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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스포츠정경사] 정몽규 회장의 봄·여름·가을·겨울

기사입력 2022.12.05 05:4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벤투호가 16강에 오르면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리더십도 다시 조명받게 됐다.

정 회장은 다음 달이면 취임 10년을 맞이한다. 한국 축구 총책임자로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셈이다.

그런 그에게 재임 중 3번째 치르는 월드컵에서의 16강은 간절했을 터인데, 벤투호가 벼랑 끝에서 포르투갈전 역전 결승포를 터트리고 드라마 같은 16강 진출을 이뤄내 정 회장도 한 시름 놓게 됐다.

지나고 보면 파울루 벤투 감독을 포함 대표팀 사령탑이 흔들리고 시련을 겪을 때마다 정 회장이 나서 '사과'하는 일이 많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전 참패가 빌미가 돼 대표팀은 물론 한국 축구가 만신창이가 됐을 때도, 2018 러시아 월드컵을 1년 앞두고 고민 끝에 선임한 신태용 감독이 때 아닌 '히딩크 논란'으로 엉뚱한 비난을 받을 때도, 그리고 벤투호가 지난해 3월 일본 도쿄 원정을 갔다가 0-3으로 참패했을 때도 정 회장은 국민과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을 감추지 않았다.

때로는 "저게 왜 회장이 사과할 일인가"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깨끗하게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화살을 다른 이에게 떠밀지 않았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 4년하고 3개월을 묵묵히 '마이웨이'를 선택한 벤투 감독이 태극전사들 이끌고 승전고를 울렸으니 정 회장의 감회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벤투 감독에 대해 '호날두를 데리고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떨어진 감독', '중국에서 실패한 지도자', '한국 축구 실정을 모르고 빌드업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는 혹평이 적지 않았다. 그를 선임한 정 회장이 흔들리지 않았으니 벤투호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특히 지난 10월29일 참사로 슬픔에 빠진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이 됐으니 16강 값어치는 더욱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2022년은 정 회장에게 그야말로 굉장히 다사다난한 해였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드라마틱'했다.

HDC현대산업개발(현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새해 초부터 감당하기 힘든 사고가 닥쳤기 때문이다.

짓고 있던 아파트 한 동의 23~38층이 무너져 내려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맡았던 건설노동자 6명이 사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떠나 현대사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사건이었다.

현산 입장에선 17명의 사상자를 냈던 2021년 6월 광주 학동 아파트 현장 외벽 붕괴 사고도 큰 사건이었는데, 더 큰 사고가 7개월 만에 발생하면서 기업의 신뢰 및 존립 여부에 치명타를 입힌 일이기도 했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은 1월 붕괴사고로 3377억원의 손실을 장부에 일찌감치 반영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 여름엔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현금이 많고 나름 탄탄한 우량기업이란 판단 아래 현대산업개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상당수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우려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무너진 아파트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으니 앞으로도 얼마의 현금이 더 투입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면 재시공 등 특단의 대책을 늦지 않게 내놨고, 입주예정자들과의 합의도 줄기차게 추진하면서 최근엔 현산이 붕괴 사고 극복의 변곡점을 맞았다고 보는 업계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여름 대규모 채용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도 적절했다는 분석이다.

그런 시점에서 묘하게 정 회장이 이끄는 또 다른 조직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물론 기업은 기업이고, 축구는 축구다. 16강 달성과 올 초 일어난 붕괴사고와는 큰 관련은 없다.



하지만 오너의 리더십과 신뢰 측면을 고려하면, 전례 없는 위기 속에도 정 회장이 축구 행정에 소홀히 하지 않고 힘써 월드컵을 새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챙길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기업인들에겐 스포츠와 문화, ESG 등의 무한 가치를 알린 좋은 사례가 됐다.

정 회장의 봄·여름·가을·겨울이 기업과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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