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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김연경, 한국 여자배구에서 어떤 존재인가

기사입력 2009.04.11 17:10 / 기사수정 2009.04.11 17: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흥국생명이 2년 만에 한국 여자배구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이번 시즌 동안 흥국생명이 걸어온 길은 매우 험난했죠. 팀을 이끌어가는 감독이 두 번이나 교체됐고 정식 사령탑이 없는 상태에서 챔피언 결정전까지 마쳤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챔피언에 등극했죠. 팀의 기둥인 김연경(21, 레프트)은 챔피언 결정전 MVP에 등극했습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여자배구는 GS 칼텍스와 함께 흥국생명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습니다. 공격력과 서브, 그리고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따지면 오히려 흥국생명이 한 수 위로 평가받았지요. 팀의 조직력이 원활히 돌아갈 경우, 흥국생명은 쉽게 잡을 수 없는 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흥국생명의 출발은 매우 산뜻했습니다. 개막전에서 KT&G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내리 3연승을 거두면서 1라운드 선두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믿고 따랐던 황현주 전 흥국생명 감독이 경질되면서 흥국생명의 항해는 길을 잃고 말았지요. 새롭게 부임한 이승현 전 흥국생명 감독은 팀의 수장이 확보해야 할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감독 교체로 흥국생명의 조직력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연경과 황연주, 그리고 이번 시즌 FA를 통해 데리고온 한송이와 외국인 선수 카리나가 포진된 흥국생명의 공격력은 국내 여자팀들 중, 당연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날개 공격과 국내 선수들 중, 가장 빠른 이동 속공을 구사하는 센터 김혜진 등을 살리려면 서브리시브와 2단 연결, 그리고 세터 이효희의 플레이가 뒷받침해 줘야겠지요. 이러한 요소는 모두 조직력과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팀 분위기가 침체돼있거나 코칭스태프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팀이 지니고 있는 조직력을 극대화시킬 수 없습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동안, 이 점이 부족해 좋은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기복이 심한 경기가 많았고 주전 세터인 이효희 역시 롤러코스터와 같은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흥국생명의 다양한 공격라인을 극대화시키려면 리베로 조상희의 선전과 김연경이 리시브와 2단 연결에서 고른 활약을 펼쳐줘야 합니다.

팀원들과 오랜 기간을 함께 해온 어창선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부임하면서 흥국생명의 분위기는 쇄신됐습니다. 결국, 정규리그 3위로 턱걸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흥국생명은 2위였던 KT&G 아리엘스를 물리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습니다.

1차전에서의 어이없는 완패가 선수들에겐 오히려 자극이 됐습니다. 리시브와 수비의 난조, 그리고 세터 이효희의 극명한 부진이 겹친 1차전의 패배를 흥국생명 선수들은 극복해냈습니다. 흥국생명이 2차전과 3차전, 그리고 4차전에 내리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역시나 팀의 중심 선수인 김연경의 활약이 컸습니다.



공격은 물론, 서브 리시브와 디그, 그리고 2단 연결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는 김연경은 '김연경이 살아나야 흥국생명이 산다'라는 공식까지 지닐 정도로 팀 공헌도가 절대적인 선수입니다. 국내 여자 배구선수들 중, 김연경만큼 빠르고 높이 있는 공격과 탄탄한 기본기, 여기에 선천적으로 필요한 배구 센스를 갖춘 선수는 드뭅니다. 배구 강국인 중국과 유럽, 그리고 남미 국가의 선수들 가운데 '김연경 급'에 달하는 선수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리그만을 놓고 본다면 김연경의 실력은 다른 선수들과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11일 오후,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GS 칼텍스와의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김연경은 혼자 33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득점은 물론, 서브리시브와 2단 연결에서 자신의 몫을 충실해 해준 김연경의 활약 덕분에 흥국생명은 GS 칼텍스를 압도할 수 있었습니다.

김연경의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중앙에 있던 김혜진의 빠른 속공도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또한, 라이트에 위치한 카리나도 호쾌한 공격력을 구사해 흥국생명의 양 날개 공격은 모두 살아났습니다. 오직, 데라크루즈만이 분전했던 GS 칼텍스는 공격력에서 흥국생명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흥국생명은 베테랑 세터 이효희를 비롯한 선수 구성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연경'이란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 가운데 김연경은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즌 이후로 해외진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김연경에겐 국내리그는 좁은 무대인 것이 확실합니다.

흥국생명을 세 번이나 프로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김연경은 이제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릴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철저한 몸 관리로 지난 몇 년 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그랑프리대회에 참가해 국내 선수가 아닌,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펼쳐보고 자신의 기량을 연마해가는 점이 김연경에게 절실한 필요합니다. 김연경이 이제 자신과 비슷하거나 기량이 더 높은 선수들에게 새롭게 도전할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사진 = 김연경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이상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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