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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토크] ② 평가전에서 드러난 브라질의 문제점은?

기사입력 2009.11.18 22:24 / 기사수정 2009.11.18 22:24

박문수 기자



"축구는 영국이 만들어졌지만 브라질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브라질이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란 사실을 쉽게 인정하며, 무의식적으로 인식된 브라질 축구의 강력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오래된 관습으로 자리매김했지요. <엑스포츠뉴스>는 매주 목요일 브라질 축구에 정통한 본지 박문수 기자를 통해 브라질 축구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연재물 '삼바 토크'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파헤이라 감독의 4-2-2-2전술이 실패 했을 때를 회상해 보자.

이 대회에서 브라질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에 의존했기 때문에 생긴 (미드필더에서의 무기력한 압박으로 인한) 중원의 실종과 카카와 호나우디뉴로 대표되는 두 명의 지휘자가 이끄는 두 개의 팀으로 분열된 조직력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란 오명과 함께 8강에서 탈락했다. 

결국, 이러한 공격적인 축구의 실패는 '대표팀 주장 출신' 카를로스 둥가의 부임을 이끌었으며 그가 이끈 브라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적인 축구'가 아닌 '안정적인 축구'로 변했다.

둥가의 브라질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파헤이라 감독이 선사한 공격적인 4-2-2-2와는 달리, 4-3-1-2를 토대로 3명의 미드필드 진의 운용을 통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브라질 축구의 단편을 제거했다.

즉, 브라질 특유의 숏 패스를 통한 개인의 테크닉을 극대화하는 '삼바 리듬'을 버린 채, 안정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적은 득점의 승리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부임 초기부터, 둥가는 개혁가였다. 공격적인 색깔을 포기한 그는 기존의 브라질 대표팀의 전술과 스타 플레이어를 과감히 배제하는 진보적인 움직임을 통해 현재의 브라질을 완성했다. 


현재까지 둥가를 압박하는 그에 대한 끊임없는 잡음과 구설수는 좌불안석의 브라질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위협했으며 경질설이 수시도 대두하였지만, 실리를 추구하며 2007 코파 아메리카와 2009 FIFA 남아공 컨페더레이션스 컵 우승에 성공. 이탈리아에 내준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일시적으로 회복하며 '삼바 축구의 저력'을 과시했다.

우선 둥가는 '1' 자리에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를 배치하며 그를 보좌하는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중원의 살림꾼으로 출전시켰다. 

이들 중 펠리페 멜루와 질베르투 실바에게 홀딩 미드필더의 역할을 부여한 수비적인 임무를 맡겼으며, 엘라누 블루메르에게 활발한 움직임을 통한 적절한 수비 가담과 종횡무진 위협적인 로빙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겼다.

즉, 2006년 브라질 대표팀이 이메르송에게 막중한 수비 가담을 요구하면서 제 호베르투에게 '두 명의 지휘자' 카카와 호나우디뉴에게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맡긴 것과는 달리, 카카에게 단 한 명의 지휘자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그의 개인 능력을 능수능란하게 이용. 트레콰르티스타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이러한 안정성은 토너먼트에서 지지 않는 팀으로 바꿨지만, 둥가의 브라질은 반신반의하다.

그렇다면, 그의 브라질이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그들이 지닌 단점을 바탕으로 이번 잉글랜드, 오만과의 친선전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이번 평가전에서 브라질은 모두 승리하였지만 세계 최강이란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선사하지 못했다.
 


주전이 대거 불참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과시하지 못한 채, 니우마르의 극적인 헤딩골로 1-0 승리를 거둔 점과 '아시아의 변방' 오만을 상대로 전반 초반 기록한 니우마르의 선제 득점에 이은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로 2-0으로 승리를 거둔 것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기대보다는 실망에 가깝다.

특히 이번 평가전에서 브라질 대표팀은 '호비뉴 없는 카카는 무용지물이다.'라는 과제를 다시금 떠안게 되었다.

브라질에서의 카카는 3명의 미드필더의 도움을 받으며 공격진을 지휘한다. 이 과정에서 카카는 테크니션이 아니기 때문에 종적인 움직임에 주력하며 전방에 있는 선수와 후방에서 오버래핑하는 선수에게 양질의 패스를 공급한다.

하지만, 공격 전개 과정에서 상대 수비진이 카카를 집중 공략한다면 공격의 흐름과 경기의 맥이 동시에 끊긴다. 이번 평가전에서 발생한 이러한 상황은 카카의 후방에 있는 펠리페 멜루와 질베르투 실바의 수비적인 능력과 왕성한 활동량은 상대 공격진의 역습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이었지만 페널티 박스 내에서만 위협적인 최전방 포워드 루이스 파비아누에게 공이 연결되지 못했다. 즉, 마땅한 공격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평가전처럼 호비뉴가 출전하지 않는다면, 카카보다 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의 좌우를 벌리는 횡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창출하는 선수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브라질 내 카카 의존 병이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잉글랜드와 오만과의 경기에서 카카는 강호들에 비해 이름값과 실력 면에서 월등히 떨어지는 상대 수비진을 상대로 고전했으며 종적인 움직임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선사. 호비뉴의 존재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호비뉴 없는 브라질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

호비뉴의 대체 자로 경기에 나선 니우마르는 쉐도우 포워드로서 횡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선수가 아닌 종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문전 앞에서 득점에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선수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호비뉴 역할을 파비아누가 수행했으며 어설픈 트래핑과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보여준 비효율적인 움직임은 번번이 공격 기회를 무산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둥가가 이번 평가전에서 AC 밀란의 알레산드레 파투를 차출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레오나르두의 AC 밀란에서 오른쪽 사이드 플레이에 주력하며 자신의 가치를 한 단계 상승시킨 파투는 지난 파라과이와의 남미 예선 이후, 대표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밀란에서 내로라하는 강 팀들을 상대로 득점행진을 이어나갔지만 둥가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호비뉴가 부상으로 대표팀 차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외면당한 것이다.

파투가 이타적인 플레이에 능한 점과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뛰어난 침착성, 훌륭한 득점력을 고려할 때 왼쪽 측면과 중앙에서의 플레이를 선호하는 카카의 반대편을 담당하며 특유의 개인기를 통해 좌우 간격을 넓혀준다면 호비뉴의 이상적인 대체 자가 되었을 것이다.

▶ 결론

이번 평가전에서 브라질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비뉴의 부재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내세우지 못했으며, 그의 공백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전술을 실험하지 못하며 오히려 문제점만 낳았다. 특히 제약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프리 롤의 역할을 수행한 호비뉴의 부재는 카카의 종적임 움직임만 부각하며 원활하지 못한 공격 전개를 보여줬다.

결국, 카카의 제한된 움직임은 롱 패스와 세트피스에만 의존하는 플레이를 선사했다. 지나치게 선 수비 후 역습 체제를 중요한 점은 지공 상황에서도 역습이라는 방법을 찾도록 만들었으며, 공수 간격이 넓어지기 때문에 나타난 미드필드의 느슨한 압박은 상대적 약체에도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플레이를 선사. 씁쓸한 승리만 가져다주었다.

[예고] ▶ 삼바토크 3회는 '브라질을 빛낼 유망주' 1편이 이어집니다.

[사진=지난 9월, 아르헨티나 원정에서 승리한 브라질 대표팀 ⓒ 피파 공식 홈페이지 캡쳐]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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