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SSG 랜더스 지명하겠습니다. 공주고, 여주대, 포수 김규민."
14일 열린 KBO 2024 신인 드래프트 현장, 정확히 100번째로 불린 이 선수의 이름에 대전에 있던 한화 이글스 투수 김규연이 벌떡 일어났다. 김규민은 2002년 8월 23일, 김규연보다 2분 먼저 태어난 김규연의 쌍둥이 형이다.
3년 전 2020년에 열린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공주고 김규연은 8라운드 전체 7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지명을 받지 못한 형 앞에서 그 기쁨을 온전하게 내보일 수는 없었다. 이날 공주고에서 호명이 된 건 김규연이 유일했다.
김규연은 "그때는 고등학교 숙소에서 동기들끼리 다같이 보고 있었다. 좋기도 했지만, 아쉬웠다. 반반이었다. 부모님도 그러셨던 것 같다. (김규민) 이름이 안 불려서 좀 속상했다"고 당시의 마음을 털어놨다.
그렇게 형제는 처음으로 다른 갈래의 길을 갔다. 김규연은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김규민은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야구를 하는 건 같았다. 둘은 각자의 위치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2023년 김규연은 1군 마운드를 책임지는 선수로 성장했고, 김규민도 당당히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이게 됐다.
한화의 경기가 없던 14일, 김규연은 훈련을 마치고 드래프트 생중계를 지켜봤다. 김규연은 "라커룸에서 긴장을 하면서 봤다. 불리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앞에 포수가 많이 나가서 어렵겠다 했는데, 지명이 돼서 정말 좋았다. 일어나서 '헐!' 했다"면서 웃었다.
그 시간에 김규연의 가족들은 집에 모여 드래프트를 보고 있었다. 김규연은 "울고 계실 게 뻔해서 일부러 좀 텀을 두고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두 프로가 된 형제, 가족들 모두에게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고생 많았다고 말했는데, 엄마 아빠는 계속 우시더라. 또 다시 전화해서 이런저런 말들을 하고 형한테도 축하한다고 전했다"고 얘기했다.
김규연이 자랑하는 형 김규민은 "어깨도 좋고, 몸도 좋은 선수"다. 김규연은 "어릴 때부터 잘 아프지도 않았지만 아파도 티를 잘 안 냈다. 지금은 야구를 같이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과묵했다"면서 연신 "잘할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2분 동생이지만 어엿한 프로 선배. 김규연에게 형한테 해줄 조언이 있냐고 묻자 "인사 잘하고, 예의 바르게만 하면 반은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랜더스에 아는 고등학교 선후배들이 있다. 잘 좀 알려달라고 부탁한다고 하고, 싸가지 없게 하면 말하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1군에서 투수와 타자로 맞대결을 펼치는 상상도 해봤다. 질문을 던지자 김규연은 얼른 "제가 이길 거예요"라고 답한다. "이런 얘기는 둘이 안 했죠. 근데 제가 이겨요, 제가 이길 거예요. 일단 초구는 직구를 주고, 그 다음부터 어렵게 가야죠". 언젠가 올 그날을 기대하며, 김규연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사진=한화 이글스, 김규연 제공,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