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기록의 팀' 롯데 자이언츠에게 2019년은 악몽과도 같았다. 많이 졌는데, 패배의 루트도 기상천외해 야구 팬들은 놀라움을, 롯데 팬들은 한숨을 감추지 못했다. 큰 점수 차에서 당하는 역전패도 뼈아프지만, 위기 싱황에서 치명적인 실책으로 놓친 승리는 보는 이들을 힘빠지게 만든다.
수없이 당한 끝내기 패배지만 그 중에서도 급이 있다. KBO리그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끝내기 낫아웃 폭투' 패배는 가장 황당했던 패배로 꼽힌다. 주인공은 롯데, 상대는 LG. 자세히 보지 않아도 멋진 경기를 펼쳤음이 분명한 두 팀의 만남은 언제나 예측불허다.
무난히 앞섰던 LG에게 드리워진 '실책' 그림자
6월 12일, LG와 롯데는 이틀 연속 연장 승부를 펼쳤다. 내용도 참 '엘롯라시코'다웠다. 차우찬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등에 업은 LG가 1회 김현수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으로 먼저 앞섰다. 3회 이천웅의 안타 후 터진 김현수의 투런으로 3-0 리드를 잡았다.
이름 높은 LG와 롯데의 경기가 이대로 끝날리 없었다. 7회 차우찬을 상대로 전준우, 배성근이 안타를 때렸고 대타 문규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격했다. 김동한이 볼넷을 골랐지만 민병헌의 우익수 플라이로 1점 만회에 그쳤다.
그러나 8회 LG의 진짜 위기가 도래했다. 바뀐 투수 임찬규가 대타 허일을 안타로 내보냈고, 실책까지 겹쳐 무사 2루에 몰렸다. 손아섭의 볼넷 후 이대호의 2루수 땅볼로 맞은 1사 2,3루 상황. 3구째 볼이 빠지며 폭투로 실점을 허용했다. 결국 전준우가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정훈이 3루수 야수선택으로 출루하며 손아섭이 동점 득점을 만들었다. 3-3, 8회에 경기는 다시 시작됐다.
실책으로 쫓아간 롯데, 더 큰 실책으로 패하다
LG의 실책에 힘입어 균형을 맞춘 롯데는 역전까지 해내진 못했다. 스코어는 9회에도 변함 없었고 결국 경기는 연장에 돌입했다. 10회초 삼자범퇴로 물러난 롯데는 10회말 투수 고효준으로 이어갔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선두타자 김현수가 2루수 왼쪽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흔들린 고효준은 당시 외국인 타자였던 토미 조셉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롯데는 마운드를 구승민으로 교체해 위기 탈출을 노렸다. 구승민이 채은성을 병살타로 잡아낼 때까지는 아주 옳은 선택으로 보였다.
그러나 2사 3루에서 결국 대형 실책이 나왔다. 8회 김현수를 고의4구로 거르며 위기를 벗어났던 롯데는 연장 10회말 이형종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1루를 채우고 쉽게 이닝을 마치려는 생각이었다. 오지환이 헛스윙, 파울, 헛스윙으로 타석을 마칠 뻔 했을 때까지만 해도 11회초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오지환의 스윙 뒤로 향했던 공은 포수 나종덕을 맞고 튀었다. 오지환은 1루로 전력질주했고, 나종덕이 다급하게 흐른 공을 주워 1루로 송구했으나 크게 빗나갔다. 그 사이 오지환이 1루를 밟았고, 3루에 있던 김현수가 달려와 홈을 밟았다. KBO리그 최초 '스트라이크 낫아웃 끝내기 폭투'가 나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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