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08 00:50 / 기사수정 2009.03.08 00:50
[엑스포츠뉴스 = 주영환 기자] 김광현이 무려 8점을 내줬다. 그것도 고작 4타자를 잡아내는 동안에 말이다. 짐작컨대 김광현이 야구를 하는 동안 가장 안 풀리는 날이 아니었을까 한다. 김광현뿐이 아니었다. 정근우는 실책을 범하며 더블 플레이에 실패했고, 강민호는 공을 자주 빠뜨렸다. 말 그대로 플레이가 안 되는 날이었다.
이러한 결과 때문에 숙적 일본에 14-2라는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숫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김광현이 8점을 내주는 동안 맞은 안타 수는 이치로의 번트 안타를 포함해 7개였다.
만약, 이치로의 번트 안타가 대만 때처럼 김광현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정근우의 글러브 속에서 공이 제때 빠져나왔다면 어땠을까? 나카지마에게 2-3에서 던진 회심의 변화구에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면 승부의 향방은 최악의 국면에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광현도 8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족을 더하자면 1이닝에 5개의 안타를 치고도 득점을 올리지 못할 수 있는 종목이 바로 야구이다. 일본에 콜드 게임 패를 당한 것은 인정하지만,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재수 없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을 닮은 야구의 묘미 아닌가.
그동안 이상한 대회 일정 속에서도(월드베이스볼클래식 뿐이 아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일본은 한국보다 나은 일정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한국팀은 선전해 왔다. 이번 콜드 게임 패를 통해 일본과의 수준 격차가 물 위로 뜨고 있지만 사실 두 팀은 종이 한 장 차이의 격차를 가지고 있다.
김광현에게 쓰라린 추억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야구의 의미를 환기시키고자 2005년, 무덥던 날에 펼쳐진 한 경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때는 바야흐로 황금사자기가 진행되던 7월. 김광현의 안산공고와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이천웅의 성남서고가 황금사자기 결승을 놓고 준결승을 치르고 있었다. 9회까지 양 투수는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렇다할 위기도 없었다. 오죽하면 해설자가 무사 상황에서 1루에 출루하면 찬스를 잡았다고 표현했을까. 두 좌완투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잡아낸 삼진은 모두 23개. 이천웅이 9개, 김광현은 14개의 삼진을 잡으며 각각 5안타와 3안타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성남서고의 공격인 9회 1사. 김광현은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주자를 1루에 내보냈다. 그러나 김광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다음 타자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더블 플레이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으나 히트 앤드 런이 걸린 상황, 주자는 2루까지 진루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텍사스 성의 빗맞은 안타가 끝내기 타점으로 이어졌다. 이 안타는 이날 경기에서 김광현이 내준 3번째 안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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