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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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vs대구, 8골 난타전

기사입력 2005.04.18 05:58 / 기사수정 2005.04.18 05:58

이상규 기자
17일 오후 3시에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과 대구의 맞대결에서, 무려 8골이 터지는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8골은 올 시즌 최다골 기록으로서, 1만 4523명의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많은 골이 터졌다. 두 팀은 K리그 역대 명승부에 남을 수 있는 멋진 경기를 펼쳤다.

전반 34분에 이동국이 팀 복귀 이후 첫 골을 기록하기 전까지 포항이 3:0으로 앞서갔으나, 대구가 전반 37분에 산드로의 페널티킥 골 이후 30분 동안 4골을 터뜨려 4:3으로 역전했다. 순식간에 4골을 허용한 포항은 점점 패색이 짙어지는듯 했지만, 후반 29분에 다 실바가 동점골을 기록하여 큰 위기를 모면했다.

13일에 부천에게 컵대회 1위를 내주었던 대구는, 부천이 대전에게 패하면서 4일만에 1위를 탈환했다. 6위를 기록한 포항은 2승5무로 올 시즌 무패행진을 이어가게 되었다. 2골을 넣은 산드로(8경기 출전 5골)는 서울의 노나또(6경기 출전 5골)에 이어 득점 2위로 올라섰다. 29개월만에 포항 홈경기에 출전한 '라이언킹' 이동국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고, 허벅지 부상을 털고 올 시즌 첫 경기에 출전한 따바레즈는 2도움을 기록했다. 


포항, 10분 동안 3골 몰아쳤다.

경기 초반은 원정팀 대구의 페이스였다. 포항의 더블 보란치 '김기동-황지수' 조합이 중원을 불안하게 지키면서, 대구에게 활발한 공격 기회가 주어졌다. 대구 미드필드진은 포항 미드필드진에서 전개되는 공격을 중원에서 적극적으로 끊으면서, 공격진을 향해 한박자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종진이 포항 선수들을 악착같이 따라 붙으면서 중원을 튼튼히 지키자,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송정현과 양현정이 안정적인 공격 운영을 펼쳤다.

▲ 포항 공격수 이동국
ⓒ2005 포항 스틸러스
대구에게 기선 제압당한 포항은 전반 중반에 주장 김기동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끌어 올려, 공격력 변화에 중점을 두었다. 따바레즈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김기동의 포지션 전환은 대성공 이었다. 김기동이 활발하게 대구 진영을 넘나들면서, 포항이 중앙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빈도가 점점 높아졌다. 이동국과 이따마르, 따바레즈가 미드필드진으로 활발하게 들어오면서 동료 선수들을 향해 공격을 원활하게 전개했다. 미드필드진과 공격진의 활동폭이 넓어지고 움직임까지 빨라지면서, 서서히 대구 진영을 초토화 시켰다.

결국 전반 24분에 선취골을 넣었다. 이동국이 대구 문전 정면에서 남영열과 맞닥드린 상황에서 김홍철에게 침투패스를 연결한 뒤, 김홍철이 골대 가까이에서 감각적인 왼발슛을 성공 시켰다. 포항은 선취골을 내준 대구 미드필드진의 압박이 약해지자, 따바레즈의 예리한 패싱력을 위주로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 29분에는 남영열이 오른발로 따바레즈의 스루패스를 걷어내려던 것이 오른쪽으로 굴절되자, 공을 받은 김기동이 대구 골대 가까운 곳에서 왼발로 포항의 2번째 골을 성공 시켰다. 전반 34분에는 이따마르가 전방에 포진한 이동국에게 스루패스를 연결한 뒤, 이동국이 대구 골문 왼쪽에서 오른발로 팀의 3번째 골을 넣었다. 불과 10분 동안 한팀에서 무려 3골이 터진 것이다.

김기동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끌어 올려 따바레즈 등의 공격력이 전반 초반보다 빛을 발휘하면서, 포항이 전반 24분부터 전반 34분까지 3골을 넣는데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10분 동안 3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은, 공격 전개시의 집중력을 극대화 시킨 것을 입증한다. 전반 34분에 이동국이 골을 성공 시키자, 3:0으로 앞서간 포항의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4골 넣어 역전에 성공한 대구

0:3으로 패색이 점점 짙어졌던 대구가 뜻밖의 좋은 기회를 얻었다. 전반 35분에 김병지가 포항 문전 안으로 돌파하는 산드로의 오른팔을 잡아당기자, 대구가 의외의 페널티킥을 얻었다. 골잡이 산드로가 전반 37분에 침착하게 페널티킥골을 성공시켜, 포항을 서서히 추격하기 시작했다. 전반 37분에는 공격력이 점점 주춤해진 나희근을 빼고 기동력이 뛰어난 진순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 시키는 승부수를 두었다.

▲ 대구 미드필더 진순진
ⓒ2005 대구FC
빠른 몸놀림을 발휘한 진순진은 전반 막판과 후반전에 포항 진영을 거세게 몰아 붙이면서, 포항을 추격하는 대구 공격력에 높은 활기를 불어 넣었다. 포항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이 진순진의 빠른 공격을 저지하는데 거듭 실패하자, 서서히 수비 조직력이 약화 되었다. 대구는 그틈을 타, 후반 8분에 산드로가 왼발 슛을 성공시켜 2:3으로 추격했다. 후반 11분에는 윤주일이 오른쪽 코너킥 날린 것을, 진순진이 헤딩슛으로 연결하여 3:3의 동점을 만들어 놓았다.

