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차례차례 상대를 꺾고 올라온 울산현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그네들입니다. 그 뒤를 받쳐주기라도 하듯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는 파란색 풍선과 파란색 옷들의 향연으로 가득 찼습니다. 온통 빨간색인 주위 속에서, 오로지 그들만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었지요.
경기 시작 전, 울산 선수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평온하게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이기면 챔피언결정전으로 오르게 되는 길을, 이들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히 걸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만나 또 한 번의 힘든 경기를 치룰 준비를 마쳤습니다.
쌀쌀했던 날씨에 패딩을 입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출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전반 26분, 정조국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 울산 선수들은 조금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곧, 다시 침착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공격을 재개했지요. 아직 뛸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었으니까요.
승부를 확정 지어야 하는 서울과 뒤집어야 하는 울산.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던 순간, 후반 34분 염기훈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환호합니다.
루이지뉴의 어시를 받아 절묘하게 찬 공이 그대로 서울의 골문에 들어가 버렸지요. 염기훈은 정말 기쁜 듯 울산 팬들에게 연방 인사를 하며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설마 연장전을 갈까, 라며 생각했던 것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지요.
연장전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고,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시작되는 연장전.
울산은 그 후 연장 전, 후반에 걸쳐 데얀과 김은중, 김승용에게 총 세 골을 더 허용하게 됩니다. 무차별적으로 터지는 골에 울산 팬들은 할 말을 잃었고, 골이 터질 때마다 선수들 또한 황망하다는 듯 그라운드와 골문을 돌아보았습니다.
연장 막판, 루이지뉴가 한 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만회골이 터진 이후 1분 만에 다시 김승용에게 골을 내주며 울산은 그대로 절망적인 패배를 맛봐야 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팬들에게 다가와, 팬들에 대한 화답을 해 주었습니다.
특히 주장 박동혁은 유니폼과 주장 완장까지 몽땅 벗어 팬들에게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울산은 이번 한 시즌이 끝났습니다. 경기가 시작될 땐 누구나 이겼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막상 이렇게 끝나버리면 그 아쉬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일 겁니다. 특히나 울산은 힘겹게 한 팀 한팀을 이기고 올라온 터라 더 아쉽고, 더 안타까울 것입니다. 후반전 동점골이 터졌을 때에 선수들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고, 연장전에서 다시 한 골을 먹었을 때까지만 해도 흔들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로 남았고, 이제 그들은 다시 내년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 걸음만 더 걸으면 자신들의 잔치로 만들어 버릴 기회를 이렇게 허망하게 날려 버리는 것. 이들에게는 제일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제 챔피언결정전이라는, 한해의 왕좌를 가리는 경기가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울산은 그 주인공이 아니게 된 셈입니다. 지금까지 달려왔던 선수들과 팬들에게 이날의 경기는 얼마나 허망하고 기억하기도 싫은 날이 될까요.
경기 내내 보였던, K-리그의 챔피언만이 들 수 있는 트로피를 본뜬 것이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보였을 것입니다. 팬들과 선수들은, 과연 경기 끝난 후 서로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이날의 분하고 아쉬운 마음 그대로 마음 한구석에 보이지 않게 숨겨 두고, 이제 이들은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날의 패배를 곱씹는 것보다, 힘들었던 것 다 잊어버리고 앞으로 또 대비해 나아가야겠지요. 물론 그게 쉽진 않겠지만, 다음 해에는 더 잘 되고 잘 해야 할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죠.
마지막까지 파란색으로 빛나지 못했던 울산. 그러나 지금까지 달려왔던 길을 충분히 격려해 주고, 격려를 받은 이들이 또다시 다가오는 내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는 것이 지금까지 그들을 받쳐왔던 팬들에게 남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선수들과 팬들 모두 너무나 수고했으니까요.
김혜미