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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 실패→삼중살' 아픔, 결승타로 씻은 문상철 "마음 무거웠는데 승리해 기뻐" [KS1]

기사입력 2023.11.07 23:10 / 기사수정 2023.11.07 23:39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KT 위즈 우타 거포 문상철이 자신의 실수를 완벽하게 만회하는 화끈한 장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를 무너뜨려 기쁨은 두 배였다.

문상철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KT의 3-2 승리를 견인하고 1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 원을 챙겼다.

문상철은 이날 경기에서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KT가 1-2로 뒤진 2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맞이한 첫 타석에서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희생 번트를 시도했다. 

KT 벤치는 문상철에게 작전이 아닌 강공을 지시했지만 문상철은 번트로 주자 두 명을 득점권에 보내겠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번트 타구가 빗맞으면서 LG 포수 박동원 앞에 힘없이 멈춰 섰고 박동원의 재빠른 3루 송구로 2루 주자 장성우가 포스 아웃 처리됐다. 



문상철 자신도 1루에서 살지 못했다. LG 문보경의 정확한 1루 송구로 문상철도 아웃 처리되면서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가 늘어났다. 설상가상으로 2루까지 진루했던 1루 주자 배정대가 3루 추가 진루를 노렸지만 LG 내야진의 매끄러운 플레이로 태그 아웃 처리, 삼중살로 이닝이 종료됐다.

문상철은 2회초 희생 번트 실패의 여파 탓인지 5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초 1사 1·2루 찬스까지 헛스윙 삼진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KT는 '원팀'으로 동료가 자책하지 않도록 똘똘뭉쳤다. 선발투수 고영표가 숱한 실점 위기를 극복하고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2-2의 팽팡한 균형이 유지됐다.

침묵하던 문상철의 방망이도 결정적인 순간 깨어났다. NC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2홈런을 쏘아 올렸던 특유의 장타력으로 스스로 반전을 만들어 냈다.  

KT는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2사 후 배정대가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배정대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고우석의 투구 밸런스를 흔들어놨다.




문상철은 올 시즌 고우석에 3타수 3안타로 강했던 가운데 한국시리즈에서도 고우석을 울렸다.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쳐내 스코어를 3-2로 만들었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고우석의 6구째 133km짜리 커브를 완벽한 스윙으로 받아쳤다. 

문상철은 LG 야수진의 중계 플레이를 틈 타 2루를 거쳐 3루까지 안착했다. 3루 쪽 KT 더그아웃을 향해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쳐 보이고 2회초 희생 번트 실패의 아픔을 씻어냈다. 

KT는 문상철의 1타점 2루타로 잡은 리드를 마지막까지 지켰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이 LG의 마지막 저항을 삼자범퇴로 봉쇄하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KT는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를 '리버스 스윕'으로 통과한 기세를 이어가며 한국시리즈 1차전 승전고를 울렸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 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무승부를 제외하면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4.4%(29/39)다.

문상철은 한국시리즈 1차전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고우석이 국내에서 직구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이밍이 늦지 않도록 빠르게 준비했던 게 주효했다"며 "9회초 결승타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와서 직구, 변화구 둘 다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빠른공에 초점을 맞추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은 놓치지 말고 자신 있게 치자고 마음먹고 휘둘렀다"고 소감을 전했다.



2회초 자신의 희생 번트 후 삼중살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팀을 위한 시도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 내내 자책하면서 뛰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문상철은 "2회초 타석에서는 벤치에서 번트 사인이 없었지만 우리가 1회초 선취점을 내고 1회말 역전을 당했기 때문에 내 생각에는 빠르게 동점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며 "우리가 수월하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내 희생 번트 실패로 분위기를 넘겨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경기 중에 형들과 코치님들께서 하나만 치면 된다고 내게 찬스가 걸릴 거라고 집중하라고 하셨다"며 "내 실수가 빨리 잊히지는 않았지만 비워내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결과가 좋았으니 비워졌다고 얘기를 해야 될까 모르겠다"고 웃었다.



고우석을 무너뜨리고 결승타를 쳤지만 여전히 고우석이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상철은 "내가 고우석 선수를 상대할 때마다 공이 항상 좋다. 항상 직구에 타이밍이 늦지 않기 위해 빠르게 치려고 하는 부분이 심플하게 마음이 정리되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 같다"며 "내가 결승타를 쳐서 기분이 좋은 것도 있지만 팀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실수를 해도 형들이 많이 격려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강철 KT 감독도 경기 후 "고영표가 7회까지 정말 좋은 투구를 해줬고 문상철도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잘 쳐줬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KT는 오는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적지에서 시리즈 2연승을 겨냥한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LG는 우완 최원태가 쿠에바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SSG 랜더스처럼 1차전 패배 후 2차전에서 곧바로 시리즈의 균형을 맞추는 게 목표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고아라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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