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24 16:53 / 기사수정 2009.03.24 16:53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한국 프로야구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대기록을 남긴 투수인 고 장명부는 죽기 전 자신이 운영하던 마작하우스의 벽에 이러한 글귀를 남겼다. '무이일구'. 단 하나의 투구. 2009 WBC 결승전에서 아쉽게도 실투 하나 때문에 패전 투수로 남게 된 임창용에게는 의미심장한 말귀일 것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4일 낮 10시 30분에 미국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WBC 결승전에서 10회 연장전 끝에 3-5로 석패했다. 이날 경기는 일본이 도망가면 한국이 쫓아가는 양상으로 진행됐고, 결승전답게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명승부였다.
한국은 1-0으로 뒤진 수차례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며 결국 5회 말 추신수의 동점 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그러나 7회와 8회, 다시 한 점씩을 내주며 1-3으로 쫓겼고 8회 말에는 이대호의 희생플라이로 2-3까지 쫓아갔다. 하지만, 1이닝을 남기고 2-3으로 상황에서 뒤진 상황이라 경기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9회 말, 2사 1, 2루에서 이범호의 극적인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경기는 연장전으로 흘렀다. 극적인 동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한국으로서는 10회 초만 잘 넘기면 다음 공격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10회 초에도 여전히 마운드에는 임창용이었고, 일본의 타순은 6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하위타순이었다. 6번 타자인 우치카와는 이전까지 4타수 2안타의 맹타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첫 타자 우치카와만 잘 처리하면 10회 초는 무난히 넘어갈 수 있어 보였다.
그러나 우치카와가 3개 연속 파울을 만들어 내는 끈질긴 승부 끝에 기분 나쁜 안타로 무사에 1루로 출루했고, 역시 일본은 끝까지 '사무라이 정신(?)'을 발휘하며 희생 번트로 주자를 진루시켰다. 이어진 이와무라의 안타와 가와사키의 뜬공으로 2 아웃에 주자는 1,3루 상황. 결정적인 상황에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섰다.
임창용은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갔고, 2-1 상황에서 연이은 유인구를 던졌다. 그러나 이치로는 역시 최고의 타자답게 이를 계속해서 커트해 나갔고, 결국 한가운데 몰린 실투를 중전 안타로 연결하며 2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고 말았다. 다음 타자가 우타자인 나카지마였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고 경기 직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싸인 미스로 인한 실투였다'라고 밝혀져 더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WBC에서 방어율 0으로 '창용불패'의 명성을 이어가던 대표팀의 '클로저' 임창용은 결국 실투 하나로 인해 결승전의 패전투수로 남게 됐다. 이치로에게 안타를 맞는 순간, 1999년 삼성시절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7차전 9회 초에 임수혁에게 맞았던 투런홈런이 떠오르진 않았을까.
[사진 = 이와쿠마, 봉중근 (C)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