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05 13:04 / 기사수정 2009.11.05 13:04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KBSN의 스포츠 아나운서인 송지선(28)과 김석류(26)는 스포츠팬들에게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지난여름과 가을, 야구장을 누비며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달한 이들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배구 코트에 돌아왔다. 경기 이후, 팬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정확하게 지적해 질문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스포츠팬들의 대리자 역할을 했던 송지선-김석류 아나운서는 지난 3시즌 동안 배구 코트에서 생생한 인터뷰를 전달했다.
그러나 2008-2009 V-리그 시즌을 끝으로 KBSN의 배구 중계권 계약은 만료됐다. 정든 배구 코트를 다시 방문할 기회가 올지에 대해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
다행히 시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KBSN은 올 시즌과 2010-2011시즌까지 배구 중계를 다시 책임지게 됐고, 두 아나운서 역시 다시 배구 코트로 돌아오게 됐다.
김석류(이하, '김'으로 표기) : "지난 3시즌 동안 배구 현장에 다니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올 시즌 다시 배구 코트에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은 쉽게 할 수 없었죠. 지난 시간 동안 코트에서 만났던 선수와 감독님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다시 배구와 함께할 수 있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예전보다 더욱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강해졌어요"
송지선(이하, '송'으로 표기) : "중계에 임할 특정한 종목이 주어지면 만반의 준비를 해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입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종목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익숙했던 종목을 다시 만난 느낌은 특별했어요. 여름과 가을에 야구를 한 뒤,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배구를 하는 것이 익숙했는데 다시 배구 코트에 오게 돼서 흥분돼요. 지난 시즌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스포츠 중계의 첫 종목이 되었던 배구, 이래서 특별하다
지난봄부터 가을까지, 김석류, 송지선 아나운서는 야구에 푹 빠져 살았다. 특히, 7차전까지 진행된 한국시리즈의 여운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2009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진행된 뒤, 김석류-송지선 아나운서는 곧바로 배구 중계에 투입됐다. 잠시도 숨 쉴 틈 없이 배구 코트에 나서서 긴장이 된다는 점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송) "지난 시즌 같은 경우는 배구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어요. 하지만, 올 시즌은 야구가 끝난 뒤, 곧바로 배구에 투입돼 여러모로 준비할 게 많은 상황이죠. 근래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가지신 팬 분들이 많으세요. 이분들은 물론, 배구 중계를 보시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터뷰를 위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배구는 매우 특별한 종목이다. 스포츠 중계의 첫 발을 내딛을 때, 이들의 시선에 비친 것은 크고 묵직한 배구공이었다. 어릴 때부터 열광적인 스포츠팬이었던 송지선 아나운서에게 배구는 낯선 종목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와 함께 좋아했던 배구를 직접 만난 느낌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송) "전 스포츠 팬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유난히 야구를 좋아하셨던 아버지 때문에 자연스럽게 야구팬이 됐죠. 봄부터 가을까지 야구에 집중하다가 겨울이 되면 배구를 즐겨보는 게 제 일상이었어요"
그러나 김석류 아나운서는 스포츠팬이었던 송지선 아나운서와는 달랐다. 스포츠의 길을 직업으로 선택하기 이전까지 야구는 물론, 배구도 그에게 낯선 종목이었다.
