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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정근우 "2루수로 은퇴해 행복하다"

기사입력 2020.11.11 15:21 / 기사수정 2020.11.11 15:28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한국 야구 최고 2루수 정근우가 은퇴했다.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정근우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근우는 유니폼이 아니라 양복 차림으로 인터실에 들어 와 가장 먼저 "할 말 있다"고 하더니 "16년 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국가대표 2루수, KBO 최고 2루수가 건네는 마지막 인사였다.

정근우는 프로 16년 통산 1747경기 뛰었고 타율 0.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 기록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3회 수상(2006년, 2009년, 2013년)만 아니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우승 등 국가대표 2루수로서 맹활약해 왔다.

"야구선수 정근우로서 드리는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다. 마지막이라고 하니 프로에 처음 올 때가 생각났다. 연습경기하다가 지명받았다고 듣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벌써 16년이 지났다. 마지막이라고 하니 많이 아쉽기는 하다."

"은퇴 기자회션에서 '무슨 말 할까' 고민했다. 16년 동안 너무 많은 사랑받아 은퇴하는 데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 그동안 나를 정말 사랑해 주시고 아껴 주시는 분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 1, 2년 전 포지션 방황을 하며 여러 고민이 있었다. 다시 한번 2루수로서 뛸 기회를 얻었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2루수 정근우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감사드립니다."

-은퇴 계획 시점이 언제였나.

▲올 시즌 부상당하고 엔트리 빠질 때쯤이었다. 그 이유는…. 2루수로서 내 모습을 돌아 봤다. 예전에 2루수로서 하던 플레이를 기대하실 테고 나 역시 그랬는데 지금은 '그때 정근우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은퇴할 시기였다고 생각했다.

-2루수로서 마지막 시즌, 돌아 보니 어땠나. 
▲2006년 골든글러브 시작으로 그 뒤 2017년까지는 탄탄대로였다. SK에서 국가대표 2루수로서 너무 많은 것을 누렸다. 개인 커리어만 아니라 모두 그랬다. 그리고 2루수로서 마지막은 LG에서 보낼 수 있게 해 주셨다. 감사하다. 올림픽과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그때 국가대표 유니폼 입고 나서는 마지막 2루수 경기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 못 하고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됐는데 그때 주장으로서 너무 행복했다.

-역대 최고 2루수로서 수식어가 많다.
▲악마의 2루수, 너무 좋다. 아시다시피 김성근 감독님께 펑고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됐다. 위로는 몰라도 옆으로는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김성근 감독과 얘기 나눴나.

▲시즌 끝나고 '이렇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씀드렸다. '왜 벌써 그만두냐'고 하셨다. '지금이 시기 같다'고 했다. '감독님 덕분에 너무 잘 컸고 이 자리까지 오게 돼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만류하는 이는 없었나.
▲늘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 (웃음) '1년 더 할 수 있겠다'고 해 주셨지만 내 스스로 이렇게 판단했다. 2루수로서 마지막 기회를 받은 만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친구 김태균이 은퇴 당시 많이 울었다.
▲나도 눈물이 날까 궁금했다. 태균이가 많이 울더라. 어릴 때부터 오래 봐 왔으니 나도 아쉽더라. 원클럽맨으로서 열심히 뛰었으니까 더 아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년에 더 뛰게 될 82년생 동기에게 한마디 해 달라) 그만 둔 친구가 있고 내년에 더 뛸 친구 있다. 너무 대단하다. 더 할 친구에게 감사하다. 그 친구들이 있어 선의의 경쟁이 됐고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늘 감사했다.

-박용택과 같은 시즌 은퇴하게 됐다.
▲은퇴는 미리 결심하고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용택이 형에게, 그리고 내게도 마지막 경기였다. 매 이닝 아쉽고 불안했다. 끝나고 나서 '그동안 수고했다. 고생 많았어요' 하고 서로 껴안았다.

-업적 대비 많이 축하받지 못해 아쉽지는 않았나. 
▲아쉽죠. (웃음) 사람이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 역시 내게 영광이다. 은퇴는 시즌 중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용택이 형이 은퇴 투어 너무 잘 받고 계셔서 한 발 물러서는 게 맞다고 봤다. 이 분위기에서 내가 하겠다고 하면 용택이 형에게 미안할 것 같았다. 그리고 팀이 순위 경쟁 중이라서 시즌 끝나고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2루수는 어떤 의미일까.
▲2루수 처음 볼 때 선배들이 그랬다. '한 자리에서 내야수가 10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그런데 나는 '10년 넘게 할 거야' 하는 목표 갖고 항상 달려 왔고 어떤 상황이든 내 주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마지막에 2루수로서 은퇴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2018년 2루수로서 미련 있었지만 다른 포지션 공부가 됐다. 그래도 2루수로 은퇴하게 돼 행복하다.

-지금 한국 야구 2루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프로는 늘 그렇다. 자기 자신만 이긴다고 자리까지 차지하는 게 아니다. 경쟁과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자리인지 고민하면 좋겠다.

-2루수만큼이나 애착 가는 것이 있나.
▲2루수로서 최다 경기 출전, 도루? 안타? 득점? 여러가지 많다. 2루수로서 수비, 1번 타자로서 득점 등 애착이 있다.

