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천안, 김지수 기자) 2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OK금융그룹의 경기. 이날 1554명의 관중들에게 가장 열띤 환호성을 이끌어낸 건 선수들의 플레이가 아닌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퍼포먼스였다.
현대캐피탈은 1, 2세트를 OK금융그룹에 내주면서 셧아웃 패배 위기에 몰렸다. 3세트 들어 주포 오레올과 전광인의 공격력이 살아나 8-4의 리드를 잡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현대캐피탈 최민호의 서브를 받은 OK금융그룹 리베로 부용찬의 리시브가 정확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공은 네트를 넘어 현대캐피탈 코트 쪽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다.
OK금융그룹 세터 곽명우는 이 순간 센스를 발휘했다. 기습적인 2단 공격으로 득점을 성공시키며 8-5로 점수 차를 좁혔다. 전영아 부심은 최초 곽명우의 네트 터치를 지적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득점으로 인정됐다.
최태웅 감독은 여기서 심판진에 또 한 번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곽명우의 손이 2단 공격 순간 네트를 넘어갔다고 주장하면서 오버 네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최 감독은 전광판을 통해 문제의 장면을 지켜본 뒤 심판진에 거세게 항의를 이어갔다. 공격자 오버 네트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경기는 5분 넘게 지연됐다.
주심이 최 감독에게 세트 퇴장 조치를 내렸지만 최 감독은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신의 항의가 퇴장까지 이어질 수준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 번 내려진 세트 퇴장을 무를 수는 없었고 최 감독은 3세트를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현대캐피탈 홈팬들은 여기서 최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최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세트 퇴장 조치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최 감독도 이에 화답했다. 오른팔을 번쩍 들어 팬들을 향해 흔들면서 더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경기는 현대캐피탈의 세트 스코어 1-3 패배로 끝났지만 최 감독의 깜짝 퍼포먼스는 팬들을 즐겁게 만들기 충분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졌기 때문에 3세트 판정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하기는 그렇다"면서도 "오버 네트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항의가 길어졌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남자배구 인기 회복에 대한 책임감도 드러냈다. 팬들의 발길을 코트로 이끌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최 감독의 생각이다. 이날 깜짝 퍼포먼스 역시 이런 책임감에서 나왔음을 시사했다.
최 감독은 "남자 배구가 최근 국제대회 성적도 좋지 않았고 코로나19 여파로 인기가 하락했다"며 "희한하게 하지 말라는 건 또 엄청 많다. 이러다 보니 박진감도 떨어지고 무슨 일이든 얌전히 있어야만 할 것 같다. 예전에 남자부 경기는 사나운 맛도 있었고 피 터지는 느낌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다. 뭐라도 좀 해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적장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최 감독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 석 감독은 "(최 감독의 3세트 항의는) 현대캐피탈이 앞서고 있었지만 흐름이 우리 쪽이었기 때문에 (최 감독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 감독이 세트 퇴장으로 나가면서도 관중 호응을 유도하는 걸 보면서 정말 여우고 베테랑 감독이라고 느꼈다"고 웃었다.
사진=현대캐피탈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