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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는 19년차 슈퍼백업, 지석훈 “좋은 지도자로 찾아뵐게요”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1.12.21 06:00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최근 지석훈의 생활패턴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후 늦게 경기장에 출근해 늦은 밤에 맞춰 몸을 만들었던 지난 열아홉 해와는 달리, 최근의 지석훈은 이른 오전 출근해 늦은 저녁까지 운동장에 남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더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석훈이 밟고 있는 운동장은 창원NC파크가 아닌 대학교 운동장이고,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는 점이다.

지석훈은 2021시즌 종료 후 은퇴를 택했다.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구단의 세대교체 기조까지 맞물리자 지석훈은 은퇴를 준비했고,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지도자 전향을 고심했다. 때마침 시즌 막판 구단에서 그에게 젊은 내야진들의 수비를 지도하는 역할을 맡겼고, 그 과정에서 지석훈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감을 키우며 지도자의 꿈을 확고히 했다. 


◆ 은퇴 고민하던 때 손 내밀어준 NC, 잊을 수 없는 소중한 9년

지석훈에게 NC에서의 9년은 소중하고 또 소중했다. 혹독한 프로의 벽을 실감하며 이른 은퇴까지 고려하던 그에게 트레이드로 손을 내밀어줬던 구단이고, 비록 커리어 대부분을 백업 멤버로 나섰지만 1천 경기와 한국시리즈 출전, 여기에 우승 반지까지 낄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구단이다. NC도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해줬던 지석훈 덕분에 빠르게 1군에 안착하고 전성기를 맞이하며 창단 첫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길었던 시간만큼 소중한 기억도 많다. 트레이드 첫날 팀에 합류하자마자 2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했던 장면, 2015년 9월 13일 3-11로 패색이 짙던 경기서 대타 출전해 5안타 4타점 맹타로 12-11 대역전극을 만들었던 날, 2020년 11월 21일 한국시리즈 첫 안타, 그리고 생애 첫 우승까지. 모두 열거하기 힘들 만큼의 많은 추억이 쌓여있다. 

비록 대수비, 백업으로 대부분을 보냈지만 지석훈은 행복했다. 물론, 중요한 순간에 나와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이라는 중압감도 심했다. 고교 시절 최고의 유격수라 평가받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에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석훈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대수비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했고, 어느 샌가부터 이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부담감 대신 자신감이 자리했다. 그렇게 지석훈은 9년이란 세월 동안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하며 NC의 역사를 함께 만들었다. 


◆ ‘지도자’ 지석훈 “‘잘 맞는 옷’ 찾아주는 지도자 되고 싶어요”

희노애락이 가득했던 프로에서의 19년을 뒤로하고 지석훈은 이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만 NC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자 했던 바람은 아쉽게 무산됐다. 시즌 막판 정상화에 정신이 없었던 구단이 뒤늦게 전력분석원 자리를 만들어 제안했으나, 지석훈에게 고민할 시간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NC와의 계약이 끝난 지석훈은 창원을 떠났고 은퇴 수순을 밟았다. 

성인이 되자마자 19년을 열심히 달려온 그였기에 현장을 떠난 생활은 어색하고 막막했다. 하지만 그에겐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옆에선 아내가 꾸준히 용기를 불어 넣어줬고, 밖에선 이호준 코치가 사방팔방 일자리를 수소문해준 덕에 지석훈은 은퇴와 함께 강릉영동대에서 지도자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됐다. 

지난 열아홉 해와는 전혀 다른 생활. 게다가 보통 대학팀보다 훈련량이 많아 고된 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석훈은 지도자 생활이 소중하고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해보고 싶은 거 다해보고 프로 가”라는 김철기 감독의 배려와 또 함께 NC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종호 코치도 있어 적응하는 덴 어렵지 않았다. 지석훈은 그 속에서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장단점과 성향을 파악하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을지’를 계속해서 연구 중이라고. 


지석훈에게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냐고 질문했다. 하지만 그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그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최고의 선수로 프로에 입단했으나 좌절했던 경험, 대수비 요원이라는 만년 백업으로서 버텨왔던 자신의 경험들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가르치고 명령하는 지도자보다는 선수의 장점을 살리고 잘 맞는 옷을 찾아주는 조력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제 자신부터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선수들과 소통해야겠죠. 열심히 노력해서 언젠간 프로에서도 지도자를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무 것도 모르던 현대 시절 자신감을 북돋아주며 꿈을 키워줬던 염경엽 감독님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염 감독님 같은 지도자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석훈은 은퇴 후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한 NC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라며 선수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팬분들 덕분에 9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추억을 쌓고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응원해주신만큼 구단에 많은 도움을 드렸어야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떠나게 돼 아쉬울 따름입니다. 더 준비 잘해서 좋은 지도자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NC 다이노스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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