-이제 찾는 곳 많겠다. 향후 계획 어떻게 되나.
▲향후 계획이요? 아, 참…. 성격상 이제 막 그만두는 터라 일어날 일까지 걱정하지는 않는다. 이제부터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가장으로서 지금까지 힘이 돼 준 가족이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은 남편, 아빠가 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은퇴 결심 당시 가족 반응은 어땠나.
▲마지막 경기 끝나고 집에 갔더니 아이 세 명이 큰절을 해 주더라. '고생 많았습니다' 하고. 감동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지금껏 해 왔던 매 경기가 감동이었으니 너무 감사했고 수고했다'고 말해 줬다.

-승부욕이 강했다.
▲어느 선수나 마찬가지다. 경쟁에서 지고 싶지는 않다. 나는 특히 성격상 연습 통해 노력해 왔고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하는 스타일이라서…. 어제 보니 방망이가 있어 휘두르다가 '나 지금 뭐하지' 했다. (웃음) 열정이 많아 쉽게 내려놓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하나씩 내려놓겠다.

-최고 2루수가 되는 과정에서 도움 준 사람도 많겠다. 
▲지금은 돌아가신 조성옥 감독님, 그리고 김성근 감독님 등 아마추어 때부터 잘 지도해 주셨다. 그 노력 없이는 대학, 프로 다 못 왔다. 지금까지 그 고마움 잘 못 느끼다가 은퇴한다고 하니 진심으로 나를 잘 케어해 주셨다고 느꼈다. 그동안 잘 키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혹독한 지옥 훈련 통해 성장했다.
▲다 아시잖아요. (웃음) 김성근 감독님 만나 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 많이 했다. 감독님과 헤어지고 나서도 혼자 그래 왔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입스가 왔었다. 대학교 때 한 번 더 왔다. 프로 와서 세 번째 왔다. 팔꿈치 수술 세 번 했는데 고교 때 수술 전 병원 가니 '이 팔로는 도저히 못 한다'고 하더라. '멘탈로라도 야구하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그때 포기했더라면 야구선수 정근우는 없었다. 포기 않고 해보겠다는 의지가 입스 이겨내고 무사히 은퇴까지 할 수 있던 계기였다.

-역대 최고 2루수 평가받고 있다.
▲열심히 했고 그보다 더 이루고 싶던 게 많았다. 앞으로는 우리 후배들이 이룰 테니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데 홀가분하다.

-기억남는 은퇴 메시지가 있나.
▲뻔하겠지만…. 근데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안 왔다. 은퇴한다고 했는데 '연락 왜 안 주냐'고 먼저 연락했다. '축하하기도 그렇고 애매하다'고 하더라. 이틀 뒤에나 조금씩 연락이 왔다. '그동안 너무 고생했고 너 덕분에 프로야구 재미있게 봤다'고 해 주더라.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어릴 때부터 키가 작고 그런 점 다 이겨내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 노력했고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나가 스윙하고 달리기 수비 연습하고 하루도 포기하지 않던 내 안의 나를 보며 감사했다. 늘 힘들고 지칠 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 준 내게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많은 분들과 좋은 자리 만들게 해 준 내게 감사하다.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 어떻게 인사드릴지 모르겠다. 선수로서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받아 좋았다.

-키가 작아 불리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있나.
▲키로 야구하는 게 아니다. 얼마 전 우연히 식당에서 김지찬을 만났다. 작년 청소년 대표 야구를 한 경기 안 빼놓고 봤는데 그때 팬이 됐다. 수비, 방망이 다 너무 잘하더라. '지찬아 와 봐. 형이 너 팬이야. 키가 작아도 야구할 수 있고 다만 조금 더 노력해야 하니까 네가 잘하는 수비만 아니라 조금 더 연구 많이 해서 잘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중간에 힘든 시기가 있었나.
▲탄탄대로 걸어 오다가 1, 2년 전 포지션 방황할 때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들었다. 그런데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겠다' 생각 들어 내 스스로 말했다. '다른 포지션에서 붙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잘해 왔으니 다른 포지션에서 누군가의 아픔은 모르지 않았겠나. 그때 경험이 나중에 지도자 될 때 도움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지도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을까.
▲여러 길을 열어 놨다. 지도자 생각도 있고 그보다 먼저 가장으로서 아빠, 남편 역할부터 해야 된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곧 올 시기라서. (웃음) 일단 가족 위해 같이 있고 싶다. 천천히 결정해 나가겠다.

-야구선수로서 정근우는 어떤 사람일까.
▲잘해 왔고, 누구에게나 지고 싶지 않아 최선 다했다. 있는 자리에서 1등이 되고 싶어했다. 꿈 이뤄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생각하다 보니 부모님 이야기를 못했는데 어릴 때부터 야구 시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늘 내가 주였다. 분위기 잘 만들어 주셨고 장인 어른 장모님 잘 케어해 주셔서 신경 써 주셔서 편히 야구했다. 잘 마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야구, LG 팬에게 한마디 해 달라.
▲지금까지 정근우, 정말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쉬움보다 행복감 갖고 은퇴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LG 팬 분들 내년에 더 좋은 일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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