대구는 김병지가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에 산드로가 페널티킥을 성공 시킨 이후, 3골 내준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포항 진영을 거세게 몰아 붙였다. 그리고 진순진 투입으로 공격력이 활기를 되찾아, 대구가 공격을 주도하여 역전의 기회까지 바라보게 되었다. 공격 지향적인 경기 운영 펼친 미드필드진이 공격진으로 향하는 공격 연결을 정확하게 연결했고, 산드로는 뛰어난 드리블과 볼 키핑력을 활용하면서 포항의 왼쪽 수비진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구의 역전골이 진순진의 오른발에서 터졌다. 진순진은 후반 22분에 포항 문전 정면 약 25m 거리에서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대구가 0:3에서 4:3으로 역전하는데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수원이 1999년 8월 25일 포항전에서 0:3으로 뒤지다가 4:3의 대역전극으로 승리를 거두었던 K리그 역대 명승부를 떠올리게 했다. 대구는 3골 내주고 4골을 넣는 대단한 저력을 과시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응집력을 과시했다. 반면, 3골 앞서 가다가 4골 허용한 포항의 악몽이 6년만에 되살아 나는 듯 했다. 


다 실바, 위기의 포항 구했지만 재역전에 실패

3골을 앞섰던 포항이 대구에게 4골을 내주었지만,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후반 16분에는 후반전에 들어와서 대구 수비수들에게 고립된 이따마르를 빼고 다 실바를 투입했다. 진순진에게 역전골을 허용한 3분뒤인 후반 25분에, 후반전에 들어와서 움직임과 체력이 저하된 문민귀와 김기동을 교체했다. 그리고 오승범과 황진성을 교체투입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황진성을 왼쪽 윙백으로 포진 시키고 '황지수-오승범'의 더블 보란치가 구축되면서, 3-5-2 대형에서 3-4-1-2 대형으로 전환했다.

▲ 포항 공격수 다 실바
ⓒ2005 포항 스틸러스
특히 황진성은 왼쪽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오버래핑 하면서 대구 문전을 넘나드는 등, 빠른 움직임을 발휘하여 포항의 공격력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오승범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 되면서, 포항의 중원이 안정을 찾았다. 포항은 황진성과 오승범의 교체 투입으로 대구 미드필드진을 장악하여,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이동국의 활동폭이 차츰 넓어지면서, 대구 진영을 공략했다.

마침내 후반 29분에 따바레즈가 대구 아크 정면에서 다 실바에게 높게 띄워준 공을, 다 실바가 왼발로 포항의 동점골을 성공 시켰다. 포항이 6년전에 수원에게 당한 악몽은, 이번 대구전에서 다 실바의 동점골로 인해 그대로 재현되지 않았다. 포항은 다 실바의 골로, 악몽에 빠질 위기를 넘긴 뒤에, 화끈한 공격력을 발휘하면서 재역전 준비에 나섰다. 진순진의 역전골로 침묵을 지켰던 포항팬들은, 다시 활기를 되찾아 포항을 열렬히 응원했다.

양팀은 경기 끝까지 골을 넣기 위한 육탄전을 벌이며, 서로 공격력에 맞불을 놓았다. 이 과정에서 여러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가 벌어졌다. 진순진은 후반 36분에 김병지와의 1:1 대결을 맞이했지만,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김병지를 뚫는데 멈칫하여 시간이 지체 되면서 포항 수비수들에게 공을 빼앗겼다. 후반 43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으나, 대구의 5번째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 41분에는 이동국이 대구 오른쪽 문전에서 강슛을 날렸으나, 공은 대구 골대 뒤에 위치한 A보드를 맞췄다. 1분 뒤에는 다 실바가 대구 오른쪽 문전에서 낮게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공은 아슬아슬하게 대구 골문 바깥으로 향했다. 만약 다 실바의 슛이 골로 이어졌다면, 포항은 5:4의 대역전극을 이루었을 것이다. 비록 경기는 4:4의 무승부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양팀은 8골을 넣는 난타전을 펼쳤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양팀 선수들의 노력은, 다른 경기보다 더욱 빛났다.


포항vs대구, 출전선수 명단

-포항-
GK : 김병지
DF : 김성근, 산토스, 오범석
MF : 문민귀(후반 25분 오승범), 김기동(후반 25분 황진성), 황지수, 김홍철
AM : 따바레즈
FW : 이동국, 이따마르(후반 17분 다 실바)
*대형 : 3-4-1-2(전반 중반 이후 3-5-2, 후반 25분 이후 3-4-1-2)

-대구-
GK : 김태진
DF : 남영열, 민영기, 최성환
AB : 박종진
MF : 나희근(후반 37분 진순진), 양현정(후반 23분 오장은), 송정현, 윤주일
FW : 찌아고(후반 30분 김근철), 산드로
*대형 : 3-1-4-2

포항vs대구, 주요 기록

-슈팅 : 포항 10vs10 대구
(최다 슈팅 선수 : 이동국 5개/산드로, 진순진 3개)
-반칙 : 포항 19vs31 대구
(최다 반칙 선수 : 김성근 4개/박종진 8개)
-관중 : 14,523명

4월 17일 K리그 결과

-포항 4vs4 대구(득점 선수 : 전반 24분 김홍철, 전반 29분 김기동, 전반 34분 이동국, 후반 29분 다 실바/전반 37분 산드로, 후반 8분 산드로, 후반 11분 진순진, 후반 22분 진순진)
-전북 3vs2 성남(득점 선수 : 전반 15분 네또, 후반 32분 보띠, 후반 40분 안토니오/전반 3분 김도훈, 후반 14분 우성용)
-대전 1vs0 부천(득점 선수 : 후반 27분 에니키)
-인천 3vs2 서울(득점 선수 : 전반 37분 셀미르, 전반 46분 라돈치치, 후반 39분 라돈치치/후반 6분 히칼도, 후반 36분 박주영)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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