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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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스포츠] 대구FC 레오, 태극기 휘날리며 '퇴장'

기사입력 2010.04.12 05:33 / 기사수정 2010.04.12 05:33

전현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대구, 전현진 기자] 11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0 K-리그' 7라운드 대구 FC와 FC 서울의 경기에서 서울은 후반 23분 하대성의 결승골로 최근 3연승과 함께 리그 2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찬바람이 부는 쌀쌀한 봄날씨 속에 일요일 경기로는 드물게 늦은 오후 5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추위에 떨며 경기 내내 홈 첫 승을  응원하던 대구팬들에게 이날은 추운 날씨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 경기장을 찾아왔다.

전반상황은 서로 골을 주고받으며 2-1로 서울이 한 골 차로 대구를 앞서갔다. 후반전 휘슬이 울리면서 서울에 끌려가던 대구는 후반 13분경 경기가 시작된 후 홈팬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함성을 자아내게 된다.

대구 이슬기가 코너킥으로 올려준 공을 서울 김용대 골키퍼가 펀칭으로 잘 막아내었으나 하필 펀칭 된 공이 오른쪽에 혼자 있던 레오쪽으로 떨어져 레오가 동점골을 터트린 것이다. 이에 레오는 홈팬들의 환호에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정강이 보호대 안에서 꺼내 태극기를 휘날리며 본부석 앞까지 달려가 자신만의 골 세리머니를 마무리 하였다.

하지만, 경기장의 환호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탄성으로 이어졌다. 레오는 태극기 골 세리머니로 인해 바로 옐로 카드를 받고 결국 전반전 경고에 이은 경고누적으로 인해 퇴장명령을 받으며 경기장을 떠나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태극기 골 세리머니로 경기장을 찾은 대구 홈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더불어 홈 첫 승을 바랬던 레오의 계획은 자신의 예상과 빗나가는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레오의 슬픈 하루가 시작되는 첫 경고카드 장면. 공격수임에도 이날 적극적으로 수비로 가담하고 있다.




후반 13분 레오의 골 장면

레오가 동점골 직후 정강이 보호대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다.


레오가 정강이 보호대에 숨겨둔 물건은 바로 '태극기'

보통 선수 본인의 자국 기로 골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는 종종 본 것 같은데  레오의 한국 사랑을 보여주려나 보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혹, 벌써 남아공 월드컵 응원?

태극기 골 세리머니의 종착점, 본부석 앞으로 향하는 레오와 위기를 직감한 대구 이영진 감독이 레오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빨리 경기장으로 복귀하라고 지시하는 장면.



골 세리머니를 마치고 필드로 복귀한 레오 앞에 나타난 레드카드!

에스테베즈 '너무 궁금해'

심판에게 항의하는 대구선수들 옆으로 외국인 선수 서울 에스테베즈가 자신도 레오 퇴장의 이유가 궁금한 듯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에스테베즈는 통역이 필요해~'

그럼 이번 레오의 태극기 골 세리머니에  대한 경고카드는 왜 나온 걸까? 아직 경기는 후반 초반이고 홈팬들은 레오의 동점골과 골 세리머니로 인해 경기 중 가장 절정의 순간이었다. 딱히 상대인 FC 서울의 선수들과 서포터 중 레오의 골 세리머니를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퇴장명령, 아니 두 번째 경고카드가 나온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가장 큰 요인은 선수의 기본장비에 대한 규칙이다.

-선수의 기본 장비는 상의, 하의(보온 바지를 착용할 경우는 하의의 기본 색상과 같아야 한다.), 양말, 정강이 보호대, 신발로 이루어진다.-

-기본 장비가 아닌 모든 의류 또는 장비는 주심의 검사를 받아 위험하지 않다고 결정되어야 한다.-


레오는 위에 규정되어진 물품 이외에 허락되지 않는 물품을 사전 검사 없이 착용하거나 숨기고 무단 반입한 경우에 해당되는듯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선수가 득점을 축하하기 위해 주변의 담장에 올라갈 경우-

-득점을 축하하기 위해 경기장을 떠난 선수들이 빠른 시간 내 경기장으로 복귀하지 않는 경우-

위 피파규정도 복합적으로 적용된듯하다. 대구시민운동장은 축구전용경기장이 아닌 관계로 벤치 뒤편이 육상트랙이다. 벤치가 일종의 담장과 같은 개념인데 벤치 뒤편까지 가서 골 세리머니를 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판단이었다.

그리고 세리머니로 인한 경기지연 부분에 대해 K-리그 심판들의 판단은 매우 엄격하다. 선수들은 염두에 두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 K-리그는 골 세리머니의 지체시간에 대해 유럽의 리그와 비교해 너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골을 넣은 후 골 세리머니의 진행은 마치 테이프를 빨리 감는 듯 정신이 없으며 선수들은 중앙선으로 복귀하기 바쁘다. 그로 인해 선수들의 쇼맨십도 위축된다.


레오 '이럴 수가'

퇴장명령 후 믿기지 않는 상황에 자신의 유니폼을 뒤집어쓰고 있다.

참고로 레오는 퇴장명령 후 옷으로 머리를 덮은 상황이지만 규정상 골 세리머니로 웃옷을 벗거나 옷으로 머리를 덮어도 경고를 받을 수 있다.



레오 '아 울고 싶어'

레오가 퇴장명령 후 벤치를 빠져나가고 있다.

 갑자기 뛰기 시작하는 레오 '오늘따라 너무 먼 라커룸'

 볼보이와 응급 요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을 둘러서 라커룸으로 달려가는 레오.


손을 흔들며 쓸쓸히

레오가 본부석 반대편 라커룸 입구에서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라커룸으로 사라지고 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축구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입장권을 사서 그 경기를 보기 위해 관람석에 앉아있는 팬들일 것이다.

골 세리머니의 주인공은 골을 넣은 선수의 것이 아니라 그걸 지켜보고 함께 즐거워하는 팬들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팬들이 즐거워한다면 규정의 틀은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보여야 할 것이며 선수들은 규정의 틀 내에서 그 방법을 모색해야 될 것이다.

 



전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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