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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2009 K-리그는 '모두를 위한 리그'

기사입력 2009.03.22 20:03 / 기사수정 2009.03.22 20:03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그들만의 리그? 모두의 리그!'

유럽의 스코틀랜드나 포르투갈, 네덜란드 프로축구리그 등은 장기간 동안 2~3개 외에는 리그 상위권 경쟁에 동참하지 못하며 리그의 역동성과 흥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의 빅리그 역시 몇몇 빅클럽이 소위 'BIG 4' 같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권을 형성하며 점차 각 리그를 '그들만의 잔치'로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

K-리그 역시 2000년 들어 몇 개 팀만이 우승을 독식하고, 정규리그 상위팀과 중위권 이하와의 간격이 점차 벌어지는 듯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2~3개 소수 상위팀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리그에서 앞서갈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하고 3경기 남짓 치른 현재, 2009 K-리그는 의외성과 역동성을 함께 갖춘 흥미진진한 리그 양상을 전개하고 있다. '몇몇 상위팀 만의'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경쟁의 장인 셈이다.

전통적 강자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매주말마다 모두의 예상을 깨는 의외의 결과를 쏟아내고 있는 2009 K-리그. 그 원인은 무엇일까.

팀간 전력의 평준화

시즌 개막을 앞두고 K-리그 각 구단들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유럽 등 해외 진출과 아시아쿼터제의 여파로 많은 선수가 기존의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는 수원 삼성 등 지난 시즌 상위권을 기록하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이하 ACL) 티켓을 따낸 팀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수원은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조원희와 신영록을 각각 잉글랜드와 터키로 보냈으며, 이정수, 마토를 J리그에 내줘야 했다.

울산 현대 역시 핵심 선수였던 박동혁이, 포항 스틸러스는 박원재, 조성환이 J리그 혹은 J2리그로 이적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팀 성남 일화와 전북 현대는 주축 선수들을 많이 내보내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며 전력을 새롭게 구축했다. 그러나 이들이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점에서 시즌 초반 이들의 전력은 아직 불안정하다.    

반면 중하위권 팀들이 능력있는 중고참 선수 및 외국인 선수의 영입이나 새로운 감독을 통해 전력보강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예년보다 팀 간 전력 차이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올 시즌은 특히 중위권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전력의 평준화가 제대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시즌 중반까지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며, 그 이후에도 분위기를 잘 타는 팀은 얼마든지 2007년의 대전이나 지난해의 전북처럼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쓸 수도 있다.

ACL 참가 팀의 벅찬 일정

지난 시즌 K-리그 통합순위 1~3위의 수원, FC서울, 울산과 FA컵 챔피언이었던 포항은 현재 모두 중하위권으로 처져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ACL에 참가 중인 팀들이란 점이다. 네 팀은 K-리그와 ACL 일정을 병행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가장 전력변화가 적었던 서울은 각각 K-리그 개막전과 ACL 1차전은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시즌 최강팀으로 군림할 것이란 예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일정에서 난조를 겪으며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수원과 울산 역시 K-리그에서 각각 1무 2패와 1무 1패라는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ACL은 대회 특성상 주중에 우리나라와 20도 이상의 기온차를 보이거나 계절이 바뀌는 지역에까지 이동해서 원정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런 상황을 다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K-리그 일정을 소화하는데도 무리가 따르게 한다. 네 팀이 ACL에서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도 K-리그의 판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ACL에서 8강, 4강 등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체력에 부담을 느끼는 팀들은 K-리그의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해지는 시즌 중후반에 가서도 어쩔 수 없이 상대적 약팀과의 대결에서 1.5군을 출전시켜야 할 수 있다. 바로 이럴 때 지난번처럼 강원FC가 서울을 꺾는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

차범근 수원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3라운드에서 0-1로 패배한 뒤 인터뷰에서 "승리가 계속 이어져서 자신감을 갖다 보면 잠재력이 나온다고 본다. 잠재력을 갖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한데, 아직 승리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라고 밝혔다.

당초 약체로 분류되며 '승점 자판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팀들이 서울이나 수원을 꺾으며 선전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강원과 광주 상무는 시즌 개막전에서 각각 제주와 대전 시티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차례로 서울을 격파했다. 제주는 개막전 패배 이후 광주에 첫 승을 거둔 뒤 수원을 상대로도 승리하며 기분좋은 2연승을 거뒀다.

당초 6강 가능권으로 분류되던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남FC도 나쁘지 않은 승률을 거두고 있다. 특히 경남은 아직 3무승부에 그치고 있지만 첫 승을 신고한다면 분위기를 타고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던 팀들이 모조리 현재 리그 순위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선전의 근간에는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피어난 '자신감'이 깔려있다.

서울을 꺾은 뒤 강원선수들 역시 주장 이을용이 선수단 전체에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예상은 어디까지나 현재 상황을 전제하여 예측한 것일 뿐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잠재력을 현실화시킨다면 상황은 뒤바뀌고 예측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패배주의에 눌려있던 선수들이 모두의 예상을 깨는 의외의 승리를 거듭하며 이를 벗어난다면,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알 수 없게 된다. 특히 강원의 서울 격파는 모든 팀들에게 시즌이 시작하는 가운데 리그 전체에 '해볼 만하다.'라는 큰 파급효과를 일으킨 것이 분명하다.

덧붙여 도입된 지 3년째인 6강 플레이오프는 그 부정적 인식과 폐해에도 불구하고 승강제가 없는 현 K-리그 체제하에서 여러 팀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서는 도저히 우승할 수 없는 전력이라 할지라도 6위 안에만 들면 플레이오프라는 단기전을 통해 ACL 티켓은 물론 우승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은 중위권 팀들에게도 2007년 포항의 기적을 꿈꾸게 해주고, 시즌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진(C)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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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ACL 2군 투입이 아쉬운 이유 

☞ 전관왕을 노리는 FC서울의 과제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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