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05 10:28 / 기사수정 2010.02.05 10:28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개척자는 언제나 외롭다.
누구도 도전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도전 후 맛보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 그리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을 자신이 가장 먼저 하고 있다는 자부심만으로 개척자들은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자신하고 있다.
이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가운데는 메달이 유망한 빙상 종목 외에 세계적인 수준과 차이가 있는 스키, 썰매, 크로스컨트리 등의 종목에도 많은 선수가 출전한다.
올림픽 때조차 '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이들은 척박한 여건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목표를 가지면서 '개척자 정신'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빛내고 싶어 한다.
▶ '썰매 3인방' 강광배-조인호-이용
이번 올림픽에서 새롭게 조명받는 종목을 꼽는다면 단연 봅슬레이다. '한국판 쿨러닝'이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마침내 4인승 종목에서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봅슬레이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마틱한 레이스를 자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 썰매의 선구자' 강광배(강원도청, 사진▲)가 있다.
이미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3번이나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강광배는 이번 대회가 아주 남다르다. 개인 종목이었던 스켈레톤, 루지와 다르게 단체 종목인 봅슬레이에 새롭게 도전해 결국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수준과는 차이가 나더라도 일본만큼은 반드시 이겨 아시아 최강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강광배의 의지는 벌써 불타오르고 있다. 한국선수단 결단식을 하기 하루 전에 이미 밴쿠버에 도착해 현지 적응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의지가 느껴진다.
강광배와 더불어 썰매 종목에 함께 출전하는 스켈레톤의 조인호, 루지의 이용(이상 강원도청)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렇다 할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외롭게 각 종목의 개척자가 돼 온 이들은 힘겹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밴쿠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좋은 성적보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통해 썰매 종목을 알리고 싶은 의지가 강한 이들의 레이스는 세계적 실력을 갖춘 다른 선수들보다 더 빛날 것이다.
▶ 크로스컨트리의 철녀, 이채원
지난 4일, 동계체전에서 통산 44개째 금메달을 따낸 이채원(하이원)은 17년간 한국 크로스컨트리를 빛내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인 '철녀'다. 15년 동안 체전에서 4관왕만 5차례를 기록했을 만큼 크로스컨트리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뒀던 이채원은 이번 올림픽 출전으로 여자 선수 가운데 최초로 3회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세계적 실력과 분명히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채원은 현재 FIS(국제스키연맹) 랭킹에서 260위에 올라 있으며, 이전에 출전한 2번의 올림픽에서도 15km 추적에서 57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국가별 출전권(쿼터)이 아닌 자력으로 이번 올림픽 티켓을 따냈을 만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게 성적을 유지해 온 것이 이채원의 큰 강점이다. 155cm의 단신 체격과 29살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성실하게 몸을 만들면서 오히려 예년보다 더 나은 기록을 보이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썰매 종목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크로스컨트리 분야에서 이름을 알려온 이채원이지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날릴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 등록 선수가 20여 명에 불과할 만큼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뭔가 보탬이 되고 싶어하는 이채원의 바람이 이번 올림픽에서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모굴 스키 대표, 서정화(미국 남가주대) 하면 '엄친딸'이라는 별칭이 늘 따라붙는다.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 하는 '진짜 인재'이기 때문이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곡예' 모굴 스키에서 '차세대 금메달리스트'라는 평을 듣고 있는 것과 함께 공부도 잘해서 미국의 주요 대학 5곳에 동시에 합격했던 전력을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서정화는 이번 올림픽보다 다음 소치 동계올림픽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첫 출전하는 밴쿠버 올림픽은 여러모로 그녀에게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이미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30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서정화는 수험생 신분에서 벗어난 뒤, 기량이 일취월장하며 지난달 9일에 열린 월드컵에서 1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상승세 분위기를 타서 자신의 경기력을 마음껏 발산해 낸다면 10위권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는 예상도 있다.
이제 스무 살에 막 접어든 젊은 선수이기에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낸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 이번 올림픽에 유일하게 출전하는 한국 모굴 스키 선수인 만큼 자부심을 갖고, 젊은 선수다운 패기를 보여주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그 밖에도 스노보드의 개척자, 김호준(한국체대)과 바이애슬론의 미래, 문지희(전남체육회), 알파인 스키의 자존심, 정동현(한국체대) 등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떠오를 선수들이다. 비록,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외롭게 4년을 준비하면서 그 결실을 맺고 싶어하는 이들의 도전만으로도 한국 동계스포츠의 미래를 더욱 밝게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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