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07 14:58 / 기사수정 2009.04.07 14:58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2009프로야구, 시작이 좋다.
지난 4일 화려한 막을 올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는 개막 2연전을 치르며 '흥행 대박'을 예고했다. 개막전 4개 구장 매진사례로 역대 최다관중 기록을 갈아 치운 데 이어 이튿날에도 구름 관중이 몰렸다. 550만 관중 돌파라는 목표를 위한 출발은 순조로웠던 셈이다.
꽉 들어찬 관중만큼이나 그라운드에서도 풍성한 볼거리가 제공됐다. 이제 2경기에 불과하지만, 팬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는 장면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팀 순위는 아직 의미가 없기에 저마다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소속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WBC 영웅들
'위대한 도전'으로 대한민국의 3월을 야구 열기로 가득하게 했던 영웅들이 돌아왔다. 몇몇 선수들은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았지만, 소속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대부분의 선수는 기세를 이어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난 선수는 정현욱(삼성)이었다. 대부분의 경기에 등판해 마당쇠처럼 공을 던져 '국민 노예'라는 별명을 얻은 정현욱은 소속팀에서도 묵묵히 공을 던졌다. 2연전에 모두 등판, 2.2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뽑아내는 위력으로 1세이브 1홀드를 따냈다. 중간계투임에도 불구하고 선발투수인 양현종(KIA, 7삼진), 류현진(한화, 6삼진)에 뒤지지 않는 삼진 퍼레이드를 펼쳤다.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도 개막전에 선발 출격해 5.1이닝 2실점의 투구로 첫 승을 따냈다. '평소 실력'에 비하면 다소 평범하게 비칠 정도. LG 에이스 봉중근도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 패전을 기록했으나 5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LG 유니폼을 처음 입고 나선 2경기에서 9타수 3안타로 2번 타자의 역할을 소화했다.
반면, 윤석민(KIA)과 이대호(롯데)는 잠잠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KIA 에이스 윤석민은 개막전에서 5이닝 6실점으로 팀 패배를 자초했고, 이대호는 8타석에서 첫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아직 2경기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실망하기는 이르다.
새로운 얼굴들의 '눈도장'
시범경기에서 코칭스태프를 만족시킨 새내기 선수들은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얻었다. 고졸신인 김상수(삼성)와 최동환(LG)이 그들. 삼성의 개막전 톱타자 자리를 꿰찬 김상수는 이튿날도 1번 타자로 기용돼 9타수 4안타의 성적표를 얻었다. 경동고 출신의 사이드암 최동환도 2경기에 모두 등판해 3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프로 3년차에 접어든 '중고 신인' 이용찬(두산)은 팀의 마무리 자리를 맡아 깔끔한 출발을 했다. 개막 2연승의 두산은 2경기에 모두 등판해 각각 1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이용찬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MOMENT of the WEEK
지난주 경기에서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지난 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LG의 경기 중 가장 마지막 장면이 그것이다. 9회초 LG 공격 2사 만루에서 만난 두 WBC 영웅, 정현욱과 이진영의 맞대결이다.
삼성이 5-3으로 근소하게 앞서던 8회초, 권혁이 첫 타자 이진영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삼성은 믿음직한 정현욱을 교체 투입시켰다. 표정변화 없이 마운드에 오른 정현욱은 안치용-페타지니-박병호로 이어지는 LG의 클린업트리오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묵직한 돌직구를 앞세워 세 타자 모두 6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것.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현욱은 무리 없이 경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첫 타자 정성훈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후속 두 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처리하며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그러나 박경수에게 좌전안타를 내주고, 최동수의 3루 땅볼을 잡은 조동찬이 1루에 악송구해 2사 만루의 위기가 오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9회초 2사 만루에서 만난 정현욱과 이진영. 쉽게 결과를 알 수 없는 장면이었다. 빠른 공을 앞세운 정현욱이 무려 5개의 파울을 만들어낸 이진영에 지쳐갈 즈음, 볼 카운트는 어느새 2-3에 이르렀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일어서서 지켜보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정현욱이 10구째로 던진 공은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 이진영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고 포수 현재윤의 포효와 함께 경기는 삼성의 승리로 돌아갔다. LG로서는 7구째를 건드린 이진영의 타구가 3루 쪽 파울라인을 타고 흘러가다 파울에 그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삼성의 기분 좋은 개막 2연승, 불안한 LG의 2연패라는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이었다.
[사진 = 잠실구장 (C) 두산 베어스 제공, 윤성환 (C) 삼성 라이온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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