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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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기가 무엇인지 보여 준 동부

기사입력 2007.02.19 02:30 / 기사수정 2007.02.19 02:30

이성필 기자

[프로농구] 원주 동부 96-87 대구 오리온스
    
[엑스포츠뉴스=이성필 기자] 2쿼터 3분 52초를 남긴 상황, 원주 동부의 김주성이 골밑 슛을 시도하다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해 코트에서 물러났다. 김주성(205cm)-자밀 왓킨스(204.3cm)의 높이를 자랑하는 동부의 한 축이 무너진 것이다.

동부, 가드의 재발견

 
 
▲ 3점 슛 5개, 도움 12개로 이날 승리를 이끈 원주 동부의 표명일  
 
이색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표명일(182cm)-강대협(187cm)-이세범(180cm)으로 이어지는 세 명의 가드가 코트에 들어선 것이다.

점수는 40-31, 9점차 동부의 리드, 그러나 대구 오리온스 가드 김승현이 2쿼터 초반 두 개의 3점슛을 터트리며 언제 따라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높이를 중요시하는 동부에는 비상이었다.

김주성의 부상 이탈 후 세 명의 가드는 이날 경기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슛 감각이 좋을 때는 연이은 3점슛을 만들었지만 4쿼터 들어서 이들의 3점슛 시도를 림이 외면하면서 전창진 감독의 속을 태우더니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동부는 4쿼터 종료 5분 32초를 남기고 가드 강대협의 3점슛이 다시 터지면서 77-7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강대협이 외곽과 골밑을 오가며 연속적인 5점을 기록, 점수를 벌린 뒤 빈센트 그리어가 호쾌한 덩크슛을 터트리며 승리를 확인했다.

결국, 동부가 설날(18일) 강원도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06∼2007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오리온스와의 시즌 다섯 번째 경기에서 팬들의 애간장을 태운 끝에 96-87로 승리를 거두고 6강 플레이오프 마지노선(6위)을 지켰다.

이날 경기에서 동부는 왓킨스(34득점)가 김주성의 골밑 공백을 혼신의 힘을 다해 채웠다. 왓킨스의 분전과 함께 동료 외국인 선수 그리어도 16득점으로 제 역할을 했다.

가드 표명일, 만점 활약

특히 가드진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강대협(17점)-표명일(16점)은 9개의 3점슛을 합작 막판 추격해오는 오리온스에 찬물을 뿌렸다. 이세범도 득점에 관여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가로채기에 성공, 동부의 '빠른' 농구에 한몫했다.

특히 표명일은 동부의 빠른 농구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패스 타이밍을 적절히 맞춰 주는 기지를 발휘, 강대협이 피트 마이클을 앞에 두고 골밑 슛을 성공시키는 그림을 만들어 팬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동부는 그의 경기 조율을 필두로 8개의 팀 속공에 성공, 속공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오리온스 앞에서 빠르기를 뽐냈다. '전주 KCC에서 표명일이 온 뒤 점점 빨라지는 팀의 변화가 느껴진다'는 김주성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다.

상황마다 불같이 화를 내던 전창진 감독도 이에 만족했는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는 지난 14일 전주 KCC와의 경기 전 "만날 이기던 사람이 오르락내리락하니 머리가 아프다"며 최근 성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그러나 이날 빠르기의 극치를 보여 주면서 전 감독의 고민은 일순간 사라졌다. 특히 세 명의 가드 운영은 모험적이었지만 일부분 성공해 한때 수비농구의 대명사였던 동부를 공격적인 팀으로 더욱 변모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스, 김승현 부진

한편, 오리온스는 허리부상을 안고 뛰는 가드 김승현(11점)이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김승현은 4쿼터 종료 1분 56초를 남기고 3점 슛을 터트리며 83-88, 5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파울 관리를 하지 못해 5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김승현은 경기 고비마다 실책을 범해 김진 감독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최근 몇 경기에서 자주 실책을 저질러 일시적인 부진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오리온스는 외국인 포워드 피트 마이클(42득점)이 4쿼터 득점을 몰아넣으며 추격했지만 그 역시 고비마다 상대를 가격하는 파울을 범해 스스로 흥분시켰다. 특히 2쿼터 변청운을 팔꿈치로 가격하더니 심판 판정에 강한 항의를 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당하며 팀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동부는 이날 승리로 7위 서울 SK에 1경기 차를 유지하며 한숨 돌리게 됐다. 반면 오리온스는 동부에 1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주요 활약 선수 

원주 동부 

자밀 왓킨스- 34득점 10리바운드
강대협- 17득점
표명일- 16득점(3점 5개) 6리바운드 12도움 5가로채기 

대구 오리온스 

김승현- 11득점
피트 마이클- 42득점
마커스 다우잇- 16득점 8리바운드 
 
[사진=KBL 제공]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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