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30 14:56 / 기사수정 2010.06.30 18:41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허정무 감독의 30개월은 '쾌거와 시련의 연속'과 같았다. 기분 좋은 성과를 낼 때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순탄치 못했던 결과를 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허 감독은 과감히 '정면 돌파'를 선택하며 뚝심을 발휘했다. 그렇다고 스스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일은 없었다. 뚝심과 변화가 적당한 조화를 이루면서 허정무 감독은 변화무쌍하면서도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한국 축구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과연 허정무 감독은 숱한 시련들을 어떤 방식으로 정면 돌파해 극복해 냈을까.
강한 리더십, 소통-신뢰 변화로 이미지 쇄신
허정무 감독이 처음 대표팀을 맡았을 때 다수의 사람들은 그의 고집세고 엄격한 성격에 강한 지도력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2000년 대표팀 경험을 맡아 실패한 경험이 있고, 2004년에도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보좌했다가 성격이 맞지 않아 스스로 물러난 전력이 그의 '고집센 이미지' 때문이라는 말이 많았다. 여기에 국내파 감독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허정무 감독이 과연 2년 6개월동안 팀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스스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별다른 내부 문제 없이 팀을 이끌었다. 자신이 고수했던 스타일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선수들과 많이 소통하고, 신뢰하며, 긍정의 이미지를 많이 심어주려 노력했다. 경기에 져도 선수들을 다그치는 것보다는 선수들 개인의 잠재력,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술적인 면에서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는 것보다 선수들 간의 자율적인 소통, 그리고 코칭스태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많은 것을 이끌어냈다. 이것이 원정 첫 16강의 원동력이 됐다.
차출 문제, 솔선수범 자세로 주목
대표팀 선수 차출이 어려워져 위기를 맞이했을 때도 그의 리더십은 눈길을 끌었다. K-리그 구단들은 소속팀 선수가 대표팀에 차출되는 것을 원칙을 들어 자주 거부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원칙을 지키려는 K-리그 구단의 강한 고집에 맞서 허정무 감독은 고집으로 대응하기보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팀이 흔들리지 않게 만들려 노력했다.
훈련할 선수가 모자라자 그는 직접 골키퍼 장갑을 끼고 훈련에 임했다. 안타까운 시선이 쏟아졌지만 이는 오히려 대표팀 선수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차출 문제로 전임 외국인 감독들이 구단들과 갈등을 자주 빚었던 것에 비해 허정무 감독은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K-리그 구단들을 존중하며 나름대로 상생의 운영을 보여왔다. 대표팀과 프로 축구에 모두 도움이 될 만 한 아이디어를 통해 허 감독은 비교적 큰 문제 없이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답답한 경기력, 새 전술-세대 교체로 극복
허정무 감독은 부진한 경기 때문에 위기를 겪었던 적이 딱 세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위기를 새로운 카드를 뽑아들며 비교적 쉽게 극복해냈다.
첫 위기는 2008년 중반에 있었다. 3차 예선에서 북한, 요르단에 잇따라 비긴 데 이어 최종 예선 첫 경기였던 북한전에서 졸전 끝에 1-1로 겨우 무승부를 이루면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 때 허정무 감독은 공격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4-4-2 카드를 꺼내면서 반전을 모색했다. 이전에 어느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시도였다.
이 전술을 정착시키기 위해 허정무 감독은 청소년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에서 좋은 실력을 보였던 기성용, 이청용을 과감하게 중용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해도 아직 너무 어린 선수들이었기에 이 카드가 성공할 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기성용, 이청용은 4-4-2 전술에 완벽히 녹아들면서 한국 축구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힘이 됐고, 전력 향상을 극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변화의 기세를 이어 허정무 감독은 승승장구를 거뒀고, 7회 연속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해냈다.
두번째 위기는 2010년 2월에 있었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대표팀은 거칠 것이 없었고, 남아공-유럽 전지 훈련에서도 새로운 선수들의 가능성을 수확하면서 다음 일정이었던 동아시아컵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중국과의 2차전에서 최악의 졸전을 보인 끝에 0-3으로 참패하면서 '공한증'이 깨지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여론의 뭇매는 대단했고, 허정무 감독에 대한 경질설이 제대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때 허정무 감독은 이승렬, 김재성, 신형민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전면에 내세워 또 한 번 변화를 모색했다. 전지 훈련을 통해 대표팀 주축으로 서서히 거듭났던 이들은 바로 다음 경기였던 일본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위기에 빠진 허정무 감독을 제대로 구해냈다. 이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도전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탄력있는 팀 운영을 펼칠 수 있었다.
세번째 위기는 월드컵 본선 2차전 아르헨티나전 1-4 대패를 당했을 때였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다소 수비적인 전형인 4-2-3-1 전술을 들고 나온 허정무 감독이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막강 공격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16강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여기서 허정무 감독은 원 전술인 4-4-2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모험을 버리고 다시 안정이라는 새 카드를 선택한 허정무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2-2 무승부 결과를 받아들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마침내 함박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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