(김) "저는 배구 중계로 방송을 시작했어요. 아직도 첫 방송 때 느꼈던 설렘을 잊을 수 없죠. 배구를 모르는 상태에서 방송에 투입돼 걱정이 많았지만 직접 경기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어요. 첫 중계 때부터 배구의 매력에 빠졌고 이렇게 재미있는 종목이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됐죠. 첫 방송이라 부족한 점도 많았는데 제가 하는 것을 직접 보신 대선배님이 칭찬을 해주셨어요. 이러한 점에 고무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도 생겼습니다"
김석류 아나운서에게 배구가 특별하게 다가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일본 유학 시절에 느꼈던 일본의 배구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김) "제가 일본에서 유학 중일 때, 그곳에서 느꼈던 배구 열기는 심상치 않았어요. 공중파 방송의 인기 있는 토크쇼 게스트로 배구 선수들이 초청됐어요. 또한, 일본에는 배구 전문잡지도 많았죠. 일본에서 하는 배구 중계를 보면서 인상적인 것은 시합에서 이긴 팀의 모든 선수들을 쭉 세워놓고 그 선수들과 다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었어요. (웃음)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스타가 배구장을 찾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죠. 그 아이돌을 보기 위해 관중이 몰려오고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배구를 보여주는 마케팅 방법이 신선했습니다"
스포츠 현장을 누비면서 체험한 다양한 파편들
경기가 끝난 후, 땀의 흔적이 채 마르지 않은 선수들을 찾아가 부드럽게 질문을 건네는 여성 리포터는 많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경기에 깊숙이 몰입하면서 직접 질문을 작성하고 세세히 경기 내용과 기록을 표시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송지선-김석류 아나운서는 거친 숨이 살아있는 스포츠 현장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여성 아나운서다. 스포츠팬들이 궁금했던 점을 정확히 잡아서 질문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김) "예전과 비교해 저희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스포츠를 시작한 초심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집중하는 것은 지금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에요"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방송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송지선 아나운서는 질문의 내용을 꾸밀 때, 경기 내적인 면에 충실하고 싶다는 밝혔다. 반면, 김석류 아나운서는 선수의 인간적인 면과 경기 외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송) "저는 되도록 경기 외적인 질문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딱딱할 수도 있지만 보는 분들의 이해를 돕고 경기 자체에 충실한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김석류 아나운서는 선수의 인간적인 면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에서 땀을 흘린 선수가 들려주는 가슴 뭉클한 얘기는 잊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일례로 도로공사의 임효숙(27, 도로공사)과 인터뷰할 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김 : "그때, 임효숙 선수는 부상을 이기고 배구에 전념한 일을 얘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임효숙 선수의 사연이 제가 겪었던 경험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었죠.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선수는 임효숙 선수와 같은 분들입니다. 선수가 전달해주는 감동적인 얘기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아요"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 힘을 더해준다
송지선-김석류 아나운서는 스포츠 현장의 많은 이들을 만나보면서 승자의 짜릿함만 느꼈던 것이 아니다. 승자의 환호 뒤엔 패자의 쓸쓸한 뒷모습도 보였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면서 인터뷰를 했던 이들은 패자의 모습도 잔잔한 감동을 줬다고 언급했다.
(송) "솔직히 어렸을 적엔 제 눈에는 오직 승자만이 눈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이러한 시선이 바뀌었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최후의 승자는 KIA 타이거즈가 됐지만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SK 와이번스의 선전도 대단했다고 봅니다. SK를 보면서 결과에서 승자와 패자는 있지만 최선을 다하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김석류 아나운서는 기나긴 야구 시즌을 치르는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스포츠가 안겨주는 희열이 있기 때문에 피곤함도 잊게 된다고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김) "스포츠 자체가 주는 감동과 재미가 일에 대한 열정을 살려주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건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스포츠를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송)지선 언니처럼 처음부터 스포츠팬은 아니었지만 뒤늦게라도 스포츠를 알게 돼서 무척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프로배구가 출범하면서 KBSN은 지속적으로 배구 중계를 해왔다. 이러한 노하우를 되살려서 올 시즌 더욱 분발하겠다고 두 아나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년간 배구 코트를 누벼왔던 두 사람은 이번 시즌도 배구 현장을 찾아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송) "항상 질문을 준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시청자분들의 궁금증입니다. 전파가 헛되지 않도록 알짜배기 방송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느꼈던 아쉬움 점을 보완해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첫 방송이 된 배구는 여전히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모든 경기에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항상 깊은 여운을 주기 때문이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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