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LG 트윈스 이정용이 '리그 최고 에이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팀에 6연승을 선물했다.
LG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1차전에서 6-3 승리를 거두고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시즌 성적은 55승2무33패로, 올 시즌이 개막한 뒤 LG가 6연승을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타선에서 5타점을 쓸어담은 박해민의 활약이 있었다면,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이정용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이정용은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 및 첫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했다.
다만 타선이 6회까지 점수를 뽑지 못했고, 안우진은 7회초에 앞서 마운드를 함덕주에 넘겨줬다. 0-0에서 교체됐기 때문에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이정용의 호투가 없었다면 LG의 승리도 불가능했다.
염경엽 LG 감독도 "이정용이 안우진과 버금가는 좋은 피칭으로 경기 초반에 투수전으로 만든 게 승리의 발판이 됐다"며 "포크볼이 결정구로 만들어지면서 커브, 슬라이더, 직구의 구종가치가 향상된 것 같다. 앞으로 이정용의 투구가 더욱 기대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이정용은 "직구도 그렇고 변화구도 끝까지 자신 있게 던지자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솔직히 팔을 풀 땐 별로 안 좋았다. 직구는 괜찮은데, 변화구가 안 좋아서 좀 힘든 경기를 할 것 같았는데 1회를 잘 넘겼다. 포수 (박)동원이 형도 리드를 너무 잘해줘서 도움이 된 것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날 이정용은 포크볼(27개)을 가장 많이 구사했다. 직구(22개)보다도 개수가 많았다. 이정용은 "사실 포크볼이 (연습할 때) 안 좋았다"며 "(경기에 들어가서) 포크볼이 괜찮았던 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안우진과의 맞대결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이정용은 "이번이 다섯 번째 선발 등판인데, 상대 선발이 다 외국인 선수였다. 외국인 선수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났는데, 네 차례의 등판에서 팀이 이긴 경기가 3경기였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못해도 팀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투구수가 70개에 불과했기 때문에 더 많은 이닝을 욕심낼 법도 했지만, 이정용은 6이닝 소화에 만족했다. 그는 "던질 수 있었는데, 욕심을 부리고 싶진 않았다. 투구수가 올라갔다고 해서 이렇게 계속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올 시즌에는 계속 적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정용은 이날 자신의 등판을 마무리한 뒤 염경엽 감독과 짧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사령탑의 칭찬에 감사함보다 미안함이 앞섰던 이정용은 "'감사합니다'보다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여태껏 내가 잘하지 못해서 감독님께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많이 믿어주신 것에 대해 내가 보답을 해야 하는데, 부진해서 할 말이 없었다.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고 반성했다.
첫 선발승 무산에도 퀄리티스타트와 팀의 승리에 만족감을 드러낸 이정용은 기쁨을 뒤로한 채 다음 등판을 준비한다. 그는 "결과를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만 이 기분을 누리고, 내일부터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잠실, 유준상 기자/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