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7.12 06:50 / 기사수정 2010.07.12 06:50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박종훈 감독이 결국 결단을 내렸다.
올 시즌 초반 LG 박종훈 감독은 "선발 투수는 2군에서도 선발로만, 구원 투수는 2군에서도 구원으로만 뛴다" 라며 봉중근-곤잘레스-심수창-박명환의 기본 4선발 체제에 한희, 이형종, 서승화, 김광삼, 이범준 등을 상황에 따라 5선발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선발진 붕괴
그러나 시즌이 3달이 지난 현재 2선발 곤잘레스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일찌감치 퇴출당했고, 대신 들어온 더마트레 또한 단 1번의 퀄러티 스타트에 그치며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한 단계 도약할 줄 알았던 심수창은 시즌 초반 부진하다가 지난 주말 두산과의 홈 3연전 때 겨우 돌아와 아직 보직이 확실하지 않다.
박명환도 부상에서는 회복됐지만, 부진을 거듭하다가 지난 11일 2군으로 내려갔다. 그 와중에 서승화와 김광삼이 반짝 활약했지만, 선발진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는 데 실패했다. 한희, 이범준, 이형종은 어떠한 보직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에이스 봉중근을 제외하고 사실상 선발 로테이션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봉중근 다음으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김광삼의 6.31이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6.18로 리그 최하위다. 당장 13일부터 진행되는 잠실 KIA 3연전부터 임시 선발이 줄줄이 등판할 예정이다.
불펜 과부하와 박 감독의 결단
그러나 이들은 팀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만 등판할 수 없다. 선발이 거의 매 경기 무너졌고, 타선이 경기 중, 후반 종종 승부를 뒤집는 위력을 보이면서 승리 조와 추격조로 구분할 여유가 없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이들은 7월 들어 위력을 잃고 있다. 오상민(6경기 9.00) 이동현(5경기 6.75)이 잦은 등판에 무너지고 있다. 선발이 무너지면서 불펜마저 좋지 않은 셈이다.
박 감독은 "우리가 선발진이 불안하기 때문에 매 경기 모든 불펜 투수를 대기시킬 수밖에 없다. 이닝 관리를 해주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고 했지만, 이는 판단 착오로 드러났다. 사실 구원투수의 이닝 소화가 줄어들면 체력 안배가 어느 정도 되지만, 등판 준비를 하기 위해서 윔업과 불펜 투구를 고려한다면 단 1개의 공을 던져도 1~2이닝을 소화한 투수와 피로감은 크게 차이가 없다.
박 감독도 이러한 점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믿고 맡길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밀어붙이다가 실패를 맛본 것이다. 박 감독은 결국 애초 구상을 부분적으로 포기하고 마운드 총력전 체제에 돌입했다. 최근 1군에 복귀한 심수창과 이범준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구상이다. 이들을 불펜에서 기존 필승 계투 조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기다가 상황에 따라 선발로도 투입하는 전략이다. 또한, 선발로 분류됐던 한희도 1군에서 불펜 요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어쨌든 더는 순위싸움에서 처지면 4강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운드의 여유분이 충분한 미국 메이저리그 팀 대부분은 선발은 선발, 구원은 구원의 원칙을 최대한 유지한다. 그것이 투수들의 구위 유지와 부상 위험 방지, 팀 성적 등에 있어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최적의 방법이다. 그러나 국내 리그는 상대적으로 1군과 2군 투수의 기량 차가 클 뿐 아니라 심지어 1군 내에서도 기량차이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잘 던지는 투수들을 선발과 구원으로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성적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과부하도 생기고, 때로는 상황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투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내리그는 8팀 중 4위안에 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성적을 떠나서 무작정 팀 마운드의 미래를 위해 선발은 선발, 구원은 구원의 원칙을 고수하기도 쉽지 않다.
박 감독의 시즌 초반 마운드 운용 구상은 장기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절대 포기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마운드 현실, 특히 8개 구단 중에서도 다소 마운드가 약한 팀으로 분류되는 LG 마운드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고, 결국, 팀의 8년 만의 4강 진출을 위해 부분적으로 노선을 수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사진= 박종훈 감독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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