하성은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특히 수비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김하성은 지난해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 2루수, 유틸리티 부문 후보에 오른 김하성은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건 지난해 김하성이 처음이었다.
그런 김하성이 올겨울 트레이드설에 휩싸였다.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이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지역 중계방송사가 파산한 여파로 재정에 큰 타격을 받았고, 지난 9월 선수단 연봉 지급을 위해 5000만 달러(약 652억원)를 대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몸집을 줄이고자 했던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7일 뉴욕 양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외야수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떠나보냈고, 그 대가로 우완투수 마이클 킹, 자니 브리토, 유망주인 우완투수 드류 소프와 랜디 바스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를 받았다.
또한 투수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이상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이 FA로 팀을 떠났고 '특급 마무리' 조시 헤이더도 시장에 나온 상태다. 이후 샌디에이고는 마쓰이 유키, 고우석 영입으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불펜을 보강했다.
샌디에이고가 추가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트레이드 카드로 떠오른 김하성의 이름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물론이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애미 말린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내야 보강이 필요한 팀들과 꾸준히 연결됐다.
샌디에이고 구단 소식을 다루는 매체인 '프라이어스 온 베이스'는 "김하성은 2022년 샌디에이고에서 크게 성장해 수준급 수비력을 발휘했다. 2024년에는 비교적 저렴한 연봉 700만 달러를 받는다. 올해 보여준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트레이드로 영입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며 샌프란시스코, 보스턴과 더불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메츠 등을 잠재적인 영입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세 시즌 만에 빅리그 적응을 완벽하게 마쳤다는 점, 또 1루수를 제외한 나머지 내야 포지션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원소속구단인 샌디에이고뿐만 아니라 내야진이 필요한 팀으로 가게 된다면 그만큼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샌디에이고는 여러 명의 선수를 떠나보냈고, 전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샌디에이고가 올겨울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FP, AP,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