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20 18:38 / 기사수정 2009.03.20 18:38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드러내는 한판이었다.
20일 미국 펫코파크에서 열린 네 번째 한일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2-6으로 무릎을 꿇었다. 비록 점수 차는 4점이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기량 차를 드러내는 경기였다. 무엇보다도 집중력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었다.
일본의 정교함이 한국을 능가했다
전통적으로 일본 타자들은 큰 스윙보다는 정확한 스윙을 구사한다. 힘의 한계를 정확성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간결한 레벨스윙과 완벽한 중심이동으로 타구에 힘을 실어 보내는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날 15개의 안타를 몰아친 일본 타자들은 실투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낮은 변화구들을 완벽히 공략한 결과였다. 한국 투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느 코스든 가리지 않고 배트 중심에 맞히는 상대 앞에 두 손을 들었다.
한편, 일본 투수들은 단 한 번도 연속안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한국의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철저하게 낮은 공 위주의 승부로 내야땅볼을 유도했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이전 두 번의 패배에서도 한국 타선을 각각 4안타로 묶었던 그들이었다.
집중력 싸움에서도 완패
이범호에게 홈런을 맞아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오자, 일본은 다시 배트를 고쳐 잡았다. 8회초와 9회초에 7안타를 몰아치며 4점을 추가한 것이다. 세 명의 투수들을 상대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집중타를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 18일 2라운드 승자전에서는 반대로 한국이 집중력을 발휘한 바 있다. 1회말 몸이 덜 풀린 다르빗슈를 상대로 3안타를 몰아쳐 3점을 선취하고, 8회말 볼넷을 4개나 얻어내 추가득점에 성공했던 것.
한국은 일본과 수비 집중력 싸움에서도 완패했다.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이택근은 안타 타구를 잡은 뒤 내야로 공을 중계하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공을 떨어뜨려 진루를 허용했다. 이택근답지 않은 실수였다. 이미 4강 진출이 확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긴장이 풀렸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 9일 1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 4회초 정근우가 3루에서 태그아웃 당한 장면은 한국이 보완해야 할 점을 보여준다. 당시 1사 1,2루에서 터진 김태균의 좌익선상 적시타 때 3루로 던진 좌익수 아오키의 송구는 완벽했다. 2루 주자를 잡는 것은 늦었다 판단하고, 3루로 향하는 정근우를 정확히 잡아낸 것이다.
결승전에서도 일본을 만날 가능성은 있다
이번 대회의 규정상 한국과 일본은 총 5번을 만날 수 있다. 이미 4번이나 맞붙었고, 마지막 결승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양 팀 모두 4강전 상대를 이길 경우다.
일본은 미국에 맞서 세밀함으로 승부를 걸 전망이다. 어떤 코스의 공도 정확히 받아치는 타격과, 칼날 같은 제구력, 한 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수비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쿠바가 일본에게 두 번이나 졌듯이, 전통적으로 빅볼을 구사하는 미국 야구가 일본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네수엘라를 꺾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한국은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다시 만날 수 있는 일본. 두 번의 패배를 밑거름 삼아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객관적 열세를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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