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5이닝을 채우는 것조차 버거웠던 좌완투수가 갑작스럽게 불펜투수로 올라와 5⅔이닝 동안 2점만 헌납했다. SSG 랜더스 오원석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SSG는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5차전에서 4-2로 승리하면서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시즌 성적은 64승2무61패(0.512)가 됐다.
이날 선발은 오원석이 아닌 커크 맥카티였다. 1회초에 이어 2회초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맥카니는 2회초 종료 후 몸 상태에 불편함을 느꼈고, 2회말에 캐치볼을 시도했으나 투구가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결국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급하게 불펜에서 몸을 풀고 올라온 선수는 오원석이었다. 원래 불펜에서 경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3회초부터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신없이 구원 등판한 오원석은 3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의 볼넷과 김민석의 뜬공 이후 한동희의 타석 때 폭투를 두 차례나 범하며 흔들렸다. 결국 한동희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점수까지 내줬다.
그러나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오원석은 1사 1루에서 정훈의 중전 안타 때 중견수 김강민이 정확한 송구로 1루주자 한동희를 3루에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1개를 채웠고, 전준우를 공 1개 만에 뜬공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끝냈다. 실점 최소화와 함께 힘을 아꼈다.
경기 중반에는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오원석은 5회초에 이어 6회초에도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도 2이닝 연속 병살타 유도로 위기를 모면했다. 7회초에는 2사 1·2루에서 김민수를 삼진으로 잡았고, 8회초에도 무사 1루에서 이학주를 병살타로 돌려세웠다.
다만 오원석은 2사에서 정훈에게 2루타를 내준 뒤 이건욱을 마운드에 넘겨줬고, 승계주자가 득점을 올리며 실점까지 떠안아야 했다. 마지막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 완벽했다.
경기 후 오원석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가게 됐지만 긴장하지 않고 빨리 몸을 풀려고 집중했다. 첫 이닝에 2아웃을 잡으면서 서서히 몸도 풀리고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투구를 했다. 그동안 연습을 통해 가다듬은 구종을 많이 투구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야수 선배님들이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득점까지 뽑아 오랜만에 승리를 한 것 같다.특히 (김)광현 선배님과 곽현희 코치님께서 조언해 주신 부분이 오늘 피칭에 도움이 돼 감사드리고 싶다"고 팀 동료, 코치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시즌 내내 큰 기복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오원석이지만, 여전히 사령탑도 팀도 오원석의 반등을 믿는다. 올해는 물론이고 향후 팀 전력에 없어선 안 될 투수라는 건 모두가 잘 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오원석은 "남은 경기 팀이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어느 자리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