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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통’ 류중일, 선동열의 색깔을 희석시키다

기사입력 2011.06.29 07:58 / 기사수정 2011.06.29 10:30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선동열 전 감독의 색깔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이 6월 급상승세를 타면서 7월이 되기도 전에 선두자리에 올랐다. 사실 류 감독은 태생적으로 선동열 현 운영위원의 스타일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선 운영위원의 감독 경질은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성급했다는 평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류중일 신임 감독이 삼성에서만 선수와 코치로 뛴 푸른피 적통이긴 했지만, 어쨌든 감독으로서는 보여준 것이 없었던 데다 통상 감독이 선임되는 시기인 11월 마무리 캠프 직전이 아닌 1월 스프링캠프 때부터 갑자기 지휘봉을 잡은 만큼 시행착오가 우려됐던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선동열 운영위원이 남긴 색깔이 꽤 진해 류 감독이 자신의 그것을 덧씌우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고스란히 성적에 대한 기대치 하락으로 이어져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을 회의적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올 시즌 직전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을 4강도 어렵다고 보기도 했다.

▲ 빠르게 자리 잡는 야통 매직


그러나 그러한 우려 속에서도 류중일 감독은 차분히 팀을 정비해나갔고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본 궤도에 올려놓더니 28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마침내 팀을 선두에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선 전 감독의 야구가 워낙 마운드, 특히 불펜쪽에 집중 돼 있어 류 감독은 공격 야구를 덧씌운다고 천명했음에도 실제 가장 큰 변화를 준 부분은 선발진이었다. 강력한 불펜이 리드를 지켜내는 야구는 예년과 변함이 없으나 올 시즌 삼성은 확실히 선발진의 비중이 높아졌다.

5월 이후 삼성 선발진은 다소 부진했으나 29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4.00으로 그럭저럭 준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퀄러티 스타트도 31차례로 전체 2위다. 그리고 이닝 소화에서도 5.65이닝으로 2위다. 정확히 5이닝을 소화했던 작년과는 차원이 다르다. 6선발 체제도 완전히 뿌리내리지는 못했지만, 정인욱을 선발 요원으로 안착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렇게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만들어줬고 오승환과 권오준의 건강한 복귀 속에 안지만을 선발로도 쓰며 마운드 운용의 이점을 봤다. 정현욱과 권혁의 난조에도 버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류 감독은 투수 교체도 비교적 꼼꼼하게, 그리고 발 빠르게 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은 선동열 전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실 강공을 위주의 공격 작전은 선 전 감독 시절과 큰 차이가 없지만, 마운드에서만큼은 확연히 다른 스타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선발진이 약하다며 가코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선발 투수를 시사한 것도 그만큼 류 감독이 공격 야구의 원천은 선발진에서 시작된다는 걸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타선은 시즌 초반 극심하게 해결 능력이 떨어졌을 때 채찍과 당근책을 병행하며 현명하게 끌고 나갔다. 중심 타자의 극심한 부진 속에서도 선수들에게는 믿음을 주는 대신 김성래 코치를 선수단 숙소에 붙이는 등 물밑에서 치밀한 대처를 했던 게 결국 성공을 거뒀다. 정규시즌 1위에 오르면 ‘야구대통령’으로 불러달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도 이제는 새로운 수식어가 됐다. 그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는 것 자체가 삼성이 선동열 전 감독의 색깔을 어느 정도 벗어 던졌다는 걸 알게 해주고 있다.  

▲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

그러나 ‘야통’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류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이 이제 나머지 7개 팀에도 모두 노출이 된 상태에서 선두로 올랐다면 결국 견제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언젠가 맞이할 내림세에서 상대의 견제를 뚫고 뚝심 있게 자신의 색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삼성 내부에서 류 감독에 대한 평가도 어느 정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전체로 봐도 올스타브레이크 전후에 한 두 차례 닥칠 위기를 극복하는 게 올 시즌 순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잘 나갈 때 팀은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감독 첫 시즌 류중일 감독은 분명 초보답지 않은 센스와 눈살미가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야통’ 류중일 감독이 이번 1위 등극을 계기로 지도력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시즌 절반이 지나고 있는 현재, 류중일의 삼성은 선동열의 삼성을 무리 없이 서서히 희석시키고 있다.
 


[사진=류중일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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