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07 03:34 / 기사수정 2009.05.07 03:34
프로농구 팀별 결산① - 울산 모비스 피버스(35승 19패 - 정규시즌 1위, 플레이오프 4강)
▲시즌 전 전망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 모비스에게 주어진 기대치는 극히 낮았다. 젊고 가능성이 풍부한 선수들로 구성된 모비스가 분명 매력적인 팀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잘해봐야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내린 분석이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선수 브라이언 던스톤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프로 경험이 처음인데다 골밑을 지키기에는 신장이 너무 작다는 점은 큰 불안요소였다. 김현중이 버티는 포인트가드 자리 역시 불안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포인트가드와 센터, 이 두 축이 모두 흔들리고도 좋은 성적을 냈던 팀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없었다.
▲돌풍, 그리고 위기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던스톤은 2m도 채 되지 않는 신장으로도 골밑을 지배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기량을 갖춘 선수였다. 올 시즌 이전까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김현중은 한때 팬들 사이에서 'MVP 후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무명 신화를 써내려 갔다.
김효범과 오다티 블랭슨을 필두로 한 외곽포 군단의 위용도 두드러졌다. 우승연, 우지원, 천대현 등 벤치 멤버들도 하나같이 제 몫을 다했고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아쉽게 마감했던 함지훈은 '2-3쿼터의 황태자'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모비스는 줄곧 상위권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순항하던 중 위기가 찾아왔다. 생애 최고의 활약을 보이던 주전 포인트가드 김현중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 모비스가 어느 한 선수만을 축으로 움직이는 팀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김현중의 공백은 큰 타격이었다.
▲감격의 정규시즌 역전 우승, 그러나…
김현중의 부상으로 잦아들 것 같았던 돌풍에 다시 한 번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2년차 신예 박구영이었다. 또 다른 포인트가드 하상윤까지 부상을 입어 기회를 얻은 박구영은 신예답지 않은 과감함으로 우려의 시선을 일축했다. 박구영은 막판까지 활약을 지속하며 결국 기량발전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탄력을 받은 모비스는 근소하게 앞서던 1위 원주 동부를 맹추격했다. 시즌 내내 2~3게임 차 뒤진 2위 자리를 지키며 그대로 순위가 굳어지는 듯했지만, 막판 동부의 급작스런 경기력 저하는 모비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이 엇갈린 분위기는 결국 모비스의 막판 극적인 정규시즌 역전 우승으로 이어졌다.
정규시즌에서는 역전 우승의 기적을 일궈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경험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4강에 직행해 서울 삼성을 맞은 모비스는 1차전 승리 이후 상대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홀린 듯 내리 3연패로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 가지 못한 정규시즌 우승팀'이 되고 말았다.
▲Comment: 대이변의 선두주자
유난히도 이변이 많았던 2008-2009시즌. 사실상 그 이변의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모비스의 정규시즌 우승이었다. 샐러리캡 하한선(70%)에도 채 못 미치는 전체 연봉과 낮은 골밑, 눈에 띄는 활약조차 없던 무명 선수들을 위주로 우승을 일군 유재학 감독은 진정 명장이라는 호칭이 어울릴 법하다.
괄목할 만한 정규시즌 결과에 비해 플레이오프에서는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비스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올 시즌 충분히 잘 싸웠고, 다음 시즌에는 고대하던 양동근과 김동우가 상무에서 복귀한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 모비스의 강력함에 대해 거론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Best Player - 브라이언 던스톤
특별히 압도적인 기량을 지닌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조직력으로 우승을 일궈낸 모비스. 하지만 시즌 내내 잔부상 하나 없이 골밑을 든든하게 지킨 던스톤에게는 최고의 수훈이라는 칭송이 아깝지 않았다. 가공할 외곽포의 힘도 그가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그만한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즌 18.26득점, 10.56리바운드, 3블록의 훌륭한 성적을 올린 그는 워낙 괴물 같은 활약을 보였던 삼성의 테렌스 레더에게 외국인선수상을 내줬지만, 이성구기념상 수상과 수비 5걸에 선정되며 그 뛰어난 활약에 어느 정도나마 보답을 받을 수 있었다.
[연재] 최영준 코트 비전 -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팀별 결